[뷰티누리×민텔] 부츠가 보여준 PB 뷰티 프리미엄화
품질·소장 가치 찾는 소비자 확산
박수연 기자 waterkit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7-14 06:00   수정 2026.07.14 06:01

가성비와 품질을 함께 따지는 소비자가 늘면서 유통사 자체 브랜드(PB) 뷰티·퍼스널케어(BPC)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유통사들은 가격경쟁력뿐 아니라 성분, 제형, 디자인, 협업을 갖춘 프리미엄 PB로 소비자의 선택 기준에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민텔에 따르면 미국 럭셔리 뷰티 구매·구매 의향 소비자의 60%는 ‘낮은 가격에 좋은 품질을 얻기 위해 듀프 제품을 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영국 성인의 44%도 ‘프리미엄 자체 브랜드 뷰티·그루밍 제품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봤다. 소비자들이 가격 부담을 줄이면서도 품질과 브랜드 경험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유통사들은 이러한 수요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뷰티 및 퍼스널케어 신제품 중 PB 비중은 2016년 19%에서 2025년 12%로 낮아졌다. 민텔은 소비자가 저렴한 대안을 찾는 시기에 신선한 PB 제품 공급이 부족해, 유통사가 마진 확대와 제품군 차별화, 고객 충성도 확보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봤다.

(왼쪽 위부터 차례로) 부츠의 PB 넘버세븐(NO7)의 K-뷰티 영감 라인 ‘굿 인텐트’, 피부과 전문의 라인 ‘더름 솔루션’, 멘체스터대와 협업한 라인 ‘퓨처 리뉴’, (밑줄 왼쪽부터) 더마 PB  더마케어 세라마이드, 하비, 모던 케미스트리. ⓒ부츠, 민텔


피부 고민 따라 라인 세분화

민텔은 PB 제품으로 현재 뷰티 트렌드와는 반대의 시도를 하고도 소비자 관심을 끌어낸 영국 H&B 채널 부츠(Boots)에 주목했다. 부츠는 PB를 하나의 저가 라인으로 묶지 않고 취향과 피부 고민에 따라 여러 브랜드와 라인으로 세분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부츠의 대표 PB 브랜드인 넘버세븐(No7)은 기능성 스킨케어를 중심으로 피부 고민과 사용 목적에 따라 라인을 분리했다.

'퓨처 리뉴(Future Renew)'는 2023년 4월 론칭한 라인으로, 부츠가 맨체스터대와 15년간 진행한 피부 노화·회복 연구를 바탕으로 슈퍼 펩타이드 블렌드를 적용했다. 2023년 9월 선보인 '더름 솔루션(Derm Solutions)'은 피부과 전문의 검증을 받은 스킨케어 제품과 피부 고민 맞춤형 솔루션으로 구성됐으며, 매장 내 무료 스킨케어 상담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2025년 6월에는 K-뷰티에서 영감을 받은 '굿 인텐트(Good Intent)' 라인을 출시했으며, 같은 해 9월 제품군을 확대했다.

2024년 8월 론칭한 '더마케어 세라마이드(DermaCare Ceramides)'는 트리플 세라마이드 복합체를 활용해 피부 수분 장벽 회복을 돕는 7종 세트로 구성됐다.

이와 별개로 생활습관과 과학을 내세운 자체 브랜드도 전개 중이다. '하비(Habi)'는 2025년 5월 영양제 출시에 이어 7월 스킨케어 라인을 추가했다. 유쾌하고 촉감이 좋은 제형을 앞세워 매일 꾸준히 관리하기 쉽도록 돕는다.

'모던 케미스트리(Modern Chemistry)' 역시 2025년 5월 영양제를 선보인 후 7월 성분 중심의 스킨케어 라인을 더했다. 클렌징, 케어, 트리트먼트 등 총 9가지 제품으로 구성해 피부 고민별 루틴을 제안한다.

민텔은 "부츠는 여러 신규 브랜드와 서브 브랜드를 도입해온 적극적인 혁신 기업"이라며 "대표 브랜드인 넘버세븐을 계속 키우면서도 신 브랜드를 통해 새로움에 대한 수요와 세대별 요구를 함께 충족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츠와 안야 힌드마치가 협업한 개인 위생용품 라인업.  ⓒ부츠, 민텔

프리미엄화로  소장욕구 부추겨 

부츠는 타깃별 라인업 세분화에 이어, 이종 브랜드 협업으로 PB의 프리미엄화를 시도했다.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 안야 힌드마치(Anya Hindmarch)와 손잡고 화장솜, 손 세정제, 배스 솔트 등 일상적인 개인 위생용품을 한정판 제품으로 기획했다. 제품 가격은 5~10파운드 수준으로 책정해 접근성을 유지했다.

이번 협업은 개인 위생용품과 퍼스널케어 영역에서도 프리미엄 PB 혁신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민텔에 따르면 2025년 영국 시장에선 비누, 목욕, 샤워류(SBS)가 주요 성장 카테고리로 떠올랐고, 소비자들은 부담 가능한 가격대의 '작은 사치'를 찾기 시작했다. 부츠는 이 흐름에 맞춰 평범한 욕실용품에 디자이너 브랜드의 감성을 더했다.

주목할 점은 부츠가 성분과 효능 설명보다 디자인과 소장 가치를 전면에 세웠다는 것이다. 최근 뷰티 시장에선 성분과 효능을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가 늘고 있지만, 부츠는 제품 패키지에서 포뮬러 정보를 강조하기보다 애니 힌드마치의 시그니처인 눈 모양 그래픽을 크게 배치했다. 기능 설명보다 한정판 굿즈로서의 가치와 디자이너 브랜드 경험을 앞세운 셈이다.

협업의 주도권이 뷰티 유통사에 있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일반적인 패션·뷰티 협업은 패션 브랜드가 화장품 영역으로 제품군을 넓히며 뷰티 브랜드와 손잡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례는 뷰티 유통사가 하이엔드 패션 디자이너를 PB 개인 위생용품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 결과 PB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대체재를 넘어, 소비자가 갖고 싶어 하는 한정판 제품으로 인식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팝업스토어 개장 첫 주말에 1500명 이상이 방문한 것도 PB가 디자인과 경험을 갖출 경우 강력한 집객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민텔은 "K자형 경제 구조가 정착되면서 명품 패션 협업 제품의 가격 장벽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뷰티 PB가 소비자들에게 디자이너 브랜드를 새롭게 경험하는 입구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소비자들이 독점성과 새로움이라는 가치를 얻기 위해 포뮬러 확인이라는 우선순위를 내려놓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러한 자사 브랜드의 혁신과 독점성 강화는 소매업체들이 타사 브랜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경쟁사와 차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필·굿즈·매장 경험으로 반복 구매 유도

성공적인 PB 프리미엄화는 한 번의 화제성으로 끝나선 안 된다. 민텔은 이종 협업 등으로 확보한 소비자 관심을 지속적인 반복 구매로 이어가기 위해 굿즈화, 리필, 매장 경험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장 핵심적인 전략은 화장품을 라이프스타일 굿즈처럼 소비하게 만드는 뷰티의 ‘토이화(toyification)’다. 뷰티 브랜드가 제품을 넘어 소장하고 싶은 액세서리나 장난감 같은 요소를 더해 브랜드 자체를 소비 대상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로드(rhode)의 립 케이스 폰 케이스와 안야 힌드마치의 카멕스(Carmex) 코인 지갑이 대표적인 예다. 두 제품은 화장품 본품이 아니라 브랜드를 알아볼 수 있는 소품을 통해, 소비자가 제품 사용 밖에서도 브랜드를 소유하게 했다. 부츠의 아냐 힌드마치 협업도 마찬가지다. 손 세정제, 배스 솔트, 화장솜 같은 평범한 PB 제품에 디자이너 패키지를 입히며 소장 가치를 더했다.

이렇게 굿즈화된 패키지는 리필 구조와 만날 때 강력한 시너지를 낸다. 민텔은 애니 힌드마치 패키지처럼 소장 가치가 높은 용기를 기획했다면, 해당 용기에 부츠의 자체 포뮬러를 지속적으로 리필하도록 후속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짚었다. 리필은 단순한 친환경 실천을 넘어, 소비자가 한정판 용기를 버리지 않고 PB 포뮬러를 반복 구매하게 만드는 확실한 록인(Lock-in) 장치가 된다는 것.

오프라인 공간 역시 PB를 돋보이게 만드는 강력한 무기다. 부츠는 배터시 파워 스테이션 뷰티 스토어와 향수 전문 매장에 투자해 매장 경험을 강화했다. 애니 힌드마치 팝업스토어 역시 1970년대풍 콘셉트로 브랜드 헤리티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며 PB 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PB 상품을 진열대 하단에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브랜드의 세계관을 직접 체험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궁극적으로 소매업체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포용성의 확장이다. 뛰어난 가격 접근성을 가진 PB는 다수의 소비자를 아우르는 포용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 실제로 영국 성인의 44%는 PB 뷰티 제품이 포용적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민텔은 "소매업체들은 서브 브랜드와 협업을 적극 활용해 다양성과 포용성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며 "단순한 가격 포용성을 넘어 신중하게 기획된 마케팅 캠페인으로 소비자가 진정으로 공감하는 PB의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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