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 관세 현실화되나…글로벌 제약기업들 ‘초긴장’
글로벌 제약기업 주가 줄줄이 하락…시장 불안감 반영
제약 주 하락…아스트라제네카·GSK, 유럽기업 영향 커
트럼프 “관세 수준, 전례 없는 수준 될 것” 재강조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4-11 06:00   수정 2025.04.11 06:01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의약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를 곧 부과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하면서 글로벌 제약기업들의 주가가 다시 하락하고 있다. © DALL.E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의약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를 곧 부과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하면서 글로벌 제약기업들의 주가가 다시 하락하고 있다.

지난주 공개된 소위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계획에서는 의약품이 제외돼 제약업계는 잠시나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공화당 전국의회위원회 행사에서 “곧 주요 의약품 관세가 발표될 예정이며, 제약사들은 이를 듣는 순간 중국 등 해외 생산 거점을 떠나 미국 내로 생산기지를 이전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폴리티코(Politico)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에도 기자들에게 “전례 없는 수준으로 의약품 관세를 곧 부과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이 현재 검토 중임을 암시한 바 있다. 그는 앞서 3월 말 내각회의에서도 의약품 관세 규모가 ‘25% 또는 그 이상’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대통령의 반복된 발언으로 글로벌 제약업계에는 우려가 증폭됐고, 주요 기업들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1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에서는 길리어드사이언스, 화이자, 머크, 일라이 릴리 등이 일제히 1.5~3%의 주가 하락을 기록했다. 유럽 제약기업 역시 타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약 2%, 사노피는 3.3%, 아스트라제네카와 GSK는 각각 4%가량 하락하며 시장의 불안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현재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약산업을 겨냥한 관세의 구체적인 범위와 대상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태다. KPMG의 생명과학 분야 전략 책임자 제프 스톨(Jeff Stoll)은 “만약 최종 완제품이 아닌 원료의약품(API)이 관세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사실상 의약품 관세 부과와 유사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유럽 내 제약업계는 미국의 무역 압력이 지속될 경우 유럽의 제약 연구개발(R&D)과 생산 역량이 미국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강력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유럽제약산업협회(EFPIA)는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의 관세 장벽이 현실화될 경우, 유럽 내 제약 투자 동기가 급감하고 미국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려는 움직임이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EFPIA는 유럽이 보다 강력한 지적재산권 보호정책과 규제 체계, 시장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신속히 대응할 것을 촉구했지만,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응하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의약품 관세를 통해 해외에 위치한 제약공장들을 미국으로 재유치(reshoring)하려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약공장을 신설하는 데 약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비용과 5~10년에 이르는 준비기간이 소요된다는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PhRMA(미국제약협회)와 주요 제약사들은 이 때문에 의약품 관세 부과 시점을 단계적으로 나누어 도입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몇 년간 미국 내 바이오제약 생산시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PhRMA의 올해 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바이오제약 제조시설은 2018년 1018곳에서 꾸준히 늘어나 현재 48개 주와 푸에르토리코를 포함해 1,591곳에 달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의약품 관세로 제약산업의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업계에 부담만 더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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