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제약기업 CEO들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적극적인 중국 투자를 약속했다.
지난 금요일 베이징에서 열린 행사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엘, 베링거인겔하임, 일라이 릴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머크 KGaA, 화이자, 사노피 등 글로벌 주요 제약사 CEO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40여 명의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 중에서도 단일 업종으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발언한 해외 기업 대표 7명 중에는 사노피의 폴 허드슨 CEO가 포함됐다. 사노피는 지난해 12월 베이징에 10억 유로(약 10억 8천만 달러) 규모의 생산기지를 설립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중국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 대표로 연설한 인물은 페덱스 CEO인 라제쉬 서브라마니암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20%의 신규 관세를 부과하는 등 압박을 높이는 상황 속에서 "중국과 미국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한 발전은 양국 국민의 근본적인 이익과 일치한다"고 강조하며, 외국 투자를 환영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시 주석은 최근 수년간 중국에 대한 외국 투자 환경이 지정학적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지적하며, "다른 이의 빛을 꺼뜨린다고 해서 자신이 더 밝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글로벌 제약기업 CEO들은 미·중 양국의 무역 긴장이 고조될수록 어느 한 시장도 포기할 수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조만간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국내 생산을 늘리라는 압박을 가한 바 있다. 이에 화이자 CEO 알버트 불라와 일라이 릴리 CEO 데이비드 릭스는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뿐 아니라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에도 참석하며 양국 간 균형잡기에 나섰다.
실제로 릴리는 최근 미국 내 270억 달러 규모의 제조시설 신설 계획을 발표했지만, 동시에 중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 중국 투자 확대도 약속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미국과 중국 양쪽에 각각 20억 달러와 25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발표하며 양국 시장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적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제약업계는 현재 미·중 간 충돌의 직격탄을 맞으면서도 동시에 양국 시장의 중요성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로 인해 제약사 CEO들은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동안 더욱 정교하고 신중한 투자 전략을 수립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