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로 유방암 조기진단”…韓 단백체 분석기술이 사우디에 간 이유
베르티스 한승만 대표, 마스토체크 등 단백체 분석 기반 조기진단 기술 소개
패스(PASS), 제약사‧바이오벤처 등에 맞춤형 표적단백질분해 서비스 제공도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3-31 06:00   수정 2025.03.31 06:01
베르티스 한승만 대표가 인터뷰를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약업신문

프로테오믹스(단백질체학) 기반 정밀의료 선도 기업 베르티스(대표 노동영, 한승만)가 유방암 조기진단 혈액검사 소프트웨어 ‘마스토체크’를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케미칼 연구원 출신인 한승만 대표와 강남 차병원의 노동영 병원장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베르티스는 프로테오믹스와 바이오인포매틱스(생물정보학)를 결합해 암과 각종 주요 질병에 대한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이를 진단‧분석 솔루션으로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본지는 최근 경기도 과천 베르티스 본사에서 한승만 대표를 만나 프로테오믹스 기술과 베르티스의 주력 제품에 대한 고견을 들었다. 그는 한국의 단백체 연구가 우수한 수준이며, 해당 분야는 한국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한승만 대표는 “프로테오믹스 분야는 바이오 시장에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고, 한국의 단백질 연구 수준은 상당히 높다”며 “프로테오믹스는 한국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분야라고 확신한다”며 베르티스를 설립한 이유를 설명했다.  

베르티스는 2014년 설립 이후 10년 이상의 프로테오믹스 질량 분석 경험과 임상, 기술개발 및 데이터 분석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ProteoID라는 기술체계를 개발했으며, 상용화에 처음 성공한 기술이 마스토체크다. 마스토체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베르티스가 개발한 프로테오믹스 기반의 유방암 조기진단 혈액 검사다.

한 대표는 “마스토체크는 세가지 종류의 단백질 바이오마커를 측정한 정량값을 특허받은 고유의 알고리즘에 대입해 유방암을 조기에 진단한다. 미량의 혈액만으로도 0~2기 유방암 진단이 가능하다”며 “저희의 기술을 한 마디로 말하면, 조직이던 혈액이던 타액이던 어떤 시료를 검사할 때 그 안에서 더 많은 단백질을 동정해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년 전만 해도 혈액에서 동정해낼 수 있는 단백질 개수는 몇백개에 그쳤지만, 지금은 5000~7000개가 가능하다. 더 많은 단백질을 본다는 것은 숨어있는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마스토체크는 임상연구를 통해 0~2기 유방암에 대한 우수한 진단능을 확인했다. 특히 유방촬영술과 마스토체크를 병용 시 진단능을 평가한 임상연구 결과, 치밀유방여성을 대상으로 두 검사를 병행할 경우 양성판별률이 93%로, 유방촬영술을 단독으로 했을 때(59.2%)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표는 “마스토체크는 바이오마커 정량값을 측정해 AI가 적용된 고유의 알고리즘을 계산해 진단하고, 채혈 외에 별도의 진단기기 이용으로 인한 부담과 불편이 없다. 또 인력과 기기가 한정된 상황에서 보다 많은 사람에게 합리적인 비용으로 진단 기회가 제공된다”며 프로테오믹스 기반의 조기진단의 장점을 이같이 말했다.  

이에 따라 마스토체크는 2014년 특허청으로부터 특허를 획득, 현재 한국을 포함한 미국, 중국, 일본 4개국에서 10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유방암 조기진단에 대한 유효성을 입증해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체외진단용 의료기기로 승인받았으며, 같은 해 9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신기술(NET),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 차세대 세계일류상품 인증을 획득했다. 특히 2022년 6월에는 선진입의료기술로 확정돼 유방암 의심환자에 대해 비급여 사용이 가능해졌으며, 현재 국내 병원 및 건강검진센터 500여곳에서 유방암 진단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해외의 큰 관심도 받고 있다. 2022년에는 동남아시아에서 진단서비스 제공업체인 패솔로지 아시아그룹 산하 전문기업 등과 협력해 싱가포르에 진출, 상용화했고 현재는 필리핀‧태국으로의 진출도 앞두고 있다. 2023년에는 생명공학기업 사우디백스와의 계약 체결로 현재 사우디와 중동 지역에의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등은 췌장암 조기진단 혈액검사 ‘판크체크’의 상용화가 완료되면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조기 진단과 정밀의료는 전 세계적 트렌드다. 예전엔 위암에 걸린 모든 환자에게 똑같은 항암제를 썼다면, 지금은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항암제가 무엇인지, 또는 처방해선 안되는 항암제가 무엇인지를 밝히려는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저희도 몇 년 전 논문을 통해 췌장암이 다 같은 췌장암이 아니라 단백질과 유전자 검사를 통해 6가지 서브 타입으로 분류된다는 것을 밝혀낸 바 있다. 그런 식으로라면 각각의 서브 타입에 맞는 치료법이 생기는 셈이며, 이는 프로테오믹스의 중요성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베르티스 한승만 대표가 주력 제품인 마스토체크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약업신문

그는 베르티스를 조기진단 제품 회사가 아닌 프로테오믹스 기술 회사라고 강조한다. 조기 진단은 단백질을 동정하고 분석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 베르티스의 정체성은 단백체를 분석해 그 안에 숨겨진 인체자원의 의미를 찾는 데 있다는 것이다. 또 단백체의 중요성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으므로 기술을 고도화시켜 더 많은 의미를 찾는 일에 주력하고 싶다고도 전했다.

더불어 범부처 국가연구개발사업인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구축사업을 언급하면서 바이오 빅데이터를 선도하는 영국의 ‘UK 바이오뱅크’처럼 우리 정부가 단백체 데이터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단백체 원천기술과 분석 노하우를 바탕으로 만든 팬오믹스 통합분석 솔루션 ‘패스(PASS)’를 소개했다. 패스는 전문적인 단백체 분석에 대한 니즈가 올라감에 따라 제약사와 바이오벤처, 연구소 등에 맞춤형 단백체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12월에는 신경발달장애 모델을 활용한 리튬치료연구에서 인산화단백질 분석을 수행한 결과가 국제학술지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게재되기도 했다.  

그는 “단백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보니 제약사나 바이오벤처 등에서 관련 분석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베르티스 PASS센터는 실제로 TPD(표적단백질분해) 신약연구개발 기업에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제공한 바 있으며, 이에 대한 문의도 활발해지고 있어서 서비스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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