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3명중 1명에게 효과 없는 항우울제…국내 우울증 치료 개선 시급
이상열 교수, "초기 정확한 진단 통해 '정신치료·항우울제' 병행 치료가 중요", 인식 개선의 중요성도 잊지 말아야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2-10-06 06:00   수정 2022.10.06 06:01

▲이상열 교수(대한정신물학회 이사장)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우울증 치료에 있어 신속한 치료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약물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항우울제와 함께 정신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한국얀센은 지난 4일 용산에 위치한 본사에서 ‘죽음의 위기에 내몰리는 중증 주요우울장애 치료의 최신 지견’을 주제로한 마스터 클래스를 개최했다. 이번 마스터 클래스에서 이상열 원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현 대한정신약물학회 이사장, 전라북도 정신건강복지센터장)는 연자로 참여해 이와 같이 밝히며, 국내 우울증 치료에 있어 약물 치료의 한계와 정책에 대해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90년 전세계에서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수는 약 1.72억 명, 2017년에는 약 2.58억 명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날 이상열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에서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수는 2020년 기준 85만 명이다. 2010년 53만 명에 비교하면 불과 10년 사이에 62%가 증가한 것이다. 국내 우울증 환자 증가율은 벨기에, 가나에 이어 3번째이며, 이는 OECD 국가에서 2번째로 높은 수치다. 가장 높은 증가율은 보인 연령대는 20~4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남성 ▲11~30세 사이 환자들은 ‘정신적 어려움’을, ▲31~60세 사이 환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61세 이상의 환자들은 ‘육체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여성의 경우 전 연령에서 ‘정신적 어려움’이 가장 크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우울증은 만성적이고, 재발하며, 진행하는 질병”이라며 “무엇보다도 빠른 진단과 치료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타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우울증을 하나의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히 ‘마음이 남들보다 약해서 생기’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울증 치료 목표는 모든 단계에서 자살 예방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고 덧붙였다.
 
국내 우울증 치료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단순히 항우울제’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언급한 이 교수는 “효율적이고 빠른 우울증 치료를 위해서는 항우울제와 정신치료를 함께 진행해야”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전세계 모든 우울증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우울증 치료를 위해 항우울제와 정신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SSRI, SNRI와 같은 항우울제 처방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이 교수는 “항우울제의 반응률은 고작 50%에 지나지 않고, 완전관해율은 30%에 불과하다. 이는 항우울제를 투여 받은 환자 2명 중 1명에게는 약효가 없다는 의미”라며 “우울증 치료에 있어 환자들이 바라는 삶의 질과 의미를 찾아줄 수 있는 정신치료(정신적 지지)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의 약 3분의 1은 ‘치료 저항성 우울증(Treatment Resistant Depression, TRD)’에 해당한다. TRD는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 MDD)를 겪고 있는 환자 중 최소 2가지 이상의 항우울제를 적정 용량, 적정 기간동안 복용했음에도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TRD 환자의 경우 기존 경구용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관해에 도달하기까지 최소 6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로 한데, 그 기간동안 치료의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은 재치료를 진행할수록 회복률은 점점 더 감소하게 되고, 부정적 결과를 경험한 환자들은 기존 치료의 순응도가 떨어지게 된다. 치료 순응도가 떨어진 환자들의 자살율은 ▲순응도가 높은 주요우울장애환자 보다 7배, ▲일반인들보다 2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국내에는 아직 TRD환자들을 위한 치료방법이 없다”며 “20~40대 사이에서 가장 큰 증가율을 보인만큼, 앞으로 사회적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해결하고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을 하루라도 빨리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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