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으로 쓰이던 안지오텐신 억제제(Angiotensin II Receptor Blockers, ARB)가 면역 항암제와 병용 시 생존율과 반응률 모두를 높여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타나 주목됐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라케쉬 자인(Rakesh K. Jain) 박사는 11일 온라인 IVBM2020에서 ‘암 면역 요법을 개선하기 위해 종양 미세 환경 정상화 : 실험실에서 침대로(Bench to Bedside)’을 주제로 항 혈관 신생 약물을 통한 항암요법 개선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40여 년간 항암 치료제의 전달 및 효능 향상이라는 한 가지 과제에 초점을 맞춰왔다”며 “연구를 통해 혈액 및 림프관, 섬유아세포, 면역 세포 및 종양과 관련된 세포 외 기질이 비정상임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박사 연구팀은 로사탄과 기타 안지오텐신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물이 내부 혈관을 압박해 그 압력으로 혈관을 붕괴시키는 힘을 완화할 수 있는지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콜라겐과 히알루론산이 종양 내 혈관 압박에 관여하며 로사탄이 암-연관 세포아세포(cancer-associated fibroblasts, CAFs)의 활성과 밀도를 감소시킴으로써 두 물질의 생산을 억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유방암과 췌장암 모델에서 로사탄 단독 처리만으로는 종양 형성에 영향을 주지 않았으나 백금기반 항암제, 방사선 치료와 함께 적용할 경우 종양의 성장을 늦추고 생존기간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인 박사는 "비정상적인 종양 혈관 구조를 회복해 종양 내 혈류를 향상시키는 다른 항-혈관생성 약물과 달리 안지오텐신 억제물질은 종양 생성으로 혈관 주변의 젤과 유사한 세포외 기질을 팽창시킬 때 종양 혈관에 생기는 물리적 압력을 완화시킴으로써 혈관을 개방 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면역항암제의 경우 몇 가지 종양에만 반응할뿐더러 반응률 또한 떨어진다는 한계를 갖고 있지만 ARB계열 약물과의 병용으로 이를 개선할 수 있다”며 “일례로 췌장관세포암(PDAC)은 5년 생존율이 3% 밖에 되지 않지만, ARB약물과 면역항암제, 방사선 병용으로 34%까지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 ARB 계열의 약물을 쥐 모델에 투여하자 선천적, 후천적 면역 통로가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으며, 방사선요법과 로사탄 투여를 함께 실시했을 때 면역세포인 CD3, CD8, T 세포가 월등히 증가했다.
자인 박사는 “최근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니볼루맙 등 면역항암제와의 병용 연구를 시행 중이다. 이 외에도 로사탄이 난소암 환자의 복수를 완화시키고, 직장암 환자의 수술 전 항암요법과 병용 시 환자 선택 및 반응율을 높이는 점 등 종양 치료에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지오텐신 억제제는 안전한 혈압약으로 수십 년 넘게 환자에 사용돼 왔기 때문에 충분히 항암 치료에 적극 이용할 수 있다”며 “향후 임상연구를 통해 항암 병용 요법이나 약물 전달 요법에 대한 근거를 확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