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생의 제약진출, '약학 내려놓으면 더 얻는다'
라이센스 넘은 능력향상에 주목해야…마켓업무 위한 '통찰력' 강조
이승덕 기자 duck4775@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0-09-07 06:00   수정 2020.09.07 13:52
약대생이 제약계로 진출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약사 라이센스'를 넘어 차별화된 경험·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제시됐다.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박광규 전무(간질환 사업부 Director)는 지난 5일 수도권 약대생 제약마케팅 전략학회(PPL)가 진행한 제6회 제약설명회(온라인)에서 이 같이 설명했다.

박광규 전무는 "약학이라고 하면 라이센스(약사 면허)를 활용하면 가장 안전하고, 리스크 없이 전문성을 살리면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지만,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미래가 확실하지만 그 미래는 제한적"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그동안 약학을 공부하면서 전문성을 쌓았는데, 이를 두번째로 미뤄놓고 첫번째 전문성을 만들면 선택에 있어 더 큰 날개를 달 기회가 온다"며 "경험을 돌이켜볼 때,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성취감을 얻는다면 마케팅에 지원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박광규 전무는 제약사 첫 취업 경험을 통한 차별화된 지원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박 전무는 "당시 다국적 제약사 마케팅 업무를 하고 싶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복학생에 불과한 자신에게 일을 맡길 이유가 없었다"며 "당시 제약사에서 국내 발매신약인 경구용 탈모치료제(프로페시아)에 대해 인터넷 서치와 탈모 권위자 인터뷰, 인터넷카페를 통한 환자 수요확인을 활용해 하나의 포트폴리오를 제출했으며, 인사관리부서를 통해 관련부서에 전달돼 인터뷰어를 만날 기회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부 이외 선택 시 공부한 만큼만 조금더 신경쓰면 능력을 갖춘 약대생이 충분히 기회를 갖출 수 있다"며 "다만, 그동안 해온 커리큘럼을 성실히 하면서도 추가적으로 생각을 다양하게 할 수록 차별화돼 사회에서 좀더 기회를 얻게 된다"고 조언했다.

제약업계 마케팅의 장점으로는 많은 업무를 진행하는만큼 얻게되는 '비금전적 소득'이 있다고 제시했다.

박 전무는 "내부적으로 발표하고 광고회사를 만나는 대면업무 뿐 아니라, 회사 돈을 마케팅 비용으로 운영하게 되면서 기획을 하고 간접적 학습의 기회가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된다"며 "판촉 비용, 광고 등을 회사 차원에서 큰 규모로 활용하는데, 이는 어떤 일을 할 때에도 적용할 수 있는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프로모션을 하다보면 유통, 홍보대행사, 미디어, 영업부직원, 소비자 등 다양한 구성원을 만나게 되는데, 이러한 기회를 통해 얻는 경험이 많다"며 "마케팅 경험은 커리어를 확장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찾아올 미래 약대출신 마케팅 사원에게는 '어깨에 힘을 빼고,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경험을 할 것'을 권했다. 

박광규 전무는 "약대를 나와 입사한 직원 보면, '나는 전문성있어서 이것만 하면 돼'라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회사에서 발전할 수 없다"면서 "내가 가진 전문성은 나를 보호해줄 수는 있지만, 그자리에 계속 머무르게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조직생활에서 어깨에 힘을 주지 말고, 개인으로는 겸손하고 마케팅 등 본인이 모르는 부분을 배우고, 팀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며 "약대생들은 타 전공자에 비해 내성적이고 꼼꼼한 경우가 많은데 팀 회식이나 회의를 이끌어보는 등 전문성의 클래식한 모델이 아닌 다양한 캐릭터로 경험해보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제약 마케팅 직능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마케팅 업무에 필요한 건 우선 마켓(Market)에 대한 이해와 개발 가능성이다. 약대생들은 약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을 어필할 수 있겠지만, 경험적인 측면에서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보강해야 한다.
개발을 위해서는 Insight(통찰)과 Communication(소통)이 중요한데, 커뮤케이션을 위한 영어가 필요하다. 다만, 생활영어 정도의 회화면 된다.
마케팅은 다양한 부서와 협업하므로 리더십도 중요한데, 흔히 말하는 권위가 아닌 정보를 전달하고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부분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영업부 등과 소통하는 '대인감수성'도 필요하다.

제약 마케팅에서의 약학 전공자에 대한 수요는
 -마케팅에서 약사의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마케팅은 스페셜리스트로 사내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이었으나, 현재는 고도화돼 인문학, 어학, 생물학, 약학 등 다양한 인력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제약사 마케팅부서에서는 전공자를 의무로 쓰지 않지만, 약대 출신을 어느정도 존중해 주는 부분이 있어 도전할만하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 등 좀더 전문화된 백그라운드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요 맞춰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취업준비는 어떻게 해야하나
 -무엇보다 자신감이 중요하다. 도전과 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장 경력이 없으면 학기중 제약 인턴쉽 경력을 어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글로벌제약사는 신입보다 경력을 선호하기 때문에 국내 영업 마케팅 경험을 통해 경력직으로 지원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도 있다.

마케팅을 위해 필요한 학위가 있는지
 -학위보다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능력은 이야기하다보면 티가 난다.
직무에 필요한 분석, 배열,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학부생활을 하면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면 도전해보길 권한다. 
학위의 경우, 대부분 마케터들도 현업을 하면서 국내 MBA(경영학 석사) 등을 통해 필요한 학위를 취득하기도 하는 등 꼭 필요한 학위는 없다.
무엇보다 Summary(요약)이 아닌 Insight의 능력이 중요한데, 현직 마케터 조차 이 둘을 헷갈려한다. 정보를 소화해서 메세지로 만들어 움직이는 '회사의 전략적 엔진' 역할을 하는 것이 마케팅이다.
단적인 예로, 인터뷰해보면 직무준비를 위해 책을 읽었다고 하는 학생이 있는데, 여기서의 인사이트는 책의 시사점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한 문장으로도, 세문장으로도 대답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마케팅을 위한 영어실력은 얼마나 돼야 하나
 -인터뷰(면접) 때 다른 전공자들과 너무 비교되지 않을 수준이면 된다. '의사소통은 되는데 세련되지 못한 정도'라면 안심해도 될 것이다. 업무를 통해 충분히 다듬어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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