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S(Aminoacyl tRNA Synthetase)는 본래 단백질 합성 효소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체내 질환치료 및 항상성 유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폴 심멜(paul schimmel) 교수에 의해 새롭게 밝혀지면서 최근 연구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박민철 박사(현 의약바이오컨버젼스연구단 R&D 팀장, 큐어바이오 연구본부장, 사진)는 “근본적으로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는 물질에서 나온다. 지금까지 연구해 온 신약 후보 물질들 역시 ARS라는 물질에서 나온 독창성이 크다”고 말한다.
현재 박 박사 연구팀이 발견한 ARS는 총 23가지다. 그 중 2개의 ARS를 기반으로 표적항암제(Neopep GT)와 탈모치료제(Neopep A1H)를 개발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박 박사는 “개발 중인 표적항암제는 대식세포에 분비되는 ARS인 GRS를 구조분석해 CDH6 수용체와 결합하는 부위를 찾아내고, 이를 기반으로 만든 펩타이드를 통해 인체 면역체계와 동일한 방법으로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하면, 표적항암제임에도 불구하고 면역 체계가 하는 활동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 일반적인 표적항암제는 표적을 정해 독성으로 암세포를 사멸시키지만, 박 박사가 개발 중인 항암제는 체내 면역체계 안에서 암세포를 더 잘 공격할 수 있도록 ARS를 투여하는 것이다.
박 박사는 “장점은 한 가지 더 있다. 기존의 항암제들에서 독성 이슈가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는 체내에 없는 물질을 투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ARS는 우리 몸에 있는 물질이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들은 안전성이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고 말했다.
현재 Neopep GT는 신장암, 난소암, 간암을 타깃으로 개발중이다. 그 이유는 Neopep GT의 ARS인 GRS가 CDH6 수용체와 결합해 작용하는데, 이 수용체가 앞선 세 가지 암에서 비교적 과발현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든 환자에서 과발현되는 것은 아닌 만큼, 효능을 보일 환자들을 선별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박 박사는 “이 문제에 대해 아직도 고민이 많다. CDH6이 발현되는 환자들을 걸러내기 위해 동반진단에 관한 연구도 같이 진행 중이다. 특히 신장암은 면역항암제도 이제 접근하는 정도로, 사실 쓸 수 있는 약물이 몇 가지 없다. 그래서 더욱 개발 가능성이 높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ARS 기반 치료제인 탈모치료제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박 박사는 “탈모치료제는 Wnt 신호전달경로(Wnt/β-Catenin pathway)를 이용한 치료제로, 이 기전은 국내 및 해외 제약사들도 이미 시도하고 있는 기전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치료제들이 화합물(chemical)인데 반해, Neopep A1H는 펩타이드 약물이라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펩타이드 기반 물질과 화합물은 장단점이 분명하게 나뉜다. 펩타이드 기반 물질은 침투력이 떨어진다는 단점 대신, 체내 존재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다. 반대로 화합물은 침투력이 우수하지만 외부 물질로 이루어져 안전성이 낮다.
박 박사는 “Wnt 신호전달경로가 과하게 활성화될 경우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침투력이 높아 전신으로 약물이 퍼질 가능성이 높은 화합물은 조금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펩타이드 기반 물질은 모공을 타고 모발 줄기세포만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이런 위험을 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특성으로는 남성호르몬과 무관하게 모발줄기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 탈모환자들에게도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성 탈모시장에 신약이 없었던 만큼, 추후에는 그 시장까지 확장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ARS의 역할이 명확하게 정의된 상태. 이는 텍스트북에도 실릴 만큼 연구가 끝난 물질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박 박사는 ARS가 밝혀진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박 박사는 “ARS 기반 신약 후보 물질들은 기본적으로 안전성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이 약물들은 기존 시장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물질이지, 경쟁을 의도하는 약물이 아니다. 그 이유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물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정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학문이라면 사람을 치료하고, 진단하고, 케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ARS가 몸 전체의 밸런스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새로운 생물학이 탄생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ARS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