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산업 혁신을 위해선 산업의 급속한 변화에 맞춰 규제 합리화와 규제의 예측 가능성 제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 한국바이오협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19일 양재동 엘타워 멜론홀에서 ‘바이오 혁신과 지식재산권’을 주제로 한 지식재산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바이오산업,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
이 자리에서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김흥열 센터장은 ‘바이오 혁신 트렌드, 그리고 생태계’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바이오산업은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다. 재현성 문제가 심각한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흥열 센터장은 “현재 우리의 지식과 기술 수준으로 이해하기엔 생명체의 시스템이 너무 복잡하다”며 “1차적인 불확실성은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문제이고, 2차 불확실성은 성공확률·장기회임기간 등 확률분포로 특정되는 불확실성”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실제 FDA 승인을 받은 신약을 역추적한 결과에 따르면 초기단계 요소를 빼고 기술이 확립되고 승인받기까지 36년이 걸렸다”며 “바이오 비즈니스에서 높은 불확실성은 매우 중요하게 대응해야 할 요소”라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 영국 등의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유전체 정보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전체 시퀀싱 비용은 계속 낮아지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면서 “국민 정서와 제도 규제가 가장 큰 경쟁요소가 되고 있다. 사이언스를 둘러싼 제도를 어떻게 두느냐가 바이오 혁신 경쟁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김흥열 센터장은 “바이오 빅데이터 고속도로를 조기에 확충해 유전체 혁신과 ICT 역량 및 임상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혁신 seeds 연구개발 성과물이 혁신 체제 내로 풍부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기초 및 발견연구를 촉진·장려하고, 대형사업 국책사업 기획 시부터 연구 빅데이터 창출 활용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한 R&D 혁신 지원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바이오 분야는 신약개발 생산성 하락, 블록버스터 의약품 특허만료 등 생산성 위기를 겪으면서 임상을 각 단계별로 분업화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강화되고 있다”며 “이를 위해선 객관적인 평가 능력, 공정한 이익 배분 등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 또한 자원공유와 국내외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다양한 기반을 조성해야 하며 대기업과 벤처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개방형 혁신 모델로 일라이 릴리의 자동실험 시스템인 ‘Chorus 플랫폼’을 들었다. 이는 R&D 혁신에서의 신속의사결정모형(quick win, fast fail)으로, 신제품의 향후 전망을 평가하고 실패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는 ‘초기 단계’에 집중하고 있다. 유효성이 없는 프로젝트는 들인 비용이 낮은 단계에서 탈락할 수 있도록 주요 정보를 조기에 확보하고, 탈락시점을 앞당김으로써 발생한 비용 절감 분을 핵심 R&D 영역에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생물자원은행(BRC; Biological Resource Center)의 디지털화로 플랫폼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며 “국가 전략 기반 BRC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당면과제다. BRC 관리체계를 과학화하고, 자원·정보·서비스 통합 제공 플랫폼을 확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읽기(Genome Sequencing)에서 쓰기(Genome Writing)로 생명과학 패러다임이 변혁되고 있다”며 “이에 맞춰 규제를 합리화하고 규제환경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 규제과학의 정의가 처음부터 같이 논의돼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의약품, 선제적 특허 전략 구상 필수”
율촌 윤경애 변리사는 ‘의료발명 특허 최근 동향’ 발표에서 “스타트업 기업들이 특허 출원시 다양한 실시예를 빠른 시간 내에 만들어 제출할 수 없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며 “추후 상세설명에 실시예를 추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특히 바이오의약품 특허는 화학합성의약품 보다 선제적으로 특허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변리사는 “개량신약은 진보된 기술이 기재돼야 한다. 복합제 특허시 편의성 외에 부작용 경감 등의 내용을 기재해야 튼튼한 특허가 되고, 방패역할을 하는 특허가 된다”며 “상세설명에서 그 효과를 충실하게 입증하지 못하고 약효가 좋다는 정도로 특허를 받더라도 향후 경쟁제품과 특허소송에서 패소하는 비율이 51%를 상회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의약발명의 새로운 형태 청구범위에는 투여방법과 투여간격 등이 포함되고 환자군, 약리기전 등의 의약용도를 기재할 수 있다”며 “‘물’의 형식으로는 의약용도발명의 본질을 적절하게 표현하기 어렵고, 에버그리닝 전략과 혁신적 개량발명의 경계도 모호하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빅데이터, 규제 개선 방향성 중요”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최재식 부연구위원은 ‘바이오·헬스 분야 기술 혁신을 위한 법제도’ 발표를 통해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및 규제 개선의 방향성이 중요하다.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들도 고려해야 한다”며 “규제 개선도 중요하지만 의약품 안전성 확보도 중요하다. 규제를 완화하는 것만이 능사인가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부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HIPAA(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 Privacy Rule(45 CFR Part 160 및 164)에서 비식별화된 건강정보(de-identified health information)와 관련해 개인을 식별하지 않니하고, 정보가 개인을 식별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건강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럽은 빅데이터의 활용시 비식별화와 관련해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GDPR)이 2018년 5월 25일 전면 적용되고 있다”며 “기존에 개인정보의 범위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던 위치정보, 온라인 식별자, 유전정보 등이 포함돼 있다. 그렇지만 익명정보와 가명정보의 개념을 도입하고 익명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닌 것으로 보아 개인정보 보호법리의 규율을 받지 않도록 한 것은 참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최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비식별화, 가명처리 제도화돼 있지 않다. 재식별화될 수 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대상이다. 익명처리를 하더라도 활용하기가 어렵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가명정보’ 개념의 도입을 포함하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돼 개인 맞춤형 의료·건강서비스 제공을 위한 의료 데이터의 활발한 유통이 가능해질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 내 바이오의약품 관련 특허분쟁 급증
특허청 바이오심사과 단백질소재분야 안규정 특허팀장은 ‘세포·유전자치료제 특허동향 및 관련 분쟁 소개’ 발표를 통해 “2018년 우리나라 기업 연관 미국 내 분쟁 중 화학·바이오 관련한 것이 14건으로 전년 대비 600% 급증했다”며 “미국 내 최근 5년간 분쟁이 주로 발생하는 산업·기술분야 중 바이오의약품 관련 특허분쟁이 전체 기술분야 2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안규정 팀장은 “특히 제넨텍의 경우 지난해 3분기에만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특허소송이 11건이었다”며 “제넨텍의 특허소송 제기는 2017년까지 10건 미만이었으나 2018년 15건으로 급증했다”고 소개했다.
바이오시밀러, 원천특허 회피 전략이 핵심
리앤목 특허법인 임성옥 변리사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베터 개발을 위한 특허 전략’ 발표를 통해 “바이오시밀러의 특허 전략과 관련해 원천 특허발명과 동일하지는 않으나 유사하고, 동등한 효과를 갖기 때문에 진보성 인정이 어려워 특허는 불가해 원천 특허 소멸 후 실시해야 하지만 원천 특허 회피 전략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며 “바이오베터는 어떤 방식으로 특허를 받을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먼저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성옥 변리사는 “바이오시밀러는 1단계로 원천특허 권리범위를 확인하고, 2단계 FTO(freedom-to-operate)를 거쳐 3단계 특허 회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원천특허 권리범위는 식약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 의약품 특허정보에서 특허를 확인한 후 키프리스(KIPRIS)에서 특허정보를 검색해 확인할 수 있다. 이어 FTO를 위해 원천특허를 포함해 침해 또는 침해 가능성 있는 특허문헌을 검색하고,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과 균등론을 감안해 침해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변리사는 “이후 특허 장애물 제거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데. 특허 유효시 라이선스를 추진하고, 특허 무효 또는 특허상 흠결이 있을 경우 출원계속 중인 특허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 등록된 특허에 대해선 이의신청 또는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특허 회피 전략을 수립할 경우 균등범위인지를 검토하고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 물질을 개발하거나 FTO 분석 결과로 확인된 공백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며 “특허무효심판,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 심판, 존속기간 연장등록 무효심판 청구를 통해 특허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오베터 특허전략과 관련해서는 1단계 선행기술조사, 2단계 개량발명, 3단계 특허 보호 전략 수립 순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임 변리사는 “선행기술조사에는 공개된 특허문헌(취하, 포기, 소멸 포함)을 비롯해 논문, 기타 모든 공개 문헌이 대상이 된다”며 “개량발명은 아미노산 치환, 신규 용도(질환), 화학적 변형(PEG화, 당화), 제형 변경(고농도), 융합단백질/이중항체, 항체·약물 접합체, 병용 투여 등이다. 이에 따른 치료 효과, 안정성 향상, 안전성 향상, 생체이용률 증가, 독성/부작용 감소, 상승 효과 등 우수한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특허 보호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데, 권리 선점을 위해 빠른 출원일을 확보해야 한다. 출원 전 공개시 신규성을 상실할 수 있다. 다만 한국, 미국 등에서 출원 전 1년까지는 신규성 의제 주장(Grace period)를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며 “해외 출원의 경우 개별국 출원과 PCT 출원을 결정해야 한다. 출원 국가가 5개국 이상이라면 PCT가 좀 더 유리하다. 다만 대만, 아르헨티나 등 PCT 미가입국은 개별국 출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