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학제 접근·마커의 재발견…암 치료 트렌드 살펴보니
ASCO서 데이터 다수 발표…암 치료 패러다임 변화 예고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9-06-19 18:02   수정 2019.06.19 18:03
최근 암 치료 트렌드의 키워드로 ‘다학제적 접근’과 ‘기존 바이오마커의 재발견’이 강조돼 눈길을 끈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KCSG)는 19일 제4회 대한항암요법연구회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된 데이터들을 근거로 암 치료 성적을 높일 수 있는 치료 트렌드에 주목했다.



선행항암치료 접목 등 치료법 다양화…‘다학제 접근’ 강조

강북삼성병원 종양혈액내과 이윤규 교수는 최근 전 세계 암 치료 트렌드에 대해 ‘다학제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의견에 무게를 실었다. 치료의 역할을 하는 과(내과·혈액종양학과·방사선종양학과)와 진단의 역할을 하는 과(병리과·핵의학과·영상의학과)가 협업해야 하는, 일명 ‘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최근 암 치료는 수술 전․후 항암 치료를 시행하거나, 면역항암제를 국소 치료 이후에 적용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는 만큼 갈수록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서 여러 진료과들의 협업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ASCO에서는 이에 대한 근거가 다수 발표됐다. 대장암에서의 선행항암치료 효과를 평가한 FOxTROT 연구가 대표적이다.

연구는 수술 후 투여돼야 할 항암제의 일부 투여분을 수술 전에 투여하고, 나머지를 수술 후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하는 방법이 표준 치료로 정립돼있는 상황에서 순서를 일부 역행한 것이다.

그 결과 수술을 시행 받은 후 일부 절제면에 암세포가 남아있는 확률이 선행항암치료를 함으로써 통계학적으로 유의하게 줄어들었다.

비인두암의 표준 치료는 동시항암방사선치료(CCRTx)다. 그러나 올해 ASCO에서 발표된 연구에서는 동시항암방사선치료 전에 선행항암치료를 시행한 군과 바로 동시항암방사선치료를 시행한 군에서 각각 재발을 하지 않는 환자들의 비율이 평가됐다.

그 결과 동시항암방사선치료를 한 군의 3년 재발률은 85%, 이전에 선행항암치료 한 군의 재발률은 76%로 유의하게 달랐다.

폐암은 호발했을 때 가장 치명적인 암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도 면역항암제가 활발히 적용되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 4기 폐암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1기 폐암이라 해도 진단 후 5년 생존율은 70%에 불과하다. 2기 또는 3기는 생존율이 50% 이하로 감소한다.

3기 이하의 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니볼루맙(상품명: 옵디보)의 효과를 평가한 연구에서는  암세포가 10% 미만으로 남아있는 ‘병리학적 반응’이 전체 환자에서 20%를 달성했다. 아주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비교적 유의한 효과를 나타냈다는 평가다.

이 교수는 “수술 전에 또 다른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근거들이 정립되면서 여러 진료과들의 협업이 중요해졌다. 특히 초기암이라도 전신 항암치료의 역할이 커지면서 다학제적 진료에 혈액종양내과 전문의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BRCA가 췌장암 바이오마커? 기존 마커의 ‘재발견’

바이오마커 또한 발전을 거듭하는 분야 중 하나다. 특히 이번 ASCO에서는 기존에 알려져 있던 바이오마커도 새로운 암종에 도입돼 우수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이 발표됐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미소 교수는 “바이오마커가 강조되는 배경은 크게 3가지”라며 “하나는 암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해 맞춤 치료를 하고자하는 정밀 의학의 요구가 많이 높아졌다. 또 암 유전체에 대한 이해와 기술이 깊어졌고, 임상시험에 대한 관심 또한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바이오마커가 제대로 정립된 암은 극히 일부다. 전립선암, 췌장암에서는 유의한 바이오마커 자체가 발굴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가능성이 있는 마커 역시 일부 환자에서만 반응하는 정도다.

김 교수는 이번 ASCO 총회(Plenary Session)에서 발표된 4개 연구 중 하나인 POLO 연구를 소개했다.

POLO 연구는 생식세포(germ line) BRCA 돌연변이(이하 gBRCAm)를 가진 전이성 췌장암 환자에서 1차 유지요법으로서 올라파립(상품명: 린파자)의 효과를 확인했다. 통계에 따르면, gBRCAm는 전이성 췌장암 환자의 약 7%에서 발견된다.

BRCA는 DNA가 손상됐을 때 복구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로, 현재까지는 유방암과 난소암 등 여성암에서 작용하는 바이오마커로 알려져 있다.

연구는 gBRCAm이 있는 전이성 췌장암 환자 중 최소 16주 이상 백금 기반 항암 치료를 받은 후 질병이 진행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PARP 억제제인 올라파립과 위약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험 결과 올라파립 투여군의 무진행생존기간은 7.4개월로, 위약군의 3.8개월과 비교해 유의하게 길었다. 반응지속기간 역시 올라파닙 투여군이 24.9개월로 위약군의 3.7개월에 비해 우수했다.

이 연구 결과는 전이성 췌장암에서 바이오마커를 찾아 표적 치료를 시행해 성공한 첫 번째 연구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번 ASCO에서 올라파립은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에서 BRCA를 포함해 DNA 손상 반응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에 돌연변이가 있을 때 우수한 종양 반응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TOPARB-B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 이는 전이성 전립선암에서도 첫 표적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