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억 달러 베트남 의약품시장, 국내 제약 진출 방향은?
'내수-지분투자' · '수입-기능성식품·동양의학약품 등 제품군 다양화'
이승덕 기자 duck4775@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9-06-19 06:00   수정 2019.06.19 16:55
59억 달러 규모의 베트남 제약시장에서 국내사가 진출하기 위해 내수시장에서는 지분투자로, 수입약 시장에서는 건기식·동양의학약품 등 차별화된 제품군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최근 발간한  '베트남 제약/헬스케어 산업 정보(이주현 베트남 호치민무역관)'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베트남 의약품 시장규모는 약 59억 달러로, 이중 수입 규모가 28억달러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31억 달러는 현지 생산 규모다.

베트남 1인당 한 해 의약품 지출액은 약 61달러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BMI Pharmaceuticals report).

제품별로는 전문의약품(ETC) 시장이 일반의약품(OTC) 대비 약 3배 정도 시장규모가 크며(2019년 기준 ETC:OTC = 49억:16억), 전체 시장의 약 75%를 차지한다.

2018년 한 해 베트남 의약품 수입시장 규모는 약 28억 달러이며, 주요 수입 국가는 프랑스(11.4%), 독일(11.0%), 스위스(6,7%), 이탈리아(6.7%), 영국(4.8%), 스페인(2.8%) 등 유럽이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인도(9.3%)와 한국(5.8%)이 대표적이다. 한편, 베트남의 대외 수출규모는 약 1억 달러로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최근 베트남 제약사들은 수입의약품 유입 증가 대비를 위해 기술 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발효와 EU-베트남 FTA 체결로 베트남의 의약품 수입이 늘어나 베트남 시장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CVI Cosmetic & Pharmaceutical(CVI)사 판반히우(Phan Van Hieu) 회장은 "하노이 호아락 하이테크 파크(Hoa Lac Hi-Tech Park)에 첨단 의료 공장 설립을 진행 중이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을 대비해 동양전통의약품 개발 확대와 그 비중을 전체 제품의 50% 이상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Domesco, DHG(Hau Giang Pharmaceutical), Imexpharm 등 다른 베트남 주요 제약사들 역시 시장 경쟁 치열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 및 연구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많은 베트남 기업들이 다국적기업들의 시장지배력이 높은 ETC(처방의약품, 전문의약품) 시장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현지 제약사들이 외국인 지분 상한선을 철폐하고 있는 변화도 있다.

베트남 최대 제약사 DHG는 2018년 7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외국인지분한도(foreign ownership limit, 이하 FOL)를 없애고 100%까지 허용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대웅제약이 지분투자하는 베트남 2위 제약사 트라파코(Traphaco)역시 외국인지분한도(FOL)를 없앨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3위 제약사로 평가받는 Domesco(DMC)는 이미 칠레의 에보트 레버러토리(Abbott Laboratories, 미국 Abbott사 자회사)가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주현 무역관은 "이처럼 베트남 주요 제약사들이 외국인지분한도를 철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외자유치를 통해 R&D 투자를 늘리고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의약품 유통시장에서는 최근 베트남 주요 기업들의 소매 의약품 유통시장 투자가 활발하다. 이로 인해 베트남 약국들이 점차 현대 유통채널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

예를 들어, 2018년 4월 베트남 시총 1위 기업 빈그룹(Vingroup)은 제약 산업 진출을 발표하며, 같은 해 11월 하노이에 소매 약국 브랜드 ‘VinFa’를 출범시키고 베트남 북부 박닌성에 VinFa Drug Research and Production Center를 설립했다.

베트남 주요 드러그스토어 중 하나인 Pharmacity는 호찌민시, 빈증, 껀터, 하노이 등 베트남 주요 도시로 유통망을 확장해 2019년 6월 기준 매장 수를 196개까지 늘려 베트남에서 가장 큰 약국 체인점 중 하나로 성장했다. Pharmacity는 2021년까지 베트남 전역에 매장 수를 1,000개 이상까지 늘릴 계획

베트남 보건부에 따르면 베트남 내 약국 수는 약 5만 7천여개로 대부분이 가족 단위의 소규모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현대 소매 채널 비중은 전체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이주현 무역관은 "주요 베트남 제약사들은 과거 설립 당시 국영기업(SOE)으로 출발했거나, 현재도 베트남 정부 지분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일부 존재한다"면서도 "최근에는 시장경쟁력 향상, 생산시설 확충, 기술이전, 제품개발을 위해 외자유치를 늘리고 외국인지분제한(FOL)을 철폐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에 "베트남 제약시장은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베트남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 제약사들은 현지 기업 지분 인수를 통한 진출이 가능하다"면서 "이미 일본, 유럽, 미국 등의 제약사들이 지분 투자를 통해 전략적 제휴를 맺고 현지 제약사와 업무 협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입의약품 시장에서는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무역관은 "베트남 제약사들은 연구개발 능력 및 신약 개발을 위한 자본적 여력이 매우 낮기 때문에 특허가 만료된 제네릭 제품 개발에 집중돼 있다"며 "전문약 등 의사 처방 약품 시장에서 수입의약품의 비중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기업에 대해서는 "시장경쟁이 치열한 제네릭 시장보다는 다양하고 차별화된 제품을 통해 제품력을 강화해 對베트남 수출을 늘려야 한다"며 "베트남 제약사들은 최근 기능성식품 및 동양의학약품 개발에 힘쓰는 등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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