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백신기구 IVI, 뚜렷한 '빛과 그림자'
국내협업 경구콜레라 백신 UN조달 80% '성과'…조직운영·예산 '부족'
이승덕 기자 duck4775@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9-03-27 06:00   수정 2019.03.27 06:48
국제기구 IVI가 콜레라 백신의 국제조달로 분명한 성과를 낸 반면, 국내외 협력 및 조직운영 등 진정한 국제기구 역할을 위해 넘을 산이 많다고 진단됐다.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제백신연구소 협력 활성화 포럼-국제보건의료향상 및 백신산업글로벌화방안' 토론회에서는 국내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 IVI의 '빛'과 '그림자'를 한 번에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국제백신연구소(IVI)는 감염성 질병으로 인한 개발도상국의 고통 해소를 목표로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저렴한 백신의 발굴·개발·보급을 위해 UNDP의 주도로 1997년에 설립됐으며, 한국 정부가 유치한 국내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이다. 

IVI는 개도국에서 주로 발생하는 질환(콜레라, 장티푸스, 이질 등) 및 세계적 유행 우려가 있는 감염병(뎅기열, 메르스 등)의 백신 연구 개발과 보급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IVI와 국내 제약바이오벤처 유바이오로직스와의 협업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소개됐다.

유바이오로직스에 백신 개발을 기술이전해 개발한 '경구용 콜레라 백신'은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백신 취약 국가에 보급되고 있다.

해당 백신은 WHO에서도 '획기적'이라고 표현할 만큼 효과가 뛰어나고, 연간 10만 명에 달하는 콜레라 사망자를 2030년까지 90% 감축하겠다는 WHO의 '엔딩 콜레라 2030' 계획을 이끌어내기도 한 만큼 전 세계 콜레라 위험지역에서 선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바이오로직스 백영옥 대표이사는 토론회에 직접 참석해 이러한 성공의 과정을 소개했다.

백 대표는 "IVI는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방역용 경구용 콜레라백신을 개발했고, 인도에 이어 2010년 바이오로직스를 WHO기준에 부합하는 시설구축의 조건으로 2nd Manufacturer로 선정해 경구용 콜레라백신 기술이전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로부터 5년만인 2015년 12월에 년간 600만 도스 생산기준으로 WHO PQ(유비콜)를 받고, 이어 2017년 8월에는 년간 2,500만 도스, 플라스틱튜브 제형(유비콜-플러스)의 추가 허가를 득했다"며 "기술이전 및 개발과정의 비임상, 임상1상, 임상3상에 있어서 IVI 전문가는 각 부문의 전문가를 통해 지원했며, 특히 GMP시설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BMGF로 지원받도록  도와줬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경구용 콜레라 백신은 유바이로로직스가 2017년 650만, 2018년 1650만 도스를 WHO에 공급하는 성공적 결과를 냈고, 이는 유엔 조달물량의 80%이다.

이러한 성공적 기술이전 및 상업화는 국제백신연구소와 산업계가 이룩한 성공적인 PDP(Product Development Partnership)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IVI가 국제기구임에도 가진 많은 어려움이 확인되기도 했다.


국장이 이사로 직접 IVI 운영에 참여하는 외교부에서는 운영상 당면한 문제들을 풀어냈다.

외교부 국제기구국 인권사회과 정진호 서기관은 "IVI는 이윤추구 없이 제약을 받지않고 국제비영리기구"라고 정의하며 "활동강화를 위해서는 참여국가 확대와 안정적·지속적인 예산확보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특히 "IVI는 현재 WHO 35개 서명국에 비준마련국가 17인데, 운영비를 지급하는 국가가 매우 소수이고 여타활동도 저조하다"며 "2012년 IVI가 재정기역국·유관국제기구가 참여하는 총회 카운슬을 설립했으나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서기관은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국가가 참여한다면 IVI의 가시성이 재고돼 다른 국가들이 참여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학회들은 학계와의 대화부족과 산학연 연계성 부족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대한백신학회 강진한 회장은 "IVI 초창기에 백신 관련 역학 및 임상 연구의 교류가 활발히 있었으나 이후 IVI의 전문 분야별 체계를 갖추는 시기부터 오히려 교류가 소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IVI가 체계가 잘 구축돼 백신 개발에까지 역할이 확장되는 시기로, 전문학회와 실질적 교류가 필요하다"며 "이런 측면에서 학술적 교류를 위한 모임이 정례적이거나 자주 있기를 소망한다"고 당부했다.

같은 맥락으로 대한감염학회 김양수 이사장은 "현재 IVI, 감염학회, 정부, 기업이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느낌이 든다"며 "백신산업 글로벌화를 위해 백신리서치, 백신포럼 등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이사장은 "백신개발이야말로 임상역학, 백신학, 면역학 등 다양한 분야 협력이 필요하다"며 "백신개발에 필요한 다학제적 협력으로 필요한 우선순위의 백신을 정하고 학계 및 산업계와 지속적으로 교류할 모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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