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골수종 신약 접근성 부족…‘경구제’ 보편화 기대”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백민환 회장 “환자·약제 특성 고려한다면 급여 필요”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9-03-26 06:00   수정 2019.03.26 06:43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골수종(multiple myeloma)'은 여전히 완치가 어려운 암종으로 꼽힌다. 재발이 많고 발병 연령이 높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이 암의 치료 또한 선택지가 많을수록 좋다.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백민환 회장<사진>은 “다발골수종 환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전 세계에서 개발되고 사용되는 신약의 빠른 국내 도입”이라고 말한다.

다발골수종에서 현재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약의 내성 때문에 1차 치료제를 사용한 이후에도 2차, 3차, 많게는 4차 치료제까지 투여를 거듭해야 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약제가 주사제형이기 때문에 고령의 환자들은 약의 투여 행위 자체에 대해서도 시간적,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백 회장은 “주사제 사용 시 다발골수종 환자가 겪는 어려움이 큰 만큼 경구제 옵션이 보편화됐으면 한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현재 다발골수종에 사용 가능한 1차 치료제는 보르테조밉과 레날리도마이드가 있다. 1차 치료 후 재발한 경우 2차 치료로 사용할 수 있는 카필조밉 3제 병용요법(카필조밉, 레날리도마이드, 덱사메타손)은 위험분담제(RSA)를 통해 급여 혜택을 받고 있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익사조밉 등 경구제 옵션이 개발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카필조밉 3제 병용요법이라는 대체 약제가 있다는 이유로 이후에 허가된 3제 병용요법(익사조밉, 레날리도마이드, 덱사메타손/엘로투주맙, 레날리도마이드, 덱사메타손)은 RSA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사실상 환자들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백 회장은 “새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국내 허가나 급여 적용까지 시간이 걸려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하면서 “최근 국내 허가는 받았지만 아직 급여가 적용되지 않은 약제들이 늘고 있어 한편으로는 신약 출시보다 보험 급여 적용이 더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발골수종에서의 경구제는 주사제로 인한 스트레스가 큰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켜 줄 수 있다. 이처럼 환자와 약제의 특성 모두를 고려해야 하는 다발골수종 환자들을 위해 이제는 정부가 선발약제의 독점권을 없애는 등 RSA를 전면 개선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의 신약 접근성은 선진국보다 한잠 뒤떨어진다. 선진국에서는 신약이 출시되면 환자가 복용하게 되기까지의 시간이 비교적 짧다. 국내에서는 아직 급여가 적용되지 않은 약이 외국에서는 이미 급여 적용돼 환자들에게 쓰이고 있는 것이다. 국내 환자 입장에서는 답답한 마음과 함께 신약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발골수종에서 신약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상황 자체는 희망적”이라고 백 회장은 말했다.

백 회장은 “카르필조밉 3제 병용요법은 단기에 관해에 이를 수 있고, 익사조밉 3제 병용요법은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이처럼 치료 효과가 우수한 약제들이 개발되고 있는 점은 희망적이다. 언젠가 다발골수종 환자들이 비타민을 복용하듯이 치료제를 하루 한 알씩 먹으며 재발없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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