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치료제가 전무한 비알코올성 지방간(NASH)에 대한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열기가 고조되며 첫 치료제 탄생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NASH는 간에 지방 축척과 염증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 진행성 질환으로 간손상 또는 섬유화를 유발해 말기 간질환, 간암 등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후가 양호하지 않음에도 불구,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는 만큼 개발에 성공한다면 엄청난 경제적 및 사회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화이자와 노바티스가 공동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비독점적 임상개발 제휴계약을 체결하고 전임상 및 임상 1상 단계의 시험을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특이한 부분은 단일제가 아닌 복합제로 개발될 것이라는 부분이다.
복합제 개발을 위한 시험을 진행할 신약 후보물질 중에는 화이자가 개발 중인 아세틸 CoA-탈탄산효소(ACC) 저해제 ‘PF-05221304’, 디아실글리세롤 O-아실기 전이효소 2(DGAT2) 저해제 ‘PF-06865571’ 및 케토헥소인산화효소(KHK) 저해제 ‘PF-06835919’ 등이 속해있으며, 노바티스가 개발 중인 파네소이드 X 수용체(FXR) 촉진제 중 비 담즙산의 일종인 트로피펙서(tropifexor)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제약기업 바이킹 테라퓨틱스 또한 새 NASH 치료제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새로운 간 선택적 갑상선 수용체 베타촉진제 계열의 NASH 치료제로 개발이 진행 중인 ‘VK2809’가 임상 2상 시험에서 주목할 만한 효능을 나타낸 것이다.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12주 간 VK2809를 복용한 환자들의 경우 위약 복용군과 비교했을 때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가 20% 이상 감소됐으며, 간내 지방 또한 8.9% 감소한 위약군에 비해 58.1% 감소라는 수치를 나타냈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유한양행의 행보가 눈에 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1조6천억 규모 기술수출에 이어 최근 미국 제약기업 길리어드사이언스와 NASH 치료 신약후보물질 라이선스 및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길리어드는 2가지 약물표적에 작용하는합성 신약 후보물질에 대해 전세계에서 개발 및 사업화 권리를 갖게 되며, 유한양행은 대한민국에서 사업화 권리를 유지한다. 유한양행과 길리어드는 비임상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하고, 길리어드는 글로벌 임상 개발을 담당하게 된다.
유한양행 측은 올 4분기 후보물질이 도출될 것으로 예측되며, 그럴 경우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임상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미약품은 바이오의약품 약효 주기를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랩스커버리 기술을 통해NASH 치료제 ‘HM15211’를 개발할 예정이다.
HM15211은 NASH 외에 간 섬유증에서도 효과를 확인했으며, 올해 3분기에 1상을 완료하고 4분기 중 임상 2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진행될 NASH 치료제 개발 방향은 간섬유화 억제와 섬유화된 간을 되돌리는 효과를 입증하는 부분 및 이상 반응 여부가 관건으로 꼽힐 전망이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윤준 교수는 “NASH 치료제는 궁극적으로 간섬유화를 막거나 다시 되돌리는 방향으로 개발돼야 한다. 간섬유화가 진행되면 NASH는 결국 간경화나 간암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간섬유화를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병의 진행 속도가 빠른 자가면역성 간염, B형간염, C형간염, 알코올성 간질환과 달리 비알코올성 간질환은 비교적 느리다. 즉 NASH 치료제는 간섬유화를 막고 부작용이 없는 방향으로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