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K’ 타겟 항암제, 본격 데이터 대결 열렸다
장기 추적 데이터 ‘잴코리’-CNS 전이 강력 작용 ‘알레센자’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8-08-01 06:00   수정 2018.08.01 09:05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을 타겟으로 하는 치료제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와 ‘알레센자(성분명: 알렉티닙)’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은 ALK 유전자의 염색체 재배열로 인해 발생한다. 세포 속 ALK는 EML4와 융합해 EML4-ALK 융합단백질을 발현시키는데, 이 단백질이 세포 내 신호 전달 계통을 활성화시켜 해당 세포들을 암세포로 바뀌게 하고 이 경로를 통해 암세포들의 생존을 돕는 것.

이는 80년대 사용된 단일 제제(single agent), 90년대 들어 시도된 백금 기반 이중 요법(Platinum-doublet), 2000년대 활성화된 EGFR을 타겟하는 항암제들을 잇는 새 치료제 개발의 초석이 된 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시장에서 승부를 겨루고 있는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는 잴코리와 알레센자가 대표적이다.

2011년 FDA의 승인을 득하며 최초의 ALK 타겟 항암제가 된 잴코리는 ALK 표적치료제 가운데 가장 긴 장기 추적 데이터를 내세웠다.

잴코리의 PROFILE 1014 연구는 전신 치료를 받아본 적 없는 ALK 양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화학요법 대비 잴코리의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한 연구다. 지난 5월에는 추적기간 중앙값 46개월에 걸쳐 해당 연구의 2차 평가 변수였던 전체생존기간(OS) 및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가 발표됐다.

실험 결과 두 군의 4년 생존율은 잴코리 투여군이 페메트렉시드 및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군 대비 7.5% 더 높았다(56.6% vs 49.1%).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1차로 잴코리를 투여한 후 2차에서 ALK 표적치료제 투여 또는 ALK 표적치료제를 제외한 기타치료제 투여군으로 나눠 OS 중앙값을 비교한 부분이었다. 잴코리-ALK 표적치료제군은 OS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으나, 잴코리-기타치료제 군은 20.8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알레센자는 중추신경계(CNS) 전이, 즉 뇌전이 환자에서 강력한 활성을 보인 ALEX 연구 데이터에 집중했다. 글로벌 3상이었지만 연구에 참여한 40%가 아시아인이었으며, 40% 환자가 뇌전이를 갖고 있었다.

데이터에서 나타난 12개월 간 누적 CNS 전이 발생률을 분석한 결과, 알레센자 투여군의 CNS 전이 발생률은 9.4%인 반면 잴코리 투여군의 CNS 전이 발생률은 41.4%였다. 또 알레센자는 CNS에서의 질병 진행 위험을 잴코리 대비 약 84% 감소시켰다.

대부분의 약제가 뇌의 혈액 내 장벽(BBB)를 뚫지 못하지만 알레센자는 항암제의 흡수를 방해하는 P-gp(P-glycoprotein)의 영향을 받지 않아 뇌로 바로 전달된다. 따라서 뇌에서도 높은 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5~35%가 진단 당시 뇌 전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같은 결과는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알레센자는 치료 경험이 없는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잴코리 대비  3배 이상 개선된 34.8개월이라는 무진행생존기간(PFS) 중간값을 보였다. 이전에 잴코리 투여 경험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도 8.9개월의 PFS 중간값을 나타내 1, 2차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모두 높였다.

그러나 현재 국내 1차 치료에서 급여 가능한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는 잴코리가 유일하다. 잴코리를 제외한 ALK 표적치료제의 경우 1차 치료에서 잴코리 실패 후 2차 치료제로 사용할 시에만 급여가 인정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안진석 교수(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는 “알레센자의 경우 임상 데이터가 고무적인 것은 맞지만, 제한된 급여기준 때문에 자유로운 처방이 불가하다. 이런 부분들이 개선돼 환자들에게 더 많은 치료 옵션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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