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철 서울의대 교수가 지난 12일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열린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관련 쟁점과 해결과제’ 간담회에서 ‘의사인력 추계와 의료개혁의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약업신문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정원 증원’을 합리적으로 논의하려면 ‘비수도권’이 종합병원과 동네의원이 연계된 의료체계를 갖추고, 지불보상 체계를 ‘가치기반 수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12일 국회입법조사처가 개최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관련 쟁점과 해결과제’ 간담회에서 “의료개혁은 의료서비스 제공체계와 지불보상 체계 혁신이 핵심”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홍윤철 교수는 정부가 이번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검토한 의사수급 추계 보고서를 쓴 연구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최근 의대 증원 근거로 자주 언급되는 ‘OECD 비교 임상의사 수와 의사 노동량’에 대해 어느 하나만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되며, 이 둘을 함께 놓고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적으며(평균 3.4명),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연간 16.6회, 평균 재원일수는 18.5일로 외래는 가장 많고 평균 재원 일수는 두 번째로 길다. 의사의 상대적 노동량은 OECD 평균 대비 약 3.37배로, 우리나라 의사가 과도한 노동에 시달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증원 이슈가 등장했다면서도, 증원 후 일정 시점에는 의사 수가 다시 과잉이 된다며 최대 ‘1500명’ 증원을 전제로 연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2000명을 증원한다면 의사 부족 문제는 없어지지만, 그 다음은 ‘잉여’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를 어떻게 해소할 지에 대해선 답을 할 수가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돌아오는 시점에 대해서도 함께 고려해 증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는 의료개혁이 없다는 가정 하에 도출된 시나리오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그는 지방에서의 의사 수 변화에 주목했다. 지역별 수급 추계 시나리오를 요약한 결과 의사 수가 부족한 지역은 수도권이 아닌 지방인 만큼, 의대정원 확대는 ‘비수도권’에 국한해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수도권은 이미 의사 수가 넘친다. 이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로 지역은 지금도 의사 수가 부족하고 앞으로도 굉장히 부족해질 것”이라며 두 문제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전체로 묶어 총 의사 수를 몇 명 늘리겠다는 정책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OECD는 오는 2030년 우리나라 의료비가 현재 건강보험료의 1.6배가 될 거라고 전망했다. 홍교수는 “이를 해결하려면 ‘수가 제도’라 불리는 지불 보상체계의 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상급종합병원부터 1차의료기관까지 연계된 네트워크 의료체계를 추진하고, 행위별수가제를 가치기반 수가체계로 전환해야 진정한 의료개혁이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것이 잘 추진되면 의사 증원 목표는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망률이 줄어들거나 치료율이 높아지는 것, 예방이 되거나 건강지표가 개선되는 것 등이 의료서비스의 성과다. 이제는 성과 지표를 가지고 지불 보상을 해주자는 게 가치 기반 수가제도”라며 “이런 근본적 변화 없이 행위별 수가 제도를 끌고 가는 한 이 질곡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부는 가산 수가로 더 주겠다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의료개혁이 잘 되면 의사 수 부족 문제는 현재 목표치인 2000명의 4분의1, 3분의1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의료개혁이 성공하면)정부도 더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해지고 의료비도 절감될 뿐 아니라 국민이 가장 혜택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