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백신 구매 입찰 담합행위로 조달청 입찰 참가가 제한된 32개 업체 중 8개 업체가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제재 처분을 중단시킨 후, 입찰에서 낙찰받아 진행한 계약금 규모가 2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에 따르면, 국가예방접종 백신구매 입찰 담합에 가담한 32개 업체의 담합행위는 2019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BCG 백신공급과 관련해 한국백신 등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에 대한 검찰 고발내용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적발됐다.
특히 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SK디스커버리(구 SK케이칼) 등 3개사의 경우 인플루엔자 백신 담합으로 2011년 6월 제재 처분을 받은 이력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입찰담합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32개 업체는 올해 7월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409억원(잠정금액)의 과징금 부과조치를 받았다.
조달청 자료에 따르면, 32개 업체 중 이달까지도 제재 여부가 최종결정되지 않은 5개 업체를 제외한 27개 업체는 2021년 1월7일 부정당제재 처분(입찰 참가자격제한 처분)을 받았다. 그 중 11개 업체는 법원을 통해 제재 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했고, 동시에 10개 업체는 이를 근거로 처분을 중단케 하는 집행정지를 신청, 9개 업체가 인용받아 조달청의 제재 처분을 지연했다.
특히 집행정지를 통해 제재 처분을 지연한 8개 업체는 집행정지 기간 조달청에서 수행한 총 164건의 입찰에서 총 19건을 낙찰받았다. 이 중 입찰에 가장 많이 참여한 A업체의 입찰참가 건수는 81건에 달했으며, 국내 유명 백신총판 B업체는 11건의 입찰에 참여해 10건을 낙찰받아 1800억원의 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B업체를 포함한 3개 업체도 아직 집행정지 취소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다.한편 질병청은 인재근 의원실이 지난달 담합 가담업체에 대한 추후 조치내용을 묻는 질문에 재발 방지를 위한 간담회 등 교육과 계도를 실시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질병청은 지난 18일 조달청과 함께 국가예방접종 백신 담합행위 재발방지를 위한 합동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 자료에 따르면, 당일 이뤄진 백신 제조‧수입사(12개 업체)의 의견수렴 내용을 반영해 다음달 중 내년 국가예방접종 백신 계약방식에 대해 조달청과 협의할 예정이다.
인재근 의원은“담합행위 적발로 과징금 부과조치까지 받은 업체들은 불법행위를 반성하지 않고 이와 전혀 동떨어진 행태를 보여줬다”며“공정위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조치를 성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 의원은 “관행적인 국가백신 입찰 담합행위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기관으로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고 책임회피, 방관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질병청과 조달청 또한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적극적 자세로 백신 공급 및 유통의 독점적 구조 등 주요 특성을 보다 면밀히 분석해 나쁜 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합리적인 국가 백신 공급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