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중심 지역완결형 필수의료 살리기, 혼란 부추길 가능성 커 ”
심평원 이진용 연구소장, 사립대 병원에서 조건 좋은 국립대 병원으로 '엑소더스' 현상 일어날 수도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07-20 06:00   수정 2023.07.20 06:01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9일 개최한 ‘제4차 의료보장혁신포럼’에서 박민수 제2차관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정부가 지역완결형 필수의료 체계 구축에 나섰지만 적극적인 개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진용 연구소장은 19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개최한 ‘제4차 의료보장혁신포럼’에서 지난달 개원 1주년을 맞이한 중앙대광명병원 사례를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소장은 "중앙대가 광명병원을 개원하면서 인력 충원을 위해 모교 출신들에게 연락하자 중대 출신 진주 경상대병원 교수까지 올라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지역 필수의료 지원 방안으로 국립대병원에 돈, 인력, 제도적 지원 등이 몰리게 된다면 정부 의도와는 달리 부작용만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의사 연봉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립대병원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릴 경우, 국립대병원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지역 필수의료를 안정화한다는 의도와 달리 사립대병원 의사들이 대거 국립대로 이동해 부작용과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립대병원이 지역거점 병원일 경우 해당 지역에 더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고 이 소장은 지적했다.

그는 “현재 지역 필수의료 살리기는 긴 어둠의 터널 입구에 서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필수의료를 그냥 두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국민들 사이에 형성돼 정부가 모른척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21년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공공의료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국립대병원의 역할과 기능 정립은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되서 해야 한다”며 관련 논의를 본격화할 것을 강조했다. 같은 당 서동용 의원 역시 지난해 국립대병원 의사와 간호사의 1년 이내 퇴사 비율이 각각 32.6%, 41.1%에 달한다며 공공보건의료 관리체계 정비를 위해 국립병원 소관부처를 복지부로 그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립대병원의 소관 부처는 교육부다.  의료계는 국립대병원의 인력 확충과 예산 지원 등의 문제 해결이 시급함에도 교육부가 기재부의 눈치만 본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들어 국립대병원의 소관 부처를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이관하는 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 소장은 “몇 년 전만 해도 국립대병원의 복지부 이관을 환영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며 “하지만 복지부로 이관했을 때 국립대병원이 지역거점병원으로서 안정화되지 못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립대병원이든, 사립대병원이든 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면 정부는 지금까지 제공하지 못한 지원을 해야 한다”며 “사립대는 재정적 지원을 늘리고 국립대는 의사에게 고용 안정성을 제공하고 각종 규제를 해소하는 등 병원 상황에 맞게 지원체계를 만들어서 시작하는 게 가장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국립대병원은 정부 주도로 흘러갈 경우 각종 규제가 더해지는 걸 걱정하게 마련"이라며 "정부는 보조적 역할을 하면서 상황을 서서히 이끌어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보건사회연구원 여나금 연구위원은 ‘권역책임의료기관 중심 지역 완결 필수의료전달체계 혁신방안’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지방의료원‧민간병원 등과 비교해 재정지원체계가 열악한 국립대병원에 대한 국가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 위원은 “국립대 중심 권역책임의료기관이 지역필수의료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은 물론 총액인건비 및 증원확대 관련 규제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지역‧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충원과 이탈방지를 위해 전공의 수련에 대한 국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제안했던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를 언급했다.

그는 “지역‧필수의료 중심으로 수련병원 전문의의 추가 고용을 지원해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향후 의사인력 수급이 확대될 경우, 충원된 의사의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국립대 필수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탄력적 의사고용체계 확산과 다양한 고용계약 모형을 개발해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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