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의약품 부족 현상…식약처의 선택은?
원료 의약품 자급화 추진...부족 예측 가능한 AI 개발·유통 및 공급 관리도 손대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07-14 06:00   수정 2023.07.14 06:01
전 세계적으로 의약품 부족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민관협의체 구성, 실시간 모니터링, 원료 의약품 국산화 등을 통해 극복에 나섰다. 사진은 식약처 전경. © 약업신문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의약품 부족 현상의 해결책으로  ‘자국내 생산’이 떠오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의약품 원료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 지원 등을 통한 극복에 나섰다.

최근 유타대학 의약품 정보 서비스 센터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 내 295건이었던 의약품 부족 건수는 올해 1분기 301건으로 최근 5년 내 최고치에 달했다. 

제약선진국인 미국에서도  현재 어린이용 감기약과 같은 일반 의약품부터 식염수, ADHD 치료제, 항생제, 항암제 및 각종 처방약에 이르기까지 역대 최악의 의약품 부족사태를 겪고 있다.  부족한  의약품 대부분이 필수 의약품이어서 사태는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연방 국토안보위에서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부족 사태 배경에는 ‘원료 의약품 수입 의존’과 적시 제조 관행으로 인한 ‘수요량 예측 시스템 부재’ 등이 있다. 

미 정부는 여러 차례 행정명령과 보고서 발간, 법안 발의를 통해 의약품 공급망 강화에 나섰다. 미 정부는 최근 미국 내 생산 확대 강화를 위해 50~100 품목으로 구성된 필수 의약품 리스트를 작성, 해당 의약품들의 자국내 생산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등 세부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의약품 자급률을 높이고 동맹국들과의 유대관계를 강화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더불어 잠재적인 의약품 부족 예측 도구 개발, 의약품 제조시설 품질 등급제 신설, FDA 불시 점검 확대, 수입 의약품 테스트 강화 등 의약품 공급 저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의약품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프랑스 역시 자국내 생산을 해결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6월 13일 수입 의약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자국 내에서 인슐린부터 항생제, 해열진토제인 파라세타몰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부족을 경험한 필수 의약품의 생산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해외에서 생산되고 있는 50가지 필수 의약품을 만들 수 있는 450개 주요 성분분자 목록을 작성해 공급망 안정화에 나서고, 향후 수 주 내에 50개 중 절반의 의약품을 프랑스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이전하거나 생산을 증가시킬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영국 제약사인 GSK로부터 프랑스 서부에 있는 아목시실린 항생제 생산시설 현대화와 고용 확대를 위한 2200만 유로(역 312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더 나아가 프랑스는 1억 6000만 유로(2270억원) 이상을 8개 신규 생산 프로젝트에 투입해  마취제, 진통제 및 항암제 등의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의약품 부족 사태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의약품 원료 해외의존도 낮추기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도가 특히 높다. 2021년 기준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4.4%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자급률이 11.9%로 곤두박질쳤다. 자급률이 30%를 웃도는 일본, 유럽 등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은 실정이다. 특히 원료의약품  46.1%(2021년 기준)를 중국과 인도에서 수입하고 있어 글로벌 밸류체인 붕괴에 매우 취약한 구조라는 점도 큰 문제다. 

코로나19 기간 항생제, 감기약 등이 원료의약품 부족으로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자 의약품 원료 해외 의존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팬데믹 당시 품귀 사태를 빚었던 타이레놀 등 주요 감기약의 핵심 원료 8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수입처 다변화 및 국산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식약처는 국가필수의약품 중 해외 의존도가 높은 의약품의 자급화를 위해 생산기술 개발지원을 지난해 시작해  2026년까지 진행하고 있다.  원료 의약품인 △아미오다론 △케토코나졸 △벤세라지드와 완제의약품인 △아미오다론 정제 △아미오다론 주사제 등 총 5개의 의약품이 대상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향후 보다 내실 있는 모니터링을 위해 공급중단보고 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원료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의약품 원료 국산화 추진과 함께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월 식약처는 부족약 사태 해결을 위해 보건복지부 심사평가원 등 관련 정부기관,  대한약사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의약품유통협회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발족했다.  또 식약처는 품절 약사태를 미리 대처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예측  모델 개발에 나섰다.  식약처는 그동안은 부족약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의약품 제조업체에 증산 요청이나 생산 및 공급량을 관리해왔으나 앞으로는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까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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