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특정 바이오기업 R&D 지원현황(단위: 백만원).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이해충돌 논란을 낳은 제약·바이오 주식을 처분했다고 밝힌 가운데, 해당 기업들이 최근 5년간 정부로부터 받은 기술개발(R&D) 지원금은 총 85억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백 청장은 취임 전 주식거래내역을 개인정보를 이유로 제출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확인한 결과, 백경란 질병청장과 관련 있는 알테오젠, SK바이오팜, 바디텍메드 등 3개사가 최근 5년간 복지부로부터 85억7,900만원의 정부출연금을 지원받았다고 8일 밝혔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재산현황에 따르면, 백 청장 명의로 된 상장주식은 총 2억4896만원이다. 그 중 ▲신테카바이오 3332주 ▲바디텍메드 166주 ▲알테오젠 42주 ▲SK바이오팜 25주 ▲SK바이오사이언스 30주 등이 문제가 됐으며,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은 취임 직후 처분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알테오젠은 신약개발과 연구중심병원 육성 R&D 사업 등에 총 23억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SK바이오팜은 신약개발지원에 총 36억5,000만원, 바디텍메드는 국가감염병위기대응 및 진단기술 개발, 글로벌경쟁력 확보제품 개발 등에 총 25억7,900만원을 각각 지원받았다.
즉 백 청장은 해당 주식에 대해 “업무 관련성이 있는 회사가 아니어서 문제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해당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복지부 지원을 받고 있었던 셈이다. 특히 국가감염병 위기대응이나 진단기술 개발, 신약개발 사업은 질병청과 직결되는 분야다. 특정 업체는 최근 원숭이두창 진단키트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백 청장은 지난 4월 25일 윤석열 정부 인수위 사회분과를 대표해 '바이오·헬스 한류시대’라는 주제로 국정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제약 바이오 혁신 위원회 신설 ▲혁신 신약 개발지원을 위한 글로벌 메가펀드 조성 ▲바이오·헬스 특화 규제샌드박스 운영 등이 핵심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백 청장이 보유했던 바이오기업의 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해충돌을 피할 수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김원이 의원은 “백경란 청장의 바이오주 논란으로 요즘 ‘질병투자청’이냐는 국민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임명 당시의 검증 과정이 적합했는지 등을 점검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해충돌을 알면서도 보유했다면 명백한 범죄행위이고, 문제의식이 없었다면 공직자 윤리의식이 부재한 것으로 자격미달”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원이 의원은 백경란 질병청장의 취임 전 주식거래내역 자료를 요구했으나, 질병청은 개인정보로 제공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