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니들 의약품 시대 성큼…식약처 품질 기준 '재정립'
CPHI Korea서 식약처 발표…임상 단계별 품질 고려사항 새롭게 반영
니들 개수·길이·간격 등 성상 관리부터 무균 여부 논의까지 제시
안전성과 과학적 타당성 확보 위한 업계-규제 당국 협력 필요성 부각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8-29 06:00   수정 2025.08.29 07:20
최정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보건연구관이  ‘2025 세계 제약·바이오·건강기능식품산업 전시회(CPHI Korea)’에서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품질 고려사항’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주목하는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품질 관리와 가이드라인 개정 방향이 공개됐다.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세계 제약·바이오·건강기능식품산업 전시회(CPHI Korea)’에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첨단의약품 품질심사과 최정윤 보건연구관은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품질 고려사항’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최 보건연구관은 “아직 국내 허가 제품은 없지만 7개 품목이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상황에서, 식약처는 합리적인 품질 심사 기준을 마련해 업계의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약물전달 기술, 마이크로니들의 가능성
마이크로니들(microneedle)은 미세한 바늘을 피부에 삽입해 약물을 전달하는 시스템으로, 기존의 경피 흡수제보다 더 넓은 약물 적용 가능성을 갖춘다. 각질층을 직접 관통해 미세한 채널을 만들기 때문에, 펩타이드, 단백질과 같은 고분자 의약품도 효과적으로 체내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주사제 투여가 필요한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나 백신 항원을 마이크로니들 패치로 적용할 경우 환자의 복약 편의성, 통증 최소화, 재사용 방지 등 다양한 이점이 확보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업계는 차세대 약물전달 플랫폼으로서 마이크로니들을 주목하고 있으며, 식약처 역시 이를 신개념 의약품으로 분류해 별도의 품질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국내 개발 현황과 임상 승인
현재 국내에서 임상 승인을 받은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은 7개 품목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용해성 타입이며, 일부는 코팅형으로 개발 중이다. 대표적으로 B형간염 백신을 마이크로니들 패치 형태로 임상 승인받은 사례가 있다. 아직 품목 허가를 받은 상용 제품은 없지만, 여러 기업이 임상시험과 사전 검토를 신청하며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최 보건연구관은 “국내에서 진행 중인 대부분의 연구가 용해성 타입에 집중돼 있으며, 이는 개발 과정에서 약물 전달 효율성과 안정성 관리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 개정 방향, 임상단계 품질 고려 강화
식약처는 2021년 제정된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품질 가이드라인을 올해 개정할 예정이다. 기존 가이드라인은 허가 신청 단계에 초점을 맞췄으나, 새 개정안은 임상 단계별 품질 관리 고려사항을 보완하는 데 중점을 둔다.
주요 개정 내용으로는 △성상 관리 강화, △물리적 특성 검증 △방출, 분해 시험 △미생물 관리 기준 △안정성 시험 확대 등이다.

우선 성상 관리를 위해 니들의 개수, 길이, 간격, 배열 등을 명확히 규정하고 균일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니들 개수와 배열이 곧 약물 함량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물리적 특성 검증을 위해 삽입 강도, 날카로움, 기계적 강도 등 니들의 물리적 성질을 평가 항목에 포함해 피부 관통력과 안전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방출·분해 시험을 통해 용해성 니들이 체내에서 일정 시간 내 완전히 녹아 약물이 방출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방출률이 낮으면 치료 효과와 직결되기 때문에 초기 연구 단계부터 엄격한 검증이 요구된다. 여기에 운송·보관 과정에서 니들이 파손될 수 있는 용해성 패치 특성을 감안해, 전 항목 안정성 시험을 권고한다.

업계와의 협의 쟁점, 무균 vs 비무균
발표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주제는 ‘무균 관리’ 여부였다. 마이크로니들이 피부 장벽을 뚫고 진피까지 약물을 전달하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감염 위험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식약처 내부와 의료계에서는 주사제와 동일하게 무균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러나 업계는 멸균 공정이 약물의 안정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초기 단계에서는 비무균 관리도 허용해 달라는 요구를 제기해왔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지난해 업계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임상 1상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단회 투여 시험에서는 비무균 관리도 가능하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품목 허가 단계에서 무균 관리 여부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품질 관리 세부 요소
최 보건연구관은 구체적인 품질 관리 항목도 강조했다. △광학 현미경 성상 시험을 통한 니들 파손·이물 여부 확인 △함량 균일성 시험 및 잔류 약물 평가를 통한 용해 효율 검증 △점착력·인장 강도 시험을 통한 패치 부착 안정성 확보 △제조 공정 검증을 통한 니들 개수·간격·길이의 일관성 보장 등이다.

이러한 관리 항목은 단순히 임상시험용 의약품뿐 아니라, 최종적으로 허가 신청 시 제출해야 할 자료로서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최 보건연구관은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은 새로운 제형인 만큼 품질 균일성과 무균 관리 문제를 명확히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임상 단계에서의 자료 준비가 향후 허가 과정의 지연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초기 임상에 국한된 제한적 적용이 이뤄지고 있으나, 향후 임상 2상·3상 및 품목허가 단계에서는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이러한 규제 방향에 맞춰 개발 전략을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식약처 역시 업계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합리적 기준을 확립하겠다는 입장이다.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은 아직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이미 7개 품목이 임상에 진입할 정도로 개발 열기가 뜨겁다. 식약처의 가이드라인 개정은 산업계가 직면한 현실적 난제를 반영하면서도 안전성과 과학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평가된다. 국내 최초의 마이크로니들 품질 관리 체계가 구체화되는 만큼, 향후 실제 허가 제품의 등장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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