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들이 ESG 대응에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인 화이자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중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있는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바이오헬스 수출기업 ESG 리포트 4편: 글로벌 바이오헬스 기업의 ESG 대응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진흥원에 따르면 선진국 글로벌 제약기업의 경우 개도국에 비해 환경에 대한 요구가 까다롭고, 기업 의무가 강조되는 만큼 환경(E) 의무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는 건물이나 사무소, 연구소 등에 탄소배출을 줄이거나 친환경 디자인을 접목해 물 배출이나 폐기물 배출을 줄이는 형태로 실천하고 있다. 또 실내 분무흡입기, 선풍기, 태양광 패널, 냉방시스템 등 내부 시설에 친환경 재생에너지나 탄소 저감 장치를 도입하기도 한다는 것. 글로벌 환경인증을 취득하거나 환경 프로젝트에 대한 대규모 투자, 환경보호 캠페인 등에 CEO가 직접 참석하는 등의 형태도 발견되고 있다.
보고서는 사회(S) 활동과 관련해 사회 캠페인, 빈민층‧소외계층에 대한 치료제 사회기부, 무상 지원 등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개발도상국 등에서 발생한 자연재해, 재난지원, 특정 질환을 앓고 있는 소외계층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구호 및 지원이 특징이라는 것이다.
이주하 보건산업혁신기획팀 책임연구원은 “국내 기업은 후진국이나 자연 재난 피해국에 대한 사회기부나 무상지원 등의 접근성이나 승인 등 제도적‧절차적 어려움이 있는 반면, 글로벌 제약사는 여러 국가에 지부나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어 비교적 개도국 접근이 수월해 사회 활동 전략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지배구조(G)와 관련해서는 경영적 접근보다는 인종, 성별 등의 차별을 없애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 EU 등 기업은 다양한 인종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에 노출되기 때문에 직원 및 이사회의 성별이나 인종별 비율을 조정해 차별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국내 제약기업은 인종차별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만큼 창업주와 이사회의 분리, 투명성 등이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약사별 ESG 대응 방식은
진흥원에 따르면 화이자는 2020년 3월 1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지속가능성 채권을 발행하고 발생한 이익 4,300만 달러를 그린디자인 및 신규 사무소 건설을 지원하는 환경 프로젝트에 투입했다. 이같은 환경보호 활동을 지속한 결과, 2012년 대비 물 배출 19% 감소, 폐기물 처리 15% 감축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1998년 Edna McConnell Clark Foundation과 공동 설립한 비영리 기구인 국제트라코마협회의 트라코마(결막질환) 퇴치 캠페인에 동참하고 캠페인을 지원하기 위해 2억 달러를 연구개발비로 제공해 치료제인 지스로맥스를 무상기증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9억2,500만개 이상의 치료제가 협회에 기증돼 40개국에서 1억8,400만명 이상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배구조(G)와 관련해서는 이사회의 여성 비율을 12명 중 4명으로, 다양한 인종 비율은 12명 중 3명으로 정하고 있으며, 코로나 백신 임상 시험 프로토콜을 대외적으로 공개해 기업정보공개를 수행하고 있다.
독일 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은 의약품 생산 및 공급업체의 물오염 관리를 시행하고 있으며, 친환경 디자인과 환경친화 화학물 프로세스를 적용한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 광견병 백신 7만5,000개를 무료 기증하는 한편, 전자책출판사 ‘Bookboon’을 후원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무료 E-book을 제공하고 있다.
영국의 다국적제약사인 GSK는 지난해 9월 엠마 웜슬리 CEO가 뉴욕 기후 주간 개막 행사에 참석해 미국과 영국 주요 제조시설에 재생에너지와 탄소 저감을 위한 5,000만 파운드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정량식 분무흡입기의 성능을 올리기 위한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다케다약품공업주식회사는 싱가포르 제조시설에 1,400만 달러를 투자해 건물의 에너지 소비량을 상쇄하는 태양광 패널 660여개와 천장 선풍기, 열 확산기 등을 갖춘 하이브리드 냉방 시스템을 보유한 ‘탄소배출 제로’ 건물을 신설했다.
프랑스의 글로벌제약사 사노피는 사회(S) 분야와 관련, 2018년 푸에르토리코 보건부 및 의료 구호 비영리 단체와 협력해 수천명의 지역 주민에게 독감 예방접종을 제공했고, Sanofi Patient Connection을 통해 미국 내 의료보험 적용에 어려움을 겪는 100만명 이상의 환자를 지원해오고 있다.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는 지배구조(G)완 관련해 임직원의 성별 비율은 최대 10%까지 허용해 각 성별이 45~55% 범위를 유지하도록 조정하고,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전체 직원 중 여성은 49%, 남성은 51%이며, 전체 경영진은 여성이 41%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SK증권은 SK바이오사이언스, 한미약품, 보령 등 지난 6월 ESG 경영 보고서를 발간한 국내 제약사들이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달미 신성장산업분석팀 연구원은 “SK바사는 출범 후 첫 번째 ESG 경영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주요 경영활동과 ESG 성과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며 “지난해 ‘사회적 가치(SV)’ 실적으로 3,399억원을 창출한 점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지속가능 혁신경영 목표와 성과가 담긴 리포트를 발간한 한미약품은 최근 안전보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안전보건 전담팀을 신설한 데 이어, 시민재해 TF를 운영하는 등 사회적 기여에 집중하고 있다”며 “보령 역시 이번에 첫 번째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여기에는 지난해 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 창출한 사회적 가치와 관련한 성과가 수록됐다”고 전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ESG 경영에 취약했던 국내 제약사들이 최근 ESG 경영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