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건강보험 재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상시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 개인위생관리가 생활화되면서 호흡기 질환과 감염성 질환 환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경감분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도 가입자 부담을 줄인 요인으로 꼽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을 계획된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했다고 15일 밝혔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현금흐름 기준 건강보험 재정은 연간 3,531억원이 감소해 누적 적립금은 17조4,1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당기수지보다 재정수지 감소폭이 2조5,000억원 축소된 수준이다. 건강보험종합계획과 비교해봐도 당초 전망한 당기수지보다 감소폭이 약 2조4,000억원 줄어들었다.
공단은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시점부터 비상경제 상황에 대응해 특별재난구역(대구‧경산‧청도‧봉화)과 취약계층에게 선제적으로 보험료 경감 및 코로나19 검사‧치료비 지원으로 가입자 부담을 완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관에는 코로나19 관련 수가 인상 및 급여비 지급기간 단축, 선지급 등을 신속히 시행해 의료공급체계를 유지시켰다.
이에 따라 전년대비 건강보험 수입은 7.9%인 5조4,000억원, 지출은 4.1%인 2조9,000억원 증가했다.
수입의 경우 보험료 부과 특성상 코로나19 발생 전년도인 2019년과 전전년도인 2018년 소득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한 만큼,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보험료 경감과 징수율 하락으로 인해 지난해 수입증가율은 전년대비 다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출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상시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 개인위생관리가 생활화되면서 의료이용행태도 합리적으로 변화된 원인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감기‧인플루엔자 등 호흡기질환과 세균성 장감염‧결막염 등 감염성 질환 중심으로 환자 수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지출증가율은 전년도 증가율보다 큰 폭인 9.7%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암‧뇌혈관 등 중증질환자와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 및 치매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 필수적 진료가 필요한 중증‧만성질환자에 대해서는 적절한 진료가 제공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단은 다만 지역‧연령‧소득 등 특성별로 각기 다른 의료이용 변화를 보일 수 있어 세부적인 분석도 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공단은 코로나19에 따른 지출증가율 둔화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의료이용 행태가 바뀌는 효과가 발생한 동시에, 응급 상황 시 적절한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한 경우도 있는 만큼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최근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 발생 후 응급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치료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는 비율이 39.6%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국민의 의료비 부담 경감을 위한 보장성강화 정책은 MRI‧초음파 등 의학적 필요성이 큰 비급여 항목에 대해 단계적 급여화가 진행되는 등 정상적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코로나19에 적극 대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지원금 확대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수립 당시, 정부지원금을 예상 보험료수입의 14.0%로 산정해, 2019년의 13.6%보다 0.4%p 확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보험료 경감분 중 2,656억원은 국고로 지원해 가입자의 부담을 줄였다.
그러나 보험료수입액의 20%로 규정돼 있는 법정 정부지원율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공단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완전 종식되기 전까지는 재정 불확실성과 변동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수입, 지출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이상징후를 조기에 포착‧분석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략적 재정관리를 실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