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WHO에서 의결된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화'에 대한 적절한 지침을 규정해 과잉의료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는 분석이 있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1일 이슈와 논점 발간에서 'WHO의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화 현황 및 과제(배관표, 김은진 입법조사관)'를 주제로 현안을 진단했다.
올해 5월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이하 WHO) 제72회 총회가 개최된 가운데, '게임이용 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 '6C51'을 새롭게 추가한 '국제질병분류 11번째 개정판(The 11th Revision of the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이하 ICD-11)' 발행이 의결됐다.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의 하나로 인정하겠다는 의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미국정신의학협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가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Fifth Edition)'에 '인터넷 게임이용 장애(internet gaming disorder)'를 '추가 연구가 필요한 항목 (conditions for further study)'으로 선정한 것이 사실상 시작이다.
여기에 2014년부터 WHO는 매년 '인터넷, 컴퓨터, 스마트폰 그리고 유사 전자기기의 과다 사용' 관련 회의를 열었다. 2014년 회의에서만 해도 게임이용 장애는 여러 중독적 행위들 중 하나로만 검토됐다.
그러나 매해 회의를 거듭할수록 논의가 게임이용 장애에 집중됐고,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화 제안까지 나오자 전문가들 간 찬반 논쟁이 크게 일었다.
반대 입장에서는 질병코드화 참고 연구들의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점, 행위중독의 정의가 물질중독의 정의에 기울어 있으며 그에 대한 장애의 증상과 평가에 대한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찬성 입장에서는 게임이용 장애와 같은 행위중독은 점점 게임에만 몰두하는 것(내성)과 안 하면 괴로운 것(금단현상)을 이미 포함하고 있고, 적절하게 즐기는 행동이 아닌 개인의 삶에 심각한 심리적 고통과 장애를 유발하는 과도하고 문제가 되는 행동을 병리화 할 필요가 있으며, 질병으로 인정함으로써 예방 및 치료에 적극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 할 수 있음을 주장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WHO 는 2018년 6월 18일 ICD-11을 사전 공개했다.
ICD-11은 게임이용 장애를 △게임이용 시간 이나 강도 등에 대한 통제력이 손상되고 △다른 관심사나 일상 행위보다 게임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게임을 계속하거나 더 하는 행동 패턴으로서 그 결과가 가족이나 사회 등에 큰 손상을 초래할 수 있을 만큼 심각하고 최소 12개월간 증상이 나타 나는 행동 패턴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WHO는 지난 5월 25일 이러한 ICD-11 발행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WHO는 게임이용 장애가 소수에만 해당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비록 소수일지라도 이들의 육체적·정신적 건 강 및 사회적 기능에 변화가 있다면 치료 프로그램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ICD-11의 효력은 오는 2022년부터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WHO 회원국으로서 ICD를 기반으로 질병을 분류하고 있으므로, 통계청이 5년마다 개정하고 있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orean Standard Classification of Disease and Cause of Death, 이하 KCD)'에 ICD-11 내용을 반영하게 된다.
통계청은 2025년 KCD-8에 반영할 수 있고, 2026년부터 현장에서 실제 적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게임산업협회는 WHO에 반대 의견을 개진할 예정으로, WHO 의결이 강제가 아니라 권유라는 점, 의도치 않은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결과가 되거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져올 수있다는 입장이다.
게임업계의 반발이유는 게임규제로 인한 산업 위축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2018년 12월 발표된 컨텐츠진흥원의 연구보고서에서는 질병코드화 실행 후 3년간 최소 5조1,000억원에서 최대 11조3,500억원의 산업 위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았다.
입법조사처는 "질병코드화와 게임산업 발전이 양립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나, 앞으로 대응에 따라 함께 갈 수도 있다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면서 "질병코드화는 게임에 병적으로 몰입하는 소수이용자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건의료계가 게임이용 장애를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며 "적절한 지침 없는 질병코드화는 과잉의료로 정상적인 것을 비정상 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자연 치유 가능성을 차단하며, 게임이용 장애 뒤에 숨겨진 진짜 원인을 눈감아버리는 역효과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일시적 게임 과몰입 이용자를 게임이용 장애자로 낙인찍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는 게임 이용자를 적극보호하기 위해 현행 제도를 점검하고 발전해야 한다"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는 이미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 세밀히 마련돼 있어 정부는 이에 근거해 게임 과몰입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2011년부터는 게임문화재단 후원으로 중앙대병원 등 전국 3차의료기관 5곳에서 게임과몰입힐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법조사처는 "게임업계가 자율 규제 등 자정노력을 이어간다는 전제에서 정부는 '결제한도제', '강제적 셧다운제' 등 불필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정부는 게임업계와 함께 규제개혁에 나서 업계 우려를 불식해야 하고, 국회는 노력이 지속되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