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락소 '일급비밀' 마케팅 전략 病팔아~
제품 자체 부각보다 질병 이해도 확산에 초점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6-10-26 15:28   수정 2006.10.26 18:15

   지난해 5월 FDA의 적응증 추가 승인을 얻어냈던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의 하지불안 증후군(일명 흔들다리 증후군) 치료제 '리큅'(Requip; 로피니롤)이 처음 발매되어 나왔을 당시만 하더라도 이 제품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환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의사들로부터도 회의적인 전망이 대세를 이뤘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 발매 2년차에 불과한 '리큅'은 올해 하지불안 증후군 적응증만으로 5억 달러를 거뜬히 상회하는 매출을 올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무게가 쏠리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반면에 원래 '리큅'이 주요타깃으로 삼았던 파킨슨병 용도로는 오히려 5억 달러를 밑도는 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사실 '리큅'은 신체의 갖가지 동작에 관여하는 뇌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작용을 조절해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용도로 개발되어 나왔던 제품. 그런데 일부 의사들이 '오프-라벨'(off-label) 형식으로 '리큅'을 하지불안 증후군 환자들에게 처방하고 있음이 알음알음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글락소측도 마침내 이 제품의 숨겨진 1인치에 눈을 돌리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증상인 하지불안 증후군을 겨냥한 제품이면서도 '리큅'이 이처럼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드러내놓고 말해주기엔 아깝겠지만, 여기에는 글락소측의 주도면밀한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글락소측의 한 대변인은 "수많은 질병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했고, 이것은 우리의 사명이기도 하다"며 핵심은 비껴갔다.

  그러면 여기서 시계추를 과거로 되돌려 보자!

  지난 2004년 10월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는 뜬금없이 하지불안 증후군을 홍보하는 생소한 광고가 지면을 장식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하지불안 증후군 연구의 선도자"라는 슬로건과 함께...

  FDA의 승인이 떨어지자 글락소는 득달같이 수면장애 전문의사들을 고용해 동네의원 일반개원의를 공략해 나갔다. '맛자랑 멋자랑'같은 TV 프로그램에 나올법안 근사한 레스토랑에 초대해 하지불안 증후군과 '리큅'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던 것.

  뒤이어 TV를 통한 DTC(direct-to-consumer) 광고캠페인이 착수됐다. 2005년 한해 동안에만 이를 위한 광고비로 3,600만 달러가 물쓰듯 투자됐지만, 지난해 봄 처음 전파를 탈 당시 이 광고는 하지불안 증후군을 알리는 데만 전력투구하는 내용만을 담고 있었을 뿐, 정작 '리큅' 자체에 대한 언급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의사들로부터 "글락소가 질병을 팔고 있다(disease mongering)"는 뒷말들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면 글락소측이 실행에 옮긴 이 같은 전략은 어찌보면 불가피한 선택이었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체조사 결과 상당수의 환자들이 증상을 정확히 진단받지 못한 채 수 년의 시간이 흐르도록 이 의사로부터 저 의사로 '핑퐁게임'을 당하고 있는 형편임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

  그 만큼 의사와 환자들의 이해수준이 턱없이 낮은 증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TV광고가 나가기 시작한 후 2개월여만에 하지불안 증후군에 대한 인지도는 몰라보게 향상되기 시작했다. 하지불안증후군재단(RLSF)의 인터넷 홈페이지 1일 방문자수가 폭주하기 시작했던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단적인 지표.

  어느덧 '리큅'은 글락소의 스테디-셀러 대열에 자리매김될 분위기가 역력히 눈에 띄고 있다. 간접화법으로 시장을 파고든 전략의 결실이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