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생명공학사 매각 끝내 무산
노바티스·글락소 등 유력사 한때 거론 불구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6-04-12 16:56   수정 2006.04.13 19:27
스위스 세로노社(Serono)가 회사를 매각하려던 방침을 전격철회했다.

지난해 11월 골드만 삭스社와 손을 잡은이래 5개월여 동안 최적의 매각 파트너를 물색해 왔던 세로노는 10일 "매각案을 취소하는 대신에 우리가 인수하거나 통합을 추진할 대상기업을 찾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제네바에 본사를 둔 세로노가 유럽 최대의 바이오테크놀로지 메이커라는 명성을 자랑하는 데다 한 동안 노바티스, 화이자,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존슨&존슨, 사노피-아벤티스 등 굴지의 제약기업들이 협상상대로 떠오른 바 있지만, 결국 매각이 무위로 돌아갔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게다가 세로노측은 지난달 31일 56억 달러 안팎의 증자(增資) 계획을 발표하는 '깜짝플랜'까지 단행해 매각성사와 관련한 모종의 기대감을 확대시킨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 세로노측이 매각계획을 철회한 것은 당초 공표했던 희망 매입가격 150억 달러의 조건은 물론이고 1월 이후로 이 조건을 110~120억 달러 정도로 하향조정한 뒤에도 마땅한 인수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세로노는 갈수록 경쟁수위가 높아지는 현실에서 간판품목인 경구용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레비프'(인터페론 β-1a) 이외의 후속신약 개발이 여의치 못했던 탓에 미래의 불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일자 매각을 추진해 왔다.

이 회사의 슈투어트 그란트 재무이사(CFO)는 "현재로선 적절한 대상기업을 인수하는데 주력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 판단하고 있지만, 합병대상 물색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매각계획 철회발표가 나오자 세로노의 주가는 9% 이상 빠져나간 835스위스프랑대로 큰 폭의 하락을 면치 못했다. 이는 매각임박 가능성에 한창 기대가 부풀던 시점에 비하면 12억 스위스프랑 상당의 시가총액이 줄어들었음을 의미하는 대목.

세로노의 주가는 지난해 850스위스프랑 수준에서 맴돌았던 것이 골드만 삭스와 제휴한 이후 올해 1월에는 최대 1,100스위스프랑대까지 치솟았었다.

한편 이날 발표가 나오자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세로노가 엇비슷한 볼륨의 유럽 제약기업들 가운데 파트너 물색에 나설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기업끼리 힘을 합치는 것이 메이저급 메이커들의 공세에 대항하는 차선책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진단.

그란트 재무이사도 "현재 세로노가 강점을 보유한 항암제·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분야에서 눈에 띄는 메이커를 인수하는 방안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연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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