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社가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실데나필)의 TV광고를 1년여만에 재개하고 나섰다.
오랜만에 돌아온 '비아그라'의 새로운 TV광고는 미국에서 남성적 스포츠의 대명사로 통하는 미식축구를 중계방송하는 '먼데이 나이트 풋볼'(Monday Night Football) 프로그램 중간에 삽입되어 21일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화이자측은 앞으로 골프채널 등 남성들을 주된 시청자로 하는 케이블TV 채널에도 이 광고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런데 '비아그라'의 새로운 TV광고는 한가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는 지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광고를 주의깊게 보고 있더라도 정작 '비아그라'라는 이름은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전화국을 무대로 제작된 이 광고는 단지 2명의 중년남성들이 등장해 발기부전을 화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뿐, 특정제품을 PR하거나 구입을 권유하는 직설적인 언급은 눈에 띄지 않는다.
사실 이 광고에 등장하는 진짜 주인공은 좀 다 자세한 정보습득과 상담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제시된 수신자 부담 무료전화번호 1-800-486-0516과 관련 인터넷 사이트의 주소 www.makethecall.com이다.
화이자가 지난해 '비아그라'의 TV광고에서 다소 노골적인 직설적 화법을 구사했던 것이 격세지감처럼 느껴지게 하는 대목인 셈. 실제로 화이자는 란제리를 함께 고르고 있는 한쌍의 중년부부 쇼핑객을 '비아그라'의 TV광고 모델로 등장시켰다가 FDA의 광고중단 주문을 받고는 지난해 11월 방영중지 결정을 내려야 했었다.
변강쇠(Wild Thing) 컨셉을 구사한 이 광고는 '비아그라'가 신혼시절의 뜨겁고 왕성한 性 생활을 되찾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던 것.
그러나 경쟁제품들인 '시알리스'(타달라필)나 '레비트라'(바데나필)과 마찬가지로 性的인 컨텐츠를 활용했던 이 광고는 소비자들의 혹평 속에 방영을 조기에 접어야 했다.
은근과 끈기로 설득하는 간접화법을 택한 '비아그라'의 새로운 TV광고는 최근 부쩍 눈에 띄고 있는 처방약 DTC(direct-to-consumer) 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과 전문가들의 엇갈린 평가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광고대행업계 관계자들도 개별 의약품 효능군별로 최상위권에 랭크된 제품들을 발매 중인 제약기업들 일수록 소프트-셀(soft-sell) 전략을 택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프트-셀 전략'이란 조용한 설득이 담긴 메타포(metaphor) 기법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를 의미하는 개념. 직설적으로 광고하려는 제품을 거론하는 공격적인 방식보다 질병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자연스럽게 해당 의약품의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로 귀결되도록 유도하려는 전략이 바로 '소프트-셀 전략'이다.
이 같은 방식은 자칫 공격적인 광고전략이 직면할 수 있는 비난을 비껴갈 수 있게 해 준다는 맥락에서도 많은 제약기업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화이자측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비아그라'의 새로운 TV광고를 저녁 8시 이전에는 내보내지 않고, 성인들이 시청자층의 90% 이상을 점유하지 않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광고 스폰서를 삼가키로 결정했다.
이 같은 화이자측의 결정은 지난 여름 의약품 광고가 어린이들에게 부적절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채택했던 미국 제약협회(PhRMA)의 방침에 100% 부응한다는 취지도 포함된 결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비아그라'는 이미 지난 1998년부터 발매되고 있어 어느덧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라선 제품이다.
그럼에도 불구, 새삼스럽게 TV광고를 재개한 것은 화이자측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성장잠재력이 아직도 다분한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수많은 남성들이 아직도 발기부전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고, 드러내놓고 말하기를 꺼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화이자社의 비뇨기계·호흡기계 약물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에릭 시로타 부회장은 "새로운 광고를 통해 보다 많은 환자들이 발기부전 증상에 대해 의료전문인들을 찾아 상담하고, 올바른 진단과 처방을 통해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광고를 다수 제작했던 굴지의 광고대행사 옴니콤 그룹(Omnicom)의 스튜어트 클라인 회장은 "질병에 대한 이해와 인식도를 높이는 방식의 처방약 광고가 제작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고 의미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