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도 대량생산·대량소비 시대에서 소량·주문생산 시대로...
화이자社의 관절염 치료제 '쎄레브렉스'(셀레콕시브)의 안전성 문제 돌출이 블록버스터 드럭 시대의 종언을 재촉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진단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약물유전체학(pharmacogenomics)에 근거를 둔 가운데 타깃층이 뚜렷한 이른바 '맞춤의약품'(targeted, personalized medicines) 개발시대로의 이행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다시 말해 줄잡아 2,000만명의 환자들에게 사용되면서 미흡한 효과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고 부작용까지 수반할 수 있는 하나의 빅 드럭을 개발하는 시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적은 수의 환자들을 타깃으로 하면서 부작용을 동반할 확률은 훨씬 적은 스몰 드럭을 다수 개발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맞춤의약품'의 전성시대가 아직은 먼 훗날의 얘기라는데 동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제넨테크社가 내놓은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트라스투즈맙)은 미래의 제약업계에 '맞춤의약품'이 대단히 성공적이고 수익성 높은 모델로 자리매김될 수 있을 것임을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지금의 메이저 제약기업들도 '맞춤의약품' 개발전략으로 궤도수정을 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되리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아스트라제네카社의 항암제 '이레사'(제피티닙)가 '쎄레브렉스'에 못지 않게 블록버스터 드럭 시대가 막을 고하는데 일조할 약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같은 분위기는 아스트라제네카측이 지난 17일 "대규모로 진행되어 왔던 임상 3상에서 '이레사'가 진행형 비소세포 폐암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다"고 공개하면서부터 확연히 감지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따르고 있다.
'이레사'는 FDA가 지난 2003년 암과 같이 치명적이고 화급한 질병의 경우 아직 약효가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더라도 '동정적 사용'과 발매승인이 가능토록 하는 프로그램에 입각해 조건부로 허가를 결정했던 항암제.
이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측에는 이미 다른 항암제를 투여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던 진행형 비소세포 폐암 환자들에게서 '이레사'를 장기간 투여했을 때 종양의 확산을 막는데 발휘하는 약효를 추가로 입증해야 할 의무가 부과됐었다.
그러나 17일 발표는 아스트라제네카측이 당초 '이레사'의 발매가 허용되었을 때 요구되었던 전제조건을 충족시키는데 성공하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스트라제네카측은 미국시장에서 더 이상 '이레사'에 대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대신 로슈社와 제넨테크社·OSI 파마슈티컬스社 등이 공동개발한 새로운 폐암 치료제로 생존기간 연장효과가 입증된 '타세바'(Tarceva; 에를로티닙)가 대안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FDA가 좀 더 신속하게 신약에 대한 허가결정을 내려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차후에 효능이나 안전성에 문제가 돌출하는 경우가 빈번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