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슘채널 차단제를 다른 약물과 병용하고 있는 고령의 여성 고혈압 환자들이 한번쯤 눈여겨 보아야 할 것으로 사료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다시 말해 다른 항고혈압제들에 비해 칼슘채널 차단제를 병용약물로 택했던 그룹의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는 것이다.
미국 알버트 아인슈타인의대 실비아 와서테일-스몰러 박사팀은 15일자 '미국 의사회誌'(JAMA)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폐경기가 지난 총 30,219여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6년여에 걸쳐 추적조사를 진행한 결과 칼슘채널 차단제를 병용했던 그룹의 심장병 관련사망률이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칼슘채널 차단제와 이뇨제를 병용했던 그룹에 속한 1,223명의 환자들의 경우 사망률이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들 가운데 31명이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 베타차단제·이뇨제 병용群 1,380명 중 18명, ACE 저해제·이뇨제 병용群 1,413명 중 17명이 사망한 것에 비하면 2배 가까이 높은 사망률을 기록했다는 것.
베타차단제와 이뇨제가 항고혈압제 중에서는 구형(舊型) 제제에 속하는 다빈도 사용약물들인 데다 고혈압 환자들이 단독복용 보다는 두가지 약물을 병용하는 사례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고 보면 눈길이 쏠리게 하는 대목인 셈이다.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신제형 항고혈압제로 꼽히는 ACE 저해제의 경우 이뇨제와 병용했더라도 사망률이 상승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스몰러 박사는 "전체 조사대상 중 3분의 1 정도는 한가지 항고혈압제만 단독복용했는데, 이들의 경우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칼슘채널 차단제·이뇨제 병용群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칼슘채널 차단제와 이뇨제를 복용 중인 여성 고혈압 환자들은 반드시 의사의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스몰러 박사는 피력했다.
그러나 스몰러 박사는 "이번 연구가 표본대상을 무작위로 추출한 뒤 이중맹검법 투여방식으로 진행되었던 것이 아니라 추적조사에 불과했던 만큼 연구 자체에 문제의 소지가 없지 않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피험자들 전원이 50~79세 사이의 고령자들이어서 연구결과를 젊은층 여성들에게 적용하기엔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점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스몰러 박사는 "따라서 지금 당장 칼슘채널 차단제와 이뇨제의 병용처방을 피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피력했다.
미국 심장협회(AHA) 회장을 역임했던 캐나다 몬트리올大 의대의 에르네스토 쉬프린 교수도 "이번 연구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지난 주에는 칼슘채널 차단제와 ACE 저해제를 병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왔던 연구가 조기에 중단되었다는 내용이 공개된 바 있다. 화이자社의 지원으로 진행되었던 이 연구는 두 약물의 병용을 통한 심장마비·뇌졸중 감소효과가 너무도 명백히 나타남에 따라 굳이 계속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다는 것이 조기중단의 사유로 제시됐었다.
고혈압은 현재 미국에만 환자수가 줄잡아 5,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