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 '바이옥스' 리콜 후유증 파장은?
줄소송·'아콕시아'에 영향 전망, CEO 퇴진 "No"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4-10-01 22:06   수정 2004.10.05 10:25
'바이옥스'가 리콜조치된 지난달 30일 머크&컴퍼니社가 환자들에게 이 약물의 안전성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요지의 소송이 오클라호마州 지방법원에 득달같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향후 머크를 상대로 한 소송이 줄을 이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이 벌써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난 수 년 동안에도 부작용 문제로 의약품이 회수조치되었을 때마다 해당 제약기업측이 소송사태에 직면한 바 있음을 상기하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이기 때문.

이번 소송을 대행한 로펌 페더먼&셔우드社의 윌리암 페더먼 변호사는 "머크측 관계자들의 언급에 미루어 보면 '바이옥스'의 라벨 표기내용 가운데 안전성 관련내용을 보강한 후 판매를 계속 강행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사료된다"며 소송제기의 한 사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로펌인 비슬리, 앨런, 크로우, 메트빈, 포티스& 마일스社측 관계자도 "뉴저지州와 버지니아州 등에서 '바이옥스'를 복용한 후 심장마비와 뇌졸중 부작용을 경험했던 환자들이 머크를 상대로 제기할 58건의 소송 관련서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머크측 주주들에 의해 제기될 소송이 제기되는 사례도 일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뉴욕에 소재한 세인트 존스大 법학과의 앤토니 사비노 교수는 "머크측이 이미 소송비용을 염두에 두고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비축해 두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표면화되기 전에 자발적인 리콜을 통해 사전행동에 나선 것에서 그 가능성을 추정해 볼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 소비자단체 퍼블릭 시티즌은 이미 3년 전에도 머크측이 '바이옥스'의 심혈관계 부작용 가능성을 축소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음을 상기시켰다.

일부 전문가들은 '바이옥스'의 이번 리콜 조치가 '바이콜'(세리바스타틴)과 체중감소제 '폰디민'(펜플루라민) 및 '리덕스'(덱스펜플루라민)의 전례와 유사한 점이 많다는데 견해를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콜'은 심각한 근육약화 부작용이 밝혀지자 바이엘社가 지난 2001년 리콜을 결정했던 콜레스테롤 저하제이며, 일명 '펜-펜' 약물로 불리웠던 '폰디민'과 '리덕스'는 심장판막 손상과 폐 부작용으로 인해 와이어스社가 지난 1997년 회수조치했던 케이스.

바이엘측은 '바이콜'과 관련해 지금까지 1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와이어스도 '펜-펜' 약물과 관련한 소송비용 및 보상금으로 160억 달러가 넘는 금전적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는 후문이다.

핍스 서드 뱅크의 존 피셔 펀드 매니저는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바이옥스'의 리콜조치가 머크의 수익전망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머크측의 법률고문을 맡고 있는 케네스 프레이저 변호사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바이옥스'와 관련한 2건의 집단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앞으로 최선을 다해 머크측 입장을 적극 옹호할 것"이라며 각오를 내비쳤다.

머크의 토니 플로호로스 대변인도 "앞으로 '바이옥스'를 복용한 뒤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주장하며 개인들에 의해 제기될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비노 교수는 "머크측이 '바이옥스'의 심장마비 증가 가능성에 대한 자료를 확보한 후 신속하게 리콜조치를 취한 만큼 소송사태가 머크의 앞날에 조종(弔鐘)을 울릴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와는 별도로 일각에서는 '바이옥스' 관련소송에 머크측이 부담해야 할 비용규모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바이옥스'가 지난 1999년 FDA의 허가를 취득한 이래 전 세계적으로 총 8,400만명 가량이 이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추정될 만큼 블록버스터 품목으로 자리매김되어 왔음을 감안할 때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

저명한 프리랜서 애널리스트로 활동 중인 헤만트 샤흐는 "앞으로 머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원고측 변호사들이 이번 리콜조치에 앞서 지난 수 년동안 머크측 관계자들 사이에서 내부적으로 '바이옥스'의 심장마비 증가 가능성을 인정한 '대외비' 자료가 오갔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찾아내고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따라 액수 규모가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내부자료의 존재가 확인될 경우 비용부담액은 '펜-펜' 약물의 전례를 상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이밖에 캐세이 파이낸셜社의 세나 룬드 애널리스트는 "리콜조치된 '바이옥스'의 후속약물로 기대를 모아 온 가운데 FDA의 결정이 임박한 '아콕시아'(에토리콕시브)에 파장이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머크의 R&D 책임자인 한국系 피터 킴 박사도 '아콕시아'와 관련, 30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제품이 이미 발매되고 있는 47개국에서 대책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될 경우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며,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FDA의 허가를 취득하기 위한 노력은 이번 조치와 무관하게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CNN은 30일자에서 "머크의 레이먼드 길마틴 회장이 회사가 재정적으로 튼튼할 뿐 아니라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사임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보도내용은 길마틴 회장이 '바이옥스'의 자발적 리콜을 결정한 것이 자칫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악수(惡手)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귀추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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