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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내 신설 조직인 '지역필수공공의료실(이하 지필공실)'이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무너져가는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기존 보건의료정책실 산하에 흩어져 있던 기능들을 한데 모아 '컨트롤타워'로 격상시킨 것이다.
2일 손영래 지필공실장은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구조적 개혁만 바라볼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당장 실행 가능한 단기 대책과 중장기적 개혁을 동시에 가동하는 투트랙 전략을 예고했다.
지필공실 신설의 가장 큰 의미는 협업과 연계다. 과거에는 취약지 병원 육성과 인력 지원을 위해 지역의료정책과, 공공의료정책과, 의료인력정책과 등 3~4개 과가 각각 움직여야 했다. 이제는 이 모든 부서가 지필공실 산하로 편제되어 신속하고 유기적인 정책 조율이 가능해졌다.
손 실장은 "과거 사무관 한 명이 산부인과와 소아과를 모두 담당했지만, 이제는 '필수의료정책과'라는 과 단위 조직이 전담하고 있다"며 양적, 질적 역량이 크게 강화되었음을 강조했다.
지필공실의 최우선 과제는 단연 '지역의료 붕괴 방지'다.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정부는 거점 국립대병원을 수도권 '빅5'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지역 사립대병원이나 민간 종합병원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손 실장은 "심혈관 등 특정 센터 사업은 역량 있는 지방 사립대병원과 협업할 것"이라며 "전국 70개 중진료권 중 30개가량은 제대로 된 종합병원이 무너진 심각한 상황인 만큼, 인프라가 전무한 의료 취약지에서는 공공의료기관뿐만 아니라 민간병원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현 사태의 근본 원인이 공급(의료진)이 아닌 수요(환자) 측면에 있다는 점을 정부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층의 수도권 이탈과 지방의 초고령화로 인해, 과거 700건의 분만을 하던 지방 산부인과의 분만 건수가 100건으로 급감하는 등 구조적인 '수요 고갈'이 진행 중이다.
손 실장은 "지방 인구 감소라는 도도한 흐름 속에서 의료 인프라를 유지하려는 정책은 필연적으로 비효율을 낳고 시대 흐름에 역행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이를 각오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네트워킹과 이송 체계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필수의료 기피 현상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사법 리스크' 완화도 속도를 낸다. 의료분쟁조정법 시행을 통해 고액 보험 등으로 민사 합의가 이뤄지면 형사 처벌을 면제하거나, 분쟁조정위 절차 중에는 수사기관의 의사 소환을 제한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이 하위 법령을 통해 마련되고 있다.
손 실장은 '필수의료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 "학술적 정의에 얽매이는 것은 소모적 논쟁"이라며 "실질적으로 공급 부족이 발생해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생기는 분야를 필수의료로 지정해 즉각적이고 집중적인 행정·재정적 지원을 투입하는 것이 지필공실의 역할"이라고 일축했다.
신생 부서를 맡은 손 실장은 거창한 '히트 정책'을 남발하기보다, 부서 간 끈끈한 '협업 문화'를 안착시켜 장기적인 정책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구 구조의 변화라는 거대한 파도에 맞서 지필공실이 지역·필수의료 살리기라는 시대적 과제를 어떻게 완수해 낼지 의료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질의응답 전문
Q. 기존 보건의료정책실과의 업무 분장이 중요한데, 지역필수공공의료실(지필공실) 신설 이후 업무 조정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지필공실 산하 업무들은 연계성이 매우 강하다. 지역 의료 살리기, 필수 의료 보강 등의 정책이 서로 맞물려 있다. 예전에는 농어촌 취약지 병원을 지원하려면 지역의료정책과, 공공의료정책과, 의료인력정책과 등 3~4개 과가 따로 움직여야 했지만, 이제는 모두 지필공실 소관이 되어 즉각적이고 유기적인 논의가 가능해졌다. 양적 역량도 커졌다. 과거 공공의료과 사무관 한 명이 소아과와 산부인과를 모두 맡았다면, 이제는 '필수의료정책과'가 신설되어 이를 전담한다. 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각 과의 인력이 확충된 만큼 빠르고 깊이 있는 정책 검토가 이뤄질 것이다.
Q. 현재 직면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정책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이미 발표한 '지역필수 공공의료 전략' 내 10여 개 핵심 과제에 집중하고 있다. 지역의료 측면에서는 국립대병원을 집중 육성하고, 인력 문제에 있어서는 장기적으로 지역의사제와 국립의전원 안착을, 단기적으로는 공보의 감소로 인한 농어촌(읍면 지역)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보건지소 통폐합 및 진료 확대를 추진 중이다. 필수의료 분야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모자의료센터 강화, 소아 야간 진료를 위한 달빛어린이병원 확대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응급 분야는 이번 달 내에 소방과 일반 응급의료기관 간의 이송 거부 및 지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체계를 전국적으로 안착시킬 계획이다.
Q. 필수의료 기피 현상의 원인인 '사법 리스크' 완화 진행 상황은?
의료분쟁조정법 시행으로 체계가 크게 달라진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의사 개인에게 과도한 민사 부담이 가지 않도록 보험 등을 통해 원만히 합의가 되면 수사기관이 형사적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둘째, 분쟁조정위 절차가 진행 중일 때는 수사기관이 의사를 무리하게 소환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조 장치도 마련했다. 현재 중대 과실의 범위 등 하위 법령을 세밀하게 다듬기 위해 계속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Q. 국립대병원을 '빅5'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목표가 있는데, 지방 사립대병원이나 민간 병원들의 소외감이 클 것 같다.
민간 사립대 병원들의 불만이 있을 수 있으나, 현재 수도권 환자 쏠림이 심각해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한 시기다. 다만, 국립대병원에만 모든 것을 집중하기는 어렵다. 심혈관 센터 등 특정 질환 센터 사업에 있어서는 역량 있는 지방 사립대병원도 함께 협업할 수 있도록 짤 계획이다. 종합병원의 경우, 전국 70개 중진료권 중 약 30개 지역은 제대로 된 종합병원이 붕괴된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취약지에서는 공공의료기관뿐만 아니라 민간 병원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Q. 일각에서는 '필수의료'에 대한 개념 정립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모든 의료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필수적이다. 따라서 학술적인 정의를 내리려는 논의는 실용성이 떨어진다. 현재 정부가 말하는 '필수의료'는 행정적이고 정책적인 용어다. 의료 공급이 부족해져 국민들이 실질적인 불편을 겪거나 건강상 심각한 위해가 발생하는 영역이 발생하면, 그곳을 즉시 '필수의료' 범주에 넣어 집중적인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투입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Q. 관련 예산으로 특별회계 1조 2,600억 원이 책정되었다. 구체적인 쓰임새는?
국립대병원 육성 예산을 비롯해 수백 개의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지역 시도에 자율권을 부여한 예산이다. 지자체가 지역 실정에 맞는 필수의료 정책을 기획하면 이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신규 사업에 약 3,600억 원이 배정될 예정이다. 또한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 치료를 위한 모자 의료 센터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예산도 포함되어 있다.
Q. 신생 부서를 이끌게 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이나 고민은 무엇인가?
근본적인 구조적 한계, 특히 '수요 사이드의 변화'가 가장 큰 난관이다. 청년층은 대도시로 떠나고 지방은 초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과거 700건의 분만을 하던 지방 산부인과가 이제는 100~200건밖에 하지 못하고, 소아 환자도 10분의 1 토막이 난 상황에서는 제아무리 훌륭한 의료기관도 버틸 수 없다. 이러한 도도한 인구 변화의 흐름을 거스르며 의료 인프라를 유지하려는 우리의 정책은 필연적으로 비효율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이를 각오하고 뚝심 있게 정책을 밀고 나가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다. 단기적인 '히트 정책'보다는 실 내의 끈끈한 '협업 문화'를 정착시켜 1~2년 뒤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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