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자라게" vs "건강하게 오래" JW중외제약·아모레퍼시픽, 탈모 새 해법 제시
JW중외제약, GFRA1 표적 ‘JW0061’로 WNT 활성화…건강인 대상 임상 1상 진행
안드로겐성 탈모 넘어 원형·여성형 탈모까지 전임상서 적용 가능성 확인
아모레퍼시픽, 고연령군서 새로 형성된 모발 품질 저하 확인…COCH 후보 유전자 발굴
펩타이드 ‘GROW-PEP’로 COCH 발현·모발 물성 지표 높여
권혁진, 허지수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8-25 06:00   수정 2026.08.25 06:01
(왼쪽부터)JW중외제약 고동희 연구원, 아모레퍼시픽 정규상 연구원.©약업신문=허지수 기자

제약과 화장품을 대표하는 JW중외제약과 아모레퍼시픽이 탈모와 모발 노화 문제를 각기 다른 접근법으로 파고들고 있다. JW중외제약이 새로운 기전의 탈모 신약을 통해 모발을 다시 자라게 하는 데 집중한다면, 아모레퍼시픽은 새롭게 형성되는 모발의 품질을 높여 건강한 모발을 오래 유지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두 회사는 최근 인천 송도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에서 열린 ‘제3회 연세종약 심포지엄’에서 각각의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이번 행사는 ‘대한민국 최신 탈모 치료제 개발 동향’을 주제로 AI 활용과 신규 기전·모달리티를 비롯해 탈모 신약 개발, 모발 노화, 기능성 화장품, 임상 개발 전략 등 최신 연구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연세대학교 종합약학연구소와 에피바이오텍, YSLI가 공동 주최했다.

JW중외제약은 GDNF 계열 수용체 알파1(GFRA1)을 직접 표적해 WNT/β-catenin 신호를 활성화하는 외용 탈모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JW0061’의 전임상 결과와 임상 개발 현황을 발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연령 증가에 따라 새롭게 형성되는 모발의 분자적·기계적 품질이 저하되는 현상을 규명하고, 이를 조절할 후보 유전자 ‘COCH’와 펩타이드 기반 모발 품질 개선 전략을 제시했다.

한쪽은 모낭 성장 신호를 활성화해 탈모 치료를 타깃하고, 다른 한쪽은 모발이 만들어지는 단계부터 품질을 관리한다.

JW중외제약 고동희 연구원이 지난 20일 송도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에서 열린 ‘제3회 연세종약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약업신문=허지수 기자

JW중외제약 “GFRA1 직접 타깃해 WNT 활성화”

JW중외제약 고동희 연구원은 심포지엄에서 ‘GFRA1 기전 중심의 안드로겐성 탈모 극복 차세대 솔루션’을 주제로 JW0061의 작용기전과 주요 전임상 결과를 소개했다.

JW중외제약은 JW0061을 기존 탈모 치료제와 차별화된 작용기전의 혁신신약(First-in-Class) 후보물질로 개발하고 있다. 안드로겐성 탈모를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하면서 원형탈모와 여성형 탈모에서도 적용 가능성을 전임상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JW중외제약이 주목한 것은 모발 형성에 중요한 WNT 신호다. WNT/β-catenin 신호는 모낭 줄기세포 활성화와 모낭 형성, 모발 성장에 관여한다.

고 연구원은 “WNT 신호가 없어지면 모발 형성이 저해되고, 반대로 WNT를 활성화하는 것만으로도 모발 형성을 유도할 수 있다”며 “모발 형성에서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중요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자체 저분자 화합물 라이브러리 ‘JWELRY(JW Excellent Library)’의 1만개 이상 화합물을 고속대량스크리닝(HTS)해 WNT 활성 물질을 찾고 최적화 과정을 거쳐 JW0061을 도출했다.

이어 구조가 비슷하지만 WNT 활성이 없는 ‘JW0031’과 비교해 JW0061이 직접 결합하는 표적으로 GFRA1을 특정했다. 결합 실험에서 해리상수(Kd)는 793nM으로 나타났다. Kd는 같은 조건에서 값이 낮을수록 표적과의 결합친화도가 높다는 의미다.

GFRA1은 모발이 쉬는 휴지기에서 다시 자라는 성장기로 넘어가는 과정에 관여한다. 기존 동물연구에서도 모낭 줄기세포에서 GFRA1을 제거하면 모발 주기의 시작이 저해됐다.

환자 세포·인체 모낭·오가노이드서 효능 확인

JW0061을 처리한 세포에서는 WNT 활성과 핵 내 활성형 β-catenin이 증가했다. 모유두세포와 외근초세포, 모낭 줄기세포, 모발기질세포 등 모낭 성장에 관여하는 세포 증식도 늘었다.

48세와 58세 남성 탈모 환자에서 확보한 모유두세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다만 일정 농도를 넘어서면 증식 효과가 오히려 감소했다.

고 연구원은 “WNT 신호를 강하게 준다고 모발 형성이 계속 증가하는 것은 아니었다”며 “최적의 활성 범위가 존재했고 임상 농도 설정에도 이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인체 모낭 모델에서는 JW0061 처리 후 실제 털 부분인 모간(hair shaft)이 성장했으며, 발표자료에서 표준치료제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안드로겐성 탈모 마우스 모델에서 17일차 모발 성장점수는 대조군 1.0, 표준치료제군 2.4, JW0061 저농도군 3.3, 고농도군 4.3이었다.

JW중외제약은 동물실험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사람 줄기세포로 피부와 모낭 구조를 재현한 피부 오가노이드도 활용했다.

고 연구원은 “동물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결국 ‘쥐에서만 털이 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람 피부 오가노이드에서 효능을 평가했다”고 말했다.

피부 오가노이드에 JW0061을 처리하자 모낭 수가 증가했다.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안드로겐성 탈모 환경을 만든 오가노이드에서도 감소했던 모낭 수가 다시 늘었다. 단일세포 RNA 시퀀싱(scRNA-seq)에서는 GFRA1이 많이 발현되는 DP2 모유두세포군 증가도 확인했다.

원형·여성형 탈모까지 가능성…현재 임상 1상

적응증 확대 가능성도 제시했다. 에피바이오텍과 협력한 유전자 발현 분석에서는 JW0061 처리 후 JAK-STAT, TNF 등 염증 관련 신호와 세포외기질(ECM) 조직화 등 섬유화 관련 경로에서 하향 조절 신호를 확인했다.

원형탈모 생체외(ex vivo) 모낭 모델에서는 감소한 모간 길이가 JW0061 저·고농도에서 다시 증가했고, 회복 정도는 JAK 저해제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원형탈모 마우스에서도 투여 28일 후 탈모 영역이 유의하게 감소했다.

난소절제로 유도한 여성형 탈모 마우스에서도 JW0061 저·고농도 모두 모발 수가 증가했으며 표준치료제와 유사한 수준의 회복 효과를 보였다.

고 연구원은 “JW0061이 안드로겐성 탈모뿐 아니라 원형탈모와 여성형 탈모에서도 확장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협력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원형탈모와 여성형 탈모 결과는 전임상 단계다. 실제 환자에서 치료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JW0061은 비임상시험관리기준(GLP)에 따른 독성평가를 마쳤으며 두피에 직접 사용하는 외용 액상제형으로 개발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2026년 2월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고 연구원은 “JW0061은 GLP 기준 독성시험을 마쳤고 설치류와 비설치류 시험에서 특별한 임상적 이상징후는 관찰되지 않았다”며 “현재 건강인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하는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R&I센터 정규상 연구원.©약업신문=허지수 기자

아모레퍼시픽 “나이 들수록 새로 자란 모발도 약해졌다”

아모레퍼시픽 R&I센터 정규상 연구원은 심포지엄에서 ‘모발 성장을 넘어: 새롭게 형성되는 모발 품질 개선을 위한 헤어 롱제비티 접근(Beyond Hair Growth: A Hair Longevity Approach to Improving Newly Formed Hair Quality)’을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탈모 이외 영역에서 모발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연구”라며 “새롭게 형성되는 모발의 품질 자체를 독립적인 연구 대상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건강한 상태를 오래 유지한다는 롱제비티 개념을 모발에 적용했다. 나이가 들면 모발이 가늘어지고 탄력이 줄며 쉽게 끊어지지만, 기존 연구는 주로 모발 수와 성장주기에 초점을 맞춰왔다.

정 연구원은 “같은 개수의 모발이 있더라도 고객이 느끼는 품질 차이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며 “모발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품질 차이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20~40세 젊은군과 50세 이상 고연령군 각각 5명에서 두피에 최대한 가까운 모발을 채취했다. 오래 자란 모발보다 최근 형성된 부분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라만 분광법(Raman spectroscopy)으로 모발 케라틴의 구조적 안정성과 관련된 다이설파이드(S-S) 결합 신호를 평가하고, 모발이 외부 힘에 견디는 정도를 인장 저항성(tensile resistance)으로 측정했다.

형태학적으로 두 군의 모발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고연령군에서는 다이설파이드 결합 관련 라만 신호와 인장 저항성이 모두 유의하게 감소했다. 두 지표는 높은 양의 상관관계도 보였다. 겉으로 비슷해 보여도 새롭게 형성되는 모발의 분자적·기계적 품질은 연령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모발 품질 좌우할 유전자 COCH 찾았다

연구진은 품질 차이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기 위해 두 개의 독립적인 모낭 RNA 시퀀싱(RNA-seq) 데이터를 분석했다.

첫 번째 데이터에서는 다이설파이드 결합 수준이 높은 모발과 낮은 모발을 만드는 모낭을 비교했고, 두 번째 데이터에서는 연령과 유전자 발현의 관계를 살폈다. 두 데이터를 교차한 결과 COCH, SERPINB3, KCNA2 등 3개 후보가 공통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연구진은 모낭에서 상대적으로 발현이 높은 COCH와 SERPINB3를 우선 검증했다. COCH는 연령 증가와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다중비교 보정 후 통계적 유의성에는 도달하지 않았다.

COCH는 코클린(cochlin)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로 기존에는 주로 청각·내이 연구에서 알려져 왔다. 연구진은 모낭에서 코클린이 모발이 만들어지는 매트릭스와 모간(hair shaft) 형성 영역에 발현되는 것을 확인했다.

정 연구원은 “연관성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기능적으로 중요한 유전자라고 할 수는 없다”며 “인체 모낭 기관배양 모델에서 유전자 발현을 직접 낮춰 모발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소간섭 RNA(siRNA)로 COCH 발현을 억제하자 새롭게 형성되는 모발의 다이설파이드 결합 관련 라만 지표가 감소했다. 반면 SERPINB3 억제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투과전자현미경(TEM) 분석에서도 COCH를 억제한 모발은 내부를 구성하는 마크로피브릴(macrofibril) 형성이 저해되는 양상을 보였다.

즉, COCH 발현이 낮아지면 새롭게 형성되는 모발의 구조와 물성도 저하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COCH를 모발 품질 유지에 관여하는 주요 후보 유전자로 제시했다.

펩타이드로 COCH 조절…모발 품질 개선 가능성

연구진은 이어 COCH 경로를 실제 소재로 조절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원료기업 크로다(Croda)와 협업해 펩타이드 소재 ‘GROW-PEP™’를 개발했다.

모낭 모사 모델에 GROW-PEP를 처리하자 COCH mRNA 발현이 증가했다. 체외 인체 모낭 배양에서도 새롭게 형성되는 모발의 다이설파이드 결합 관련 라만 신호가 높아졌고, 모발 강성을 나타내는 탄성계수인 영률(Young’s modulus)도 증가했다.

노화와 COCH 발굴 관련 연구는 국제학술지 ‘실험피부과학(Experimental Dermatology)’에 게재 승인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은 모발 성장뿐 아니라 새롭게 형성되는 모발의 품질까지 함께 관리하는 방향으로 헤어 롱제비티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정 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롭게 형성되는 모발의 품질을 생물학적 경로로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COCH를 중심으로 모발 품질 개선 연구를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3회 연세종약 심포지엄’ 현장.©약업신문=허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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