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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DA 허가(Approval, 승인)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제품의 임상적 유효성뿐 아니라 규격 설정과 제조소 품질시스템, 제조공정 등 CMC(품질·제조·관리)에 대한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위탁생산기관(CMO·CDMO) 제조소의 품질시스템과 데이터 완전성(Data Integrity, 신뢰성), 제조공정 역량은 자체 제품의 개발 완성도와 별개로 FDA 허가 심사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변수로 지목됐다.
셀트리온 박현수 CMC·RA 부서장은 9일 서울 마곡 서울창업허브 엠플러스에서 열린 ‘제2회 BIOCHINA Global Forum @ Korea’에 연사로 참석, ‘항체의약품 개발에서 CMC 위험 피하기: FDA CRL 분석을 통한 시사점(Avoiding CMC Pitfalls in Antibody Development: Insights from FDA CRLs)’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FDA가 2025년 7월 공개한 2020~2024년 제출 허가신청서 관련 최종보완요구서(Complete Response Letter, CRL)를 분석한 결과를 공유했다. 그는 셀트리온에서 14년 이상 의약품 허가 및 CMC 규제업무를 진행하며 램시마, 트룩시마, 베그젤마 등의 글로벌 승인에 기여했다.
CRL은 FDA가 심사주기를 마쳤지만, 현재 상태로는 승인할 수 없다고 판단할 때 보완 필요사항을 신청인에게 통보하는 문서다.
박 부서장은 “의약품 기술실사(Due Diligence)와 기술이전(L/O)에서는 축적된 데이터가 중요하고, 제품이 품목허가와 상업화 단계로 갈수록 CMC의 중요성이 커진다”며 “품목허가 단계에서는 CMC가 승인에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2023년 공개된 CRL 36건 가운데 18건이 CMC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분석됐다”며 “CMC 쟁점을 해소하지 못하면 임상 성과만으로 허가를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품의 분석법과 제조공정 등을 충실히 개발했더라도 제조소 실사나 품질시스템, 데이터 완전성에 문제가 있으면, 제품 자체의 CMC와 무관하게 시설 문제로 CRL을 받을 수 있다”며 “업체를 잘못 선정하면 제조소 문제로 허가가 거절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오의약품 91%서 CMC 지적…절반은 규격·제조소·완제공정 문제
발표 자료에 따르면, 분석 대상은 과거 CRL을 수령한 뒤 2020~2024년 최종 승인된 의약품 202개다. 저분자의약품 신약허가신청(NDA) 제품이 156개로 77%, 바이오의약품 허가신청(BLA) 제품은 46개로 23%다. 최종 승인 실패한 제품은 분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BLA 46개 가운데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법 351(a)에 따른 독립형 BLA는 26개, 351(k)에 따른 바이오시밀러 BLA는 20개로 구성됐다. CMC 관련 내용이 없거나 공개 정보가 불충분한 4개를 제외한 42개 제품이 세부 분석에 포함됐다.
분석 결과, BLA 제품 46개 중 42개인 91.3%에서 CMC 관련 지적이 확인됐다. 42개 제품에서 확인된 CMC 지적사항은 총 244건으로, 제품당 평균 5.8건이다. 규격이 48건(19.7%)으로 가장 많았고, △제조소 38건(15.6%) △완제의약품 제조공정 35건(14.3%)이 뒤를 이었다. 세 분야는 전체 지적의 49.6%를 차지했다.
여기서 규격은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이 출하 시점과 보관기간 동안 충족해야 하는 시험항목과 허용기준을 의미한다.
이 밖에 △분석법 27건 △유사성 평가와 분석 데이터가 각각 18건 △안정성 13건 △표준품 11건 △원료의약품 제조공정 8건 △운송 밸리데이션 7건 △셀뱅크 5건 △디바이스와 특성분석 각각 2건 △기타 12건이다.
특히 완제의약품(DP) 제조공정 관련 지적은 원료의약품(DS) 제조공정보다 4.4배 많았다. 충전과 무균여과, 용기밀봉, 공정 밸리데이션 등 DP 공정이 바이오의약품 허가 심사의 주요 변수라는 것을 나타냈다.
제조소 GMP 결함·데이터 신뢰성 문제가 허가 성패 좌우
제조소 관련 지적은 품질시스템과 시설 실사, 데이터 완전성 문제에 집중됐다. 제조시설에서 GMP 관련 결함이나 데이터 신뢰에 문제가 확인되면 CRL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데이터 완전성 문제는 개별 시험 자료의 단순 보완을 넘어, 제조소 전체 품질시스템의 신뢰성과 연결될 수 있다.
실제 사례에서는 FDA 시설 실사에서 시정이 필요한 상태가 확인돼 BLA 승인 전 개선이 요구됐다. 제조소 결함으로 일부 데이터의 신뢰성이 훼손돼 영향을 받은 자료를 제외하거나 관리전략을 변경하라는 요구도 제시됐다.
박 부서장은 “분석법과 제조공정을 충실히 개발했더라도 업체 선정이 적절하지 않으면 제조소 문제로 결국 허가가 거절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즉, CMO 선정 단계에서는 생산능력뿐 아니라 품질보증 체계와 규제기관 실사 대응 역량, 데이터 완전성 관리 수준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격 분야에서는 출하·안정성 규격과 공정 중 관리기준이 임상시험용 제품과 상업용 제품의 품질 일관성을 보증하기에 충분하지 않거나 설정 근거가 부족한 사례가 반복됐다. 작용기전과 관련된 생물학적 활성을 적절히 관리할 분석법이 마련되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완제의약품 제조공정에서는 무균성 보증이 핵심이었다. 배지충전시험의 최대 작업시간과 연속 성공 수행 여부, 무균여과 핵심공정변수, 바이알·프리필드시린지 충전 조건과 용기밀봉시스템의 적절성이 주요 심사 항목으로 제시됐다.
CMC 리스크, 임상 초기부터 누적…허가 직전 대응 늦어
CMC 문제는 품목허가 단계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변수가 아니다. FDA는 2016년 6월부터 2021년 6월까지 1000건 이상의 상업용·연구자 주도 IND를 검토하고, 임상보류 사례에서 확인된 품질 관련 안전성 문제를 분류·분석해 공개했다.
임상보류 원인은 모달리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항암제 IND에서는 임상 관련 문제가 가장 많았고, CMC와 비임상 문제가 뒤를 이었다. 전체 임상보류를 해소하는 데 걸린 기간의 중앙값은 약 114일이었으며, 일부 사례는 약 2년까지 지연됐다.
세포·유전자치료제 임상보류 사유는 임상적 사유가 약 70%, CMC가 약 21%, 비임상이 약 9%로 나타났다. 임상보류가 해제된 사례 가운데 CMC 정보 수정이나 추가 자료 제출이 요구된 6건은 해소까지 평균 8.4개월이 걸렸다.
임상이 후기로 갈수록 CMC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후기 임상과 품목허가 단계에서는 상업생산 규모에서도 품질 일관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 밸리데이션과 규격·분석법·안정성·제조소 전략을 뒤늦게 보완하면 개발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박 부서장은 “CMC는 허가 직전에 준비하는 일회성 자료가 아니다”라며 “IND 단계부터 관련 가이드라인에 맞춰 제품 특성과 제조공정, 관리전략을 마련해야 기술실사와 기술이전, 상업화를 목표 일정 안에서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석법이 제품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거나 과소평가된 결과에 대한 원인조사가 충분하지 않으면 분석법을 다시 개발해야 할 수 있다”며 “이 경우 관련 데이터를 다시 확보해야 해 전체 개발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초기 개발 단계부터 상업생산과 제품 수명주기 관리까지 연결한 CMC 관리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FDA 승인과 상업화를 이끄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셀트리온은 자체 바이오의약품 개발·생산뿐 아니라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1월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생산시설 인수 완료를 공식 발표하고, 6787억원 규모의 일라이 릴리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에 착수했다. 해당 시설을 최대 13만2000리터 규모의 글로벌 CDMO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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