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찰료는 ‘올리고’ 검체검사는 ‘쪼개고’… 확 달라지는 1차 의료 보상
"조삼모사식 땜질 처방 벗어나 과감한 모드 체인지"
검체검사 분리 지급은 "되돌릴 수 없는 구조적 변화"
김홍식 기자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6-18 06:00   수정 2026.06.18 06:01
(왼쪽부터) 공인식 건강보험지불혁신추진단장, 유정민 보험급여과장.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과 국고를 동원한 역대급 재정 투입을 예고했다. 특히 약 20년간 묶여 있던 1차 의료기관의 진찰료 인상 카드를 꺼내 들며, 개원가의 보상 패러다임을 검사 중심에서 환자 심층 상담 및 질환 관리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와 함께 의료계 일각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검체검사 수가 분리 지급’에 대해서는 시장 투명화와 공정 경쟁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치임을 재확인하며, 제도를 원안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7일 보건복지부 유정민 과장과 공인식 단장은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를 통해 지역·필수의료 인프라 재건을 위한 파격적인 재정 지원 계획을 시사했다. 핵심은 기존 건강보험 재정 내에서의 단순 수가 조정(조삼모사식 운영)을 넘어선 실질적이고 과감한 투자다.

유정민 과장은 "투자 규모에 있어서 건강보험 이외에 역대급 숫자가 투입될 것"이라며 "과거처럼 금액을 5년에 나눠 순차적으로 스며들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의 부작용은 최소화하되 확실한 '모드 체인지'를 할 수 있는 기점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역·필수의료 기반 강화에 관한 법률(지역필수의료법)」제정과 맞물려 신설되는 특별회계 예산과 국고 지원을 양대 축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공인식 단장은 "국립대병원과 지역 책임의료기관, 지역 거점병원이 제 역할을 하도록 투자한다는 방향성을 명확히 세웠다"며 "응급 및 필수 의료 영역의 완결성을 높이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고 부연했다.

투자 확대에 따른 건보 재정 건전성 우려에 대해 복지부는 지출 효율화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유 과장은 "지속 가능성만 앞세워 투자를 주저해선 안 된다"며 "필요한 곳에는 과감히 보상하되, 과다 이용되는 영역은 강력하게 지출을 효율화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정책 중 개원가가 가장 피부로 느낄 변화는 단연 '진찰료 인상'과 '상담 수가 신설'이다. 복지부는 단순히 환자를 많이 보는 박리다매식 진료 관행에서 탈피하고, 의사가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투여할 수 있는 구조를 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 과장은 "20여 년간 고정됐던 진찰료를 이번에 인상하겠다는 것이 가장 큰 메시지"라며 "진찰료 인상 수준은 한 자릿수가 될 것이며, 초진을 중심으로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 인상에 그치지 않고 진료 시간에 비례한 보상 체계도 겹겹이 쌓는다. 현재 11개 질환에 대해 건당 약 2000원 수준으로 지급되는 ‘만성질환관리료’는 대상 질환 범위를 대폭 넓히고 금액도 인상한다. 내과를 비롯해 만성질환 환자를 주력으로 보는 진료과들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또한, 소아청소년과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되던 ‘소아 심층 상담’은 본사업으로 전환하며, 내과와 산부인과 등 타 필수 진료과를 위한 새로운 심층 상담 시범사업도 신설할 예정이다.

정부가 내놓은 개편안 중 의료계(대한의사협회, 내과의사회 등 위탁기관)의 반발이 가장 거센 '검체검사 수가 분리 지급' 사안에 대해 복지부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확고한 방침을 세웠다.

그동안 검체검사 위탁(의원 등)과 수탁(검사기관) 과정에서 비용 처리가 불투명하고 과도한 할인 요구가 오가는 등 시장이 왜곡됐다는 것이 정부의 진단이다. 분리 지급은 돈의 흐름을 투명하게 만들어 이러한 왜곡된 관행을 바로잡고 공정한 경쟁 틀을 잡는 조치라는 것이다.

공 단장은 의료계의 반발에 대해 "의협과 내과 영역 등에서 재정적 타격을 우려하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수가를 분리해 지급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에 대한 구조적 틀을 잡아주는 영역인 만큼 다시 과거로 돌아가기는 매우 어렵다"고 못 박았다. 한 번 시행 후 방향이 뒤집힐 가능성을 일축한 셈이다.

대신 복지부는 수탁기관의 질 관리 요건을 대폭 강화해 제도의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공 단장은 "단순히 비용을 쪼개는 것을 넘어, 수탁기관의 휴먼 에러를 최소화하고 검사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핵의학회, 진단검사의학회, 병리학회 등과 함께 인증 기준을 상향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사의 질을 최소한으로 확보하기 위한 기능과 역할 책임에 대해 기본 보상을 하되, 고난도 검사나 취약지 운영, 엄격한 질 관리 이행 요건을 충족하는 수탁기관에는 시범 보상 형태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차등 배분 방식이 유력하다. 시장의 규칙을 투명하게 바꾸는 동시에 검사 품질의 상향 평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복지부의 양동 작전이 의료 현장에 연착륙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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