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이콜랩, 왜 한국에 아시아 첫 '바이오프로세싱 랩'을 세웠나"
미국·영국 이어 글로벌 세 번째 BPAL…한국 CDMO·바이오의약품 기업 현지 지원
“한국은 글로벌 바이오제조 프로젝트와 직접 연결된 시장”
다운스트림 정제 공정·레진 전환·규제 제출자료 구축까지 지원
2년간 약 40개 프로젝트 완료…글로벌 10대 빅파마 중 최소 4곳과 협업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5-26 06:00   수정 2026.05.26 06:01
제세이 데바시(Jessay Devassy) 글로벌 이콜랩 R&D BPAL 총괄 디렉터.©이콜랩
이콜랩 바이오프로세싱 애플리케이션 랩(BPAL) 개소식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한국은 더 이상 생산 대행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전략이 실행되는 거점입니다. 이콜랩은 그 현장에서 의약품 연구개발 속도와 완성도를 함께 끌어올리겠습니다.”

글로벌 물·위생·감염예방 및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 이콜랩(Ecolab)이 아시아 첫 바이오프로세싱 애플리케이션 랩(Bioprocessing Application Lab, BPAL)을 한국에 열었다. 미국과 영국에 이은 글로벌 세 번째 BPAL이다. 

1923년 설립 이후 100년 이상 산업 현장의 공정·위생·품질 관리 역량을 축적해 온 이콜랩이 아시아 바이오프로세싱 거점으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 BPAL 개소는 글로벌 바이오파마 기업의 제조 공정이 한국 CDMO와 연결되고, 한국이 바이오의약품 상업 생산 거점으로 부상하는 흐름 속에서 마련된 현지 공정개발 지원 거점이다. 

이콜랩은 한국 BPAL을 통해 국내 바이오의약품 기업과 CDMO가 다운스트림 정제 공정 개발, 분석법 개발, 스케일업, 규제 제출자료 준비를 글로벌 기준에 맞춰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국이 아시아 첫 거점으로 선택된 배경에는 국내 바이오제조 산업의 품질 기준과 제조 실행력이 있다. 글로벌 파트너사의 제조 공정이 한국으로 이전되거나, 한국 CDMO에서 생산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면서 현지 공정개발 지원의 필요성도 커졌다. 

한국 BPAL은 미국·영국 BPAL의 시험법, 데이터 체계, 공정개발 경험을 한국 제조 현장과 연결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약업신문은 최근 경기 화성시 동탄에서 열린 BPAL 개소식에서 제세이 데바시(Jessay Devassy) 글로벌 이콜랩 R&D BPAL 총괄 디렉터를 만나 한국 BPAL의 역할과 글로벌 전략, 국내 바이오의약품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공정개발·규제 대응 지원 방향을 들어봤다.

BPAL은 어떤 조직인지, 실제 이룬 글로벌 성과는 무엇인가.

BPAL은 고객사가 개발 중인 후보물질을 임상 개발과 상업 생산 단계로 더 빠르게 진전시키기 위해 설계된 글로벌 바이오프로세싱 랩 네트워크다.

BPAL은 자체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조직이 아니며, 고객사의 의약품 개발 프로그램에서 공정개발 병목을 줄이고, 후보물질이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핵심 영역은 다운스트림 정제 공정 개발이다. 세포 배양 등 업스트림 공정 이후 생산된 단백질을 분리·정제하는 단계에서 초기 스크리닝, 공정개발, 분석법 개발, 공정 특성분석, 스케일업, 상업 생산 이전 검증까지 지원한다. 

특히 항체의약품처럼 정제 공정이 수율, 품질, 제조원가, 규제 제출자료에 직접 영향을 주는 분야에서 BPAL의 역할이 크다.

글로벌 BPAL은 지난 2년간 약 40개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평균 프로젝트 기간은 3~6개월 수준이다. 2026년 4월 기준 10건 이상의 고객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한국 관련 프로젝트도 이미 BPAL 글로벌 네트워크 안에서 수행되고 있다.

성과 사례 중에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제조 공정 관련 프로젝트도 포함돼 있다.또한 구체적인 고객사명은 밝힐 수 없지만, 글로벌 상위 10대 바이오파마 기업 중 최소 4곳과 협업 경험이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있다.

주요 협업 분야는 항체 기반 바이오의약품이며, 특히 암 환자 치료와 관련된 후보물질의 다운스트림 정제 공정 개발 비중이 크다.

아시아 첫 BPAL을 한국에 연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이 이미 글로벌 바이오제조 프로젝트와 직접 연결된 시장이기 때문이다. BPAL은 미국과 유럽에서 여러 글로벌 바이오파마 기업의 공정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그 과정에서 고객사의 제조 공정이 한국으로 이전되거나, 한국 CDMO에서 생산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여러 건 확인했다. BPAL이 축적한 공정개발 경험이 실제 한국 제조 현장과 맞닿아 있었던 만큼, 아시아 첫 거점으로 한국을 선택한 것은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

한국 바이오제조 산업 경쟁력도 중요한 이유다. 한국은 생산 규모뿐 아니라 품질 기준, 공정 운영 능력, 제조 조직의 실행력 측면에서 높은 수준을 갖추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개발 지역과 생산 지역이 분리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물질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개발되더라도, 공정 이전과 상업 생산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CDMO에서 이뤄지는 구조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 단순 생산 대행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바이오파마 기업의 제조 전략을 실행하는 핵심 거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 BPAL은 이런 시장 구조에 대응하기 위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거점이다. 한국 고객은 BPAL Korea를 통해 가까운 곳에서 기술 지원을 받으면서도, 필요하면 미국·영국 BPAL의 연구진, 시험법, 데이터 체계, 공정개발 경험까지 함께 활용할 수 있다.

이콜랩은 한국 바이오제조 산업 성장에 맞춰 현지에서 함께 성장하겠다는 판단 아래 한국 BPAL을 구축했다.

한국 바이오의약품 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이고, BPAL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나.

가장 큰 어려움은 개발 속도와 규제 수준의 데이터를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바이오의약품 기업은 후보물질을 더 빠르게 임상과 생산 단계로 진전시켜야 하지만, 공정개발이 빠르기만 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처음부터 재현성 있는 공정 설계, 신뢰도 높은 데이터셋, 규제 제출을 고려한 문서화 체계를 함께 갖춰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바이오의약품 기업도 같은 압박을 받고 있다. 개발 일정은 짧아지고 있지만, 글로벌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공정 이해도와 데이터 완성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다운스트림 정제 공정은 수율, 품질, 제조원가, 규제 제출자료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초기 공정 설계가 중요하다.

BPAL은 이 문제를 공정개발 초기 단계에서 줄이는 데 초점을 둔다. 미국과 유럽에서 축적한 다운스트림 정제 공정 개발 경험을 한국과 아시아 고객에게 적용해, 실험 설계부터 공정개발, 분석법 개발, 데이터 생성, 문서화까지 지원한다.

고객사는 초기 단계부터 규제 제출을 고려한 공정개발 체계를 갖출 수 있고,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개발 속도와 데이터 품질을 함께 높일 수 있다.

BPAL이 말하는 공동개발 파트너십은 일반 벤더와 무엇이 다른가.

일반적인 벤더 관계는 고객이 특정 문제를 의뢰하면 이를 해결하고 결과를 전달하는 상업적인 거래 구조에 가깝다. 반면 BPAL은 특정 시험이나 분석만 수행하는 조직이 아닌, 고객사의 후보물질이 초기 개발에서 스케일업, 규제 제출, 상업 생산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함께 지원하는 공정개발 파트너에 가깝다.

프로젝트는 먼저 비밀유지와 물질이전계약 등 기본 절차를 정리한 뒤 시작된다. 이후 고객사 연구진과 BPAL 연구진이 함께 실험의 방향과 방법 등을 수립하고, 실험 진행 중에도 정기적으로 데이터를 검토하며 필요하면 시험 방향을 조정한다. 최종적으로는 공정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과 규제 심의를 위한 제출자료 준비에 활용할 수 있는 개발 보고서와 데이터 패키지를 제공한다.

초기 스크리닝과 다운스트림 정제 공정 개발은 BPAL이 지원한다. 이후 스케일업에 필요한 공정 조건과 데이터를 함께 검토하고, 규제 제출 단계에서는 이콜랩 글로벌 규제팀이 제출 전략과 자료 준비를 돕는다. 상업 생산 단계에서는 필드 애플리케이션 사이언티스트와 현장 지원팀이 컬럼 패킹, 제조 현장 적용, 공정 운영까지 지원한다.

BPAL 차별점은 단발성 서비스가 아니라 연속성에 있다. 후보물질이 개발 초기 단계에서 상업 생산으로 이동하는 동안 필요한 공정개발, 데이터 생성, 규제 대응, 현장 적용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다.

치료제를 환자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을 고객사만의 과제로 보지 않고, BPAL도 장기 파트너로 함께 공유한다는 뜻이다.

한국 BPAL은 미국·영국 BPAL과 어떻게 연결되나.

한국 BPAL은 미국·영국 BPAL과 별도로 움직이는 독립 랩이 아니라, 하나의 글로벌 BPAL 조직 안에서 운영된다. 지역별 랩은 각 시장의 고객 접점을 맡고, 전체적으로는 동일한 시험법, 데이터 체계, 물질 이전 절차를 공유하는 구조다.

한국 고객이 BPAL Korea와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필요에 따라 미국·영국 BPAL의 장비와 연구진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 분석 시험, 공정개발, 추가 검증 등 한국에서 즉시 수행하기 어려운 업무는 글로벌 BPAL 네트워크와 연계해 진행한다.

현재 한국 BPAL은 출발 단계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바이오프로세싱 공정개발을 지원하는 핵심 애플리케이션 랩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미국 BPAL도 2년 전에는 2명 규모의 작은 랩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한국 랩보다 약 20배 큰 규모로 확대됐고 현재 8명이 근무하고 있다.

중요하게 보고 있는 프로젝트는 무엇이며, 어떤 시너지를 기대하나.

현재 중요하게 보는 프로젝트는 기존 다운스트림 정제 공정을 현대화하는 작업이다. 특히 20~30년간 사용해 온 전통적 크로마토그래피 레진을 최신 레진으로 전환하려는 프로젝트에서 BPAL의 역할이 크다.

레진 전환은 단순한 원부자재 교체가 아니다. 바이오의약품 공정에서 크로마토그래피 레진은 수율, 불순물 제거, 공정 시간, 제조원가, 규제 제출자료에 직접 영향을 준다. 최신 레진을 적용하면 생산성과 공정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비교 시험, 공정 조건 재설계, 밸리데이션, 규제 제출자료 생성이 함께 필요하다.

많은 기업이 공정 현대화 필요성을 알고도 기술개발 부담과 규제 대응 부담 때문에 기존 공정을 쉽게 바꾸지 못한다. BPAL은 이 과정에서 공정개발, 분석법 개발, 데이터 생성, 문서화를 지원해 전환 리스크를 줄인다.

고객사는 내부 자원을 과도하게 투입하지 않고도 레진 전환에 필요한 공정개발 데이터와 규제 제출자료를 확보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개선과 제조원가 절감, 규제 대응력 강화까지 기대할 수 있다.

초기 바이오텍도 BPAL 대상인가.

초기 바이오텍도 BPAL의 핵심 고객군이다. BPAL은 대형 CDMO나 글로벌 바이오파마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실제 BPAL 고객의 절반가량은 중소형 제약바이오 기업이다.

초기 바이오텍의 부담은 후보물질의 가능성과 별개로 공정개발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유망한 항체의약품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어도 정제 공정개발 인력, 크로마토그래피 장비, 분석 역량, 규제 문서화 경험이 부족하면 임상 진입 전 단계에서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내부 연구진이 후보물질 발굴과 약효 검증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운스트림 정제 공정 개발과 데이터 패키지 구축까지 모두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

BPAL은 이 공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초기 바이오텍은 내부에 모든 장비와 전문 인력을 갖추지 않아도 다운스트림 정제 공정 개발, 분석법 개발, 데이터 생성, 문서화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초기 단계에서 적절한 크로마토그래피 레진과 정제 공정을 설정하면 이후 임상용 의약품 생산과 상업 생산 단계에서 공정 변경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규제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BPAL의 규제 대응은 공정개발 초기부터 제출자료를 염두에 두고 설계하는 데 초점이 있다. 단순히 실험 데이터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기관이 요구할 수 있는 시험 설계, 공정 특성분석, 데이터셋, 문서화 구조를 고려해 개발 계획을 수립한다.

BPAL은 다운스트림 정제 공정 개발과 분석법 개발을 수행하면서 규제 제출에 활용 가능한 데이터 패키지를 구축한다. 이후 이콜랩 글로벌 규제팀이 고객사의 규제팀과 함께 제출 전략을 검토한다.

FDA, EMA, 중국, 일본 등 주요 규제기관 가운데 어느 지역을 우선할지, 최초 제출인지 변경 제출인지, 어떤 공정관리전략과 관리항목을 설정해야 하는지도 지원 범위에 포함된다.

문서화 체계도 규제 대응을 전제로 운영된다. BPAL은 GMP 제조시설은 아니지만, 데이터 기록과 문서화는 ALCOA+ 원칙을 기반으로 관리한다. 모든 데이터는 원자료까지 추적 가능하도록 기록되며, 실험 데이터는 5년간 보관된다.

고객사가 규제기관 질의에 대응해야 할 경우, 실험 종료 이후에도 원자료 수준의 데이터를 확인해 답변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이콜랩 바이오프로세싱 애플리케이션 랩(BPAL) 개소식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이콜랩 바이오프로세싱 애플리케이션 랩(BPAL) 개소식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이콜랩 바이오프로세싱 애플리케이션 랩(BPAL) 개소식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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