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RWE 시대, 데이터에서 ‘근거’로 가는 조건
한국제약의학회 제1회 RWE 포럼 성료…이대희 회장 "용어와 방법론 정립이 최우선"
관심 커지는 RWE 시대, 핵심은 데이터의 양보다 설계의 정확성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4-24 06:08   수정 2026.04.24 06:36
한국제약의학회가 23일 건국대학교병원에서 ‘2026 제1회 RWE Forum’을 개최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한국제약의학회 이대희 회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RWD(real-world data, 실사용데이터)에 대한 제약바이오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데이터가 많다고 곧바로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제약의학회는 RWE(real-world evidence, 실사용증거) 시대일수록 용어와 방법론을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제약의학회는 23일 건국대학교병원에서 ‘2026 제1회 RWE Forum’을 열고, RWE의 기본 개념과 활용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이대희 회장은 RWD 기본 개념을 주제로 발표하며, 업계 안팎에서 RWD와 RWE, 효능과 효과, 연관성과 인과관계 같은 핵심 개념이 혼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RWE 경쟁력은 데이터 보유량 자체보다, 그 자료를 얼마나 정확한 질문과 적절한 설계, 엄밀한 해석으로 근거화하느냐에 달려 있다”라며 “RWE 활용이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업계가 먼저 정비해야 할 것도 데이터의 양보다 개념과 용어의 정확성”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우선 RWD와 RWE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FDA에 따르면 RWD는 환자 건강상태나 의료 제공과 관련해 일상적으로 수집되는 자료를 뜻한다. 전자의무기록, 의료청구자료, 제품 또는 질환 레지스트리, 디지털 헬스 기술로부터 수집된 자료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반면 RWE는 이러한 RWD를 분석해 도출한, 의료제품의 사용과 잠재적 유익성 또는 위해성에 관한 임상적 근거다.

데이터 자체는 RWD일 뿐이며, 연구 질문과 분석 방법을 거쳐 해석돼야 비로소 RWE가 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발표에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비유를 들며, 데이터의 축적보다 이를 근거로 전환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구분은 허가 이후 의약품 평가의 성격이 달라지는 지점과도 맞닿아 있다. 발표에서는 효능(efficacy)과 효과(effectiveness)의 차이를 별도 항목으로 설명했다. 효능은 주로 무작위배정 비교임상시험(RCT)과 같은 통제된 환경에서 치료가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를 뜻한다. 

반면 효과는 실제 진료환경에서 다양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치료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본다. FDA 역시 의약품·생물학적제제 규제 결정에서 RWD와 RWE를 활용할 수 있다는 가이던스를 순차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엠파글리플로진(Empagliflozin) 등 일부 약제의 심혈관계 결과(CV Outcome) 임상 결과가 입증돼 FDA 허가사항(Label)에 반영될 때 'Efficacy'라는 표현이 명시된 사례가 있다"며, 규제기관의 용어 사용 맥락까지 세밀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RWE 해석에서 가장 흔한 오류로 연관성(association)을 인과관계(causation)로 받아들이는 문제를 짚었다. 특정 영양소 복용군에서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낮게 나타났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예방 효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관찰자료 분석에서는 시간적 선후관계, 교란 통제, 통계적 유의성 등 다양한 조건을 함께 검토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결론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개념이 교란(confounding)과 편향(bias)이다. 교란은 노출과 결과 모두에 관련된 제3의 변수로 인해 관계가 왜곡되는 현상이다. 반면 편향은 연구 설계, 자료 수집, 분석 과정에서 발생하는 체계적 오류를 뜻한다. 교란은 통계적 방법으로 일부 보정할 수 있지만, 편향은 설계 단계에서 예방하지 못하면 사후 교정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더 까다롭다.

연구 설계 용어를 혼용하는 관행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 회장은 과거 환자 자료를 이용해 추적 분석한 연구를 ‘전향적 연구’라고 표현하거나, 실시간으로 구축되는 레지스트리 자료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전향적 연구라고 부르는 사례를 오용 사례로 제시했다. 

보건의료 연구 설계에서 전향적 연구와 후향적 연구를 가르는 기준은 자료가 흐르는 방향 자체가 아니라, 연구를 계획하고 시작한 시점과 결과 발생 시점의 관계라는 설명이다.

발생률(incidence)과 유병률(prevalence)을 뒤섞어 쓰는 문제도 짚었다. 발생률은 일정 기간 새로 발생한 사례를 뜻하고, 유병률은 특정 시점 또는 기간에 해당 질환을 가진 전체 환자 규모를 의미한다. 두 개념을 혼용하면 질환 부담과 시장 규모 해석이 왜곡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RWE는 단순히 자료를 많이 모은다고 완성되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기본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같은 용어로 소통하는 것부터가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제약의학회 ‘2026 제1회 RWE Forum’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한국제약의학회 ‘2026 제1회 RWE Forum’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