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합성패널, 화장품 신제품 기획 방식 어떻게 바꿀까 ?
가상 응답자로 추린 아이디어 대상 본조사로 검증
박수연 기자 waterkit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4-23 05:30   수정 2026.04.23 05:36

뷰티 및 유통 업계의 신제품 기획 필수 과정인 소비자 패널 조사가 인공지능을 만나  시간과 비용 한계를 낮추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리서치 전문 플랫폼 기업 오픈서베이가 22일 진행한 '수집의 진화, AI 합성패널' 웨비나에서 황희영 대표는 앞으로 소비자 리서치 과정에서 AI 기술이 단순히 조사 기간을 단축하는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의 리서치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먼저 가상의 소비자 반응을 살펴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조사 대상을 추리는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다.

22일 오픈서베이가 진행한 '수집의 진화, AI 합성패널' 웨비나에서 황희영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오픈서베이 웨비나 캡처

합성패널은 설문에 참여하는 실제의 소비자가 아니라, 기존 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소비자처럼 반응하는 가상의 응답자 집단을 의미한다.

실제로 오픈서베이가 식생활 데이터를 활용해 AI 합성패널과 실제 사람의 응답을 대조해 본 결과, 제품 콘셉트에 대한 선호도나 타깃별 반응 패턴이 매우 유사하게 나타났다. 수천 명의 주관식 응답을 분석하는 데 며칠씩 매달려야 했던 과거와 달리, 단 몇 분 만에 핵심 인사이트를 요약해 내며 초기 가설 검증 도구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러한 합성패널 구축 방식에는 크게 특정 개인을 완벽히 복제하는 '디지털 트윈'과 여러 데이터를 조합해 가상의 인물을 세팅하는 '타깃 페르소나' 방식이 있다. 웨비나에선 현시점에서 디지털 트윈은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리스크가 크다는 진단이 나왔다.

황 대표는 "아직은 디지털 트윈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모두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며 "정보 활용에 동의해야 하는 패널들 역시 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지금 시도하는 것은 서로에게 위험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실제 데이터를 그대로 베끼지 않고 여러 특성을 섞어 특정 개인과 겹치지 않는 가상 인물을 만들어내는 페르소나 방식이 더 안전하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를 통해 단순히 연령이나 성별로 집단을 나누는 것을 넘어, 브랜드가 원하는 매우 구체적인 성향을 가진 가상의 인물을 세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브랜드 기획자가 화장품을 개발하면서 '수분 부족형 지성에 민감성 피부를 가졌으며 친환경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20대 후반 직장인 여성'을 타깃으로 설정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 조건을 입력하기만 하면 AI가 방대한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건에 완벽히 부합하는 가상의 인물을 즉시 만들어낸다. 기획자는 이렇게 생성된 가상 타깃과 메신저를 주고받듯 자연스러운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며 피드백을 얻어내고 이를 제품 개발에 반영할 수 있다.

황 대표는 "소비재 산업군에서 리서치가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는 분야는 신제품 개발 과정"이라며 "AI가 제품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제안하는 일이 쉬워지면서 도출되는 아이디어의 양 자체가 방대해졌는데, 늘어난 아이디어를 적절하게 선별하는 과정에서 합성 패널이 스크리닝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짚었다. 가상 타깃의 반응을 먼저 살펴 성공 확률이 높은 기획만 추려냄으로써 실제 테스트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실패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AI 합성패널이 실제 리서치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황 대표는 합성 패널이 질문만 던지면 다 답해주는 만능 도구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근거가 되는 원본 데이터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반 데이터가 없으면 일반적인 상식 수준이나 소설 같은 답변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언어 모델의 답변을 만들어내는 유창함과는 별개로 실제 소비자 집단이 가진 다양성과 분포를 있는 그대로 재현해 내는 것 역시 여전히 까다로운 과제라고 짚었다.

따라서 황 대표는 모든 리서치를 합성 패널로 해결하기보다는 리서치 단계를 효율적으로 분할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할 것을 강조했다. 기획 초기의 아이디어는 AI로 빠르고 저렴하게 1차로 걸러낸 뒤 여기서 살아남은 핵심 후보들에 대해서만 실제 소비자 데이터를 통해 최종 검증을 거치는 방식이다.

황 대표는 "마케팅 영역에선 예측의 99퍼센트 정확도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며 80퍼센트 정확도로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을 빨리 찾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콘셉트가 다 만들어지고 실제 시제품 제작으로 넘어가는 단계는 많은 비용과 위험 부담이 따르는 중요한 의사결정인 만큼 이때는 반드시 실제 사람이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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