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한의사협회(의협) 윤리위원회의 징계 결과를 사실상 그대로 수용하기로 하는 등 의료계의 자율성을 대폭 존중하는 방향으로 관계 재정립에 나선다. 또한 진료지원인력(PA) 제도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등 굵직한 보건의료 현안을 단편적인 사업이 아닌 5개년 중장기 보건의료발전계획이라는 '큰 틀' 안에서 풀어낸다는 방침이다.
곽순헌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최근 복지부 전문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건의료 현안 추진 방향을 밝혔다.
현재 복지부는 의약 6개 단체 부회장단과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각 단체별로 5개년 계획과 미래 비전을 구체화하는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며, 안이 완성되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의정협의체를 통한 의협과의 소통 강화다. 곽 정책관은 "큰 방향에 대해 의협과 복지부가 생각하는 바가 같으며, 확실한 교감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의협 윤리위원회의 징계 판단을 정부가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할 계획이다. 정부가 윤리위 결과를 뒤집기 위해서는 정당한 사유와 소명이 있을 때만 가능하도록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윤리위 운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타 직역의 위원 참여나 회의 배석을 의협 측에 요청했다.
7%에 불과한 '의사 면허 재교부' 문제에 대해서도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면허 취소 사유가 확대된 상황에서 재교부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의협과 공동으로 논의해 마련하기로 했다.
의료 현장의 뜨거운 감자인 PA 합법화와 직역 간 갈등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도 확인됐다. 전공의 복귀 이후 우려됐던 현장 내 전공의와 PA 간의 업무 갈등은 현재 공식적으로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는 PA 제도화를 위한 행위 목록과 명칭 정리를 마쳤으나, 현재 '교육 시간'을 두고 막바지 조율 중이다. 간호계는 충분한 교육 시간 배정을 요구하는 반면, 의료계는 현장 업무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어 복지부가 이견을 조정하고 있다. 수료증 관리와 교육 위탁 기관 선정 논의 역시 진행 중이다.
고질적인 직역 간 업무 범위 갈등을 풀기 위해 오는 6월 '업무조정위원회'도 본격 출범한다. 분과위원회를 설치해 작은 주제부터 조정을 시도하며 성공 사례를 쌓아간다는 구상이다. 곽 정책관은 개인적인 견해를 전제로 "의료 현안이 안정되면 '의료일원화(의·한 일원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보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약사와 한약사 간의 갈등 역시 합리적 방향에서 소통하며 필요시 약정협의체 운영에 기꺼이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간병 정책은 흩어진 사업들을 하나로 모으는 '그랜드 로드맵' 형태로 추진된다. 현재 진행 중인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시범사업(간호정책과)과 의료중심 요양병원 500곳 선정(보험국, 지방선거 이후 발표 예정),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재택 간호센터 설립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제도 개편안을 구상 중이다. 특히 의료중심 요양병원에 선정되지 못한 기관에 대한 기능 개편 등 '출구전략'도 로드맵 안에서 심도 있게 다뤄질 예정이다.
한편, 복지부는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사단법인설립의결에대해 "소통이한결수월해질것"이라며환영의뜻을밝혔다. 법인신청이접수되면요건심사를거쳐약 2개월내승인될전망이다. 더불어현정부의청년·여성참여확대기조에발맞춰, 보건의료정책설계과정에대전협소속여성전공의등을정부위원회에적극배정하여현장의목소리를직접수렴하겠다고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