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자이로 급여 등재, 유전성 혈관부종 치료 ‘예방 중심’ 전환 신호탄
반복되는 급성 부종, 응급치료 한계…장기 예방요법 필요성 부각
조영주 교수 “질환 인지도 부족·진단 지연 여전”
안경민 교수 “발작 최대 87% 감소, 질병 조절 가능성 확인”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3-25 14:05   
(왼쪽부터) 안경민 이대서울병원 교수, 조영주 이대목동병원 교수, 이지혜 한국다케다제약 희귀질환 사업부 매니저.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유전성 혈관부종 국내 치료 환경이 ‘응급 대응 중심’에서 ‘예방 중심 관리’로 전환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한국다케다제약은 25일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유전성 혈관부종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탁자이로 급여 등재’ 기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반복적인 급성 부종으로 높은 질병 부담을 겪는 환자군의 치료 접근성을 확대하고, 국제 가이드라인이 제시한 ‘질환의 완전한 통제’와 ‘삶의 정상화’라는 치료 목표를 국내 진료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조명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이대목동병원 알레르기내과 조영주 교수는 ‘유전성 혈관부종의 질환 부담과 국내 치료 환경의 한계’를 주제로, 질환 인지도 부족과 진단 지연 문제를 중심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조 교수는 유전성 혈관부종이 약 5만 명 중 1명에서 발생하는 희귀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오진과 낮은 질환 인지로 인해 진단까지 평균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급성 부종이 예측 불가능하게 반복되며, 특히 상부 기도에 발생할 경우 생명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들이 지속적인 불안과 위험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이대서울병원 알레르기내과 안경민 교수는 ‘임상 근거로 본 장기 예방 치료의 가치와 탁자이로’를 주제로, 장기 예방요법의 임상적 효과와 실제 적용 가능성을 설명했다. 안 교수는 글로벌 3상 HELP 연구 결과를 근거로, 탁자이로 투여 시 급성 부종 발생 횟수가 최대 87% 감소하고, 장기 연장 연구에서도 평균 30개월 추적 기간 동안 대부분의 기간에서 발작이 발생하지 않는 상태가 유지됐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유전성 혈관부종 치료가 더 이상 발작 발생 이후 대응에 머무르지 않고, 발작 자체를 줄여 환자의 일상생활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질환 부담이 큰 환자군에서 장기 예방 치료의 필요성이 재확인되면서, 향후 국내 치료 전략과 급여 기준의 변화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조영주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의사도 몰랐던 희귀질환…치료 전환점 맞아
조영주 교수는 유전성 혈관부종의 질환 특성과 임상적 부담, 치료 현실을 짚으며 “이번 급여 적용은 단순한 약제 도입이 아니라 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유전성 혈관부종은 약 5만 명당 1명 수준으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으로, 상염색체 우성 유전 양상을 보이며 자녀에게 약 50% 확률로 유전된다. 그러나 질환 인지도가 낮아 의료진조차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진단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특징이다.

조 교수는 “해외에서도 평균 진단 지연 기간이 8년 이상으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는 이보다 더 늦게 진단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임상적으로는 예측 불가능한 부종 발작이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부종은 얼굴, 손발, 복부, 비뇨생식기 등 다양한 부위에서 발생하며, 특히 후두 부종은 기도 폐쇄로 이어질 수 있어 치명적인 위험을 동반한다. 복부 부종의 경우 단순 복통으로 오인되기 쉬워 오진 가능성이 높고, 실제 불필요한 수술로 이어지는 사례도 존재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 질환의 병태생리는 C1 inhibitor 결핍 또는 기능 이상으로 인해 혈장 칼리크레인 활성 조절이 깨지고, 이로 인해 브래디키닌이 과다 생성되면서 혈관 투과성이 증가해 부종이 발생하는 구조다. 즉 알레르기성 혈관부종과는 달리 브래디키닌 매개 질환이라는 점에서 치료 접근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국내 환자 수는 약 1000명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진단 및 등록 환자는 약 300명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간 발작 빈도 역시 매우 다양해, 주당 수차례 발작을 경험하는 환자부터 연 1회 수준에 그치는 환자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인다.

조 교수는 특히 질환이 환자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반복되는 발작과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학업과 직장 생활이 제한되며, 외형 변화가 동반되는 경우 사회적 활동에도 제약이 따른다. 실제로 진단 이전에는 질환을 이해받지 못해 정신과 치료를 받는 환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환자 상당수가 진단 이후에는 정신과 치료를 중단할 정도로, 질환 자체가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현재 치료는 발작 시 투여하는 온디맨드 요법(On-demend)과 단기 예방요법, 그리고 장기 예방요법으로 구분된다. 국내에서는 급성기 치료제 사용이 가능하지만, 발작 자체를 줄이는 장기 예방요법은 제한적인 상황이었다. 기존 장기 예방요법으로 사용되던 다나졸은 비용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으나 남성호르몬 기반 약제로, 여성 환자에서 사용이 어렵고 간 기능 이상 등 안전성 문제도 제기돼 왔다.

또한 온디맨드 치료의 경우 증상 완화에는 효과적이지만 발작 발생 자체를 줄이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일부 환자는 주 3~4회 이상 반복적인 주사를 필요로 하며, 이로 인한 신체적·심리적 부담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배경에서 조 교수는 치료 목표를 ‘증상 완화’에서 ‘질병 조절’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전성 혈관부종은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지만, 발작을 최소화하고 일상생활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치료 전략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탁자이로는 혈장 칼리크레인을 억제해 브래디키닌 생성 자체를 차단하는 기전의 장기 예방 치료제로, 질환의 핵심 병태생리를 상위 단계에서 차단한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와 차별성을 가진다.

조 교수는 “그동안 국내 환자들이 기다려온 장기 예방 옵션이 급여 적용을 받게 되면서, 일부 중증 환자에서는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모든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반복적인 발작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치료 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급여 등재가 국내 유전성 혈관부종 치료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경민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온디맨드 치료 한계…장기 예방요법 중심 전환 필요
안경민 교수는 유전성 혈관부종 치료의 기본 구조와 장기 예방요법의 필요성, 탁자이로의 임상적 근거를 중심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유전성 혈관부종은 예측 불가능한 발작이 반복되는 희귀질환으로, 환자들은 언제 증상이 발생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생활해야 한다.

안 교수는 “이 질환은 단순히 신체 증상에 그치지 않고 정신 건강, 학업, 직업 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라며 질병 부담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현재 치료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발작 발생 시 투여하는 온디맨드 치료, 시술이나 수술 전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단기 예방요법, 그리고 발작 자체를 줄이기 위한 장기 예방요법이다. 이 가운데 안 교수는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발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것”이라며 장기 예방요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 치료 환경에서는 장기 예방요법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다. 기존에 사용되던 다나졸은 남성호르몬 유사 작용을 하는 약제로, 여성 환자에서 사용이 어렵고 간 기능 이상 등 부작용 문제가 있어 장기 사용에 한계가 있었다. 또한 급성기 치료제는 증상 완화에는 효과적이지만 발작 발생 자체를 억제하지는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치료 전략으로 제시된 것이 탁자이로다.

안 교수는 탁자이로의 기전에 대해 “혈장 칼리크레인을 억제해 브래디키닌 생성 경로를 상위 단계에서 차단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치료제가 브래디키닌 작용을 하단에서 억제하는 것과 달리, 질환 발생 경로 자체를 차단한다는 점에서 장기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임상적 근거로는 3상 임상시험인 HELP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해당 연구는 12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다양한 용량 및 투여 간격을 비교한 결과 탁자이로 투여군에서 발작 발생 횟수가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0mg을 2주 간격으로 투여한 군에서는 발작 발생이 약 87% 감소하는 결과가 확인됐다.

또한 중등도 이상의 발작과 급성 치료가 필요한 발작 발생 역시 감소했으며, 무발작 상태를 유지하는 환자 비율도 증가했다. 안 교수는 “단순히 발작 횟수를 줄이는 것을 넘어 질병 활동 자체를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기 추적 결과에서도 효과는 유지됐다. 일부 환자에서는 평균 14개월 이상 발작이 발생하지 않는 기간이 확인됐으며, 삶의 질 지표 역시 유의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기 예방요법이 환자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된다고 안 교수는 설명했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중대한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으며, 대부분 주사 부위 통증이나 멍과 같은 경미한 반응이 주를 이뤘다.

안 교수는 “자가 주사 방식으로 환자가 직접 투여할 수 있다는 점도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다만 실제 임상 적용에서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안 교수는 급여 기준과 관련해 “발작 횟수를 일정 수준 이상 입증해야 하는 구조가 현실적으로 환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전성 혈관부종은 발작 빈도가 일정하지 않고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급여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객관적 입증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한 기존 치료제인 다나졸을 선행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기준 역시 문제로 제기됐다. 특히 젊은 여성 환자의 경우 다나졸 사용이 사실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새로운 치료제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안 교수는 환자 사례를 언급하며 치료 접근성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가족 내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진단되는 경우도 있으며, 특히 청소년 환자들은 발작에 대한 불안으로 일상생활에 큰 제약을 받는다”며 “환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치료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전성 혈관부종은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지만, 장기 예방요법을 통해 충분히 조절 가능한 질환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탁자이로의 도입이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제공하고, 질병 관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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