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의 쓰라린 패배…2025 실패 임상 TOP 10 ②
COPD·백반증·신장질환·희귀 골질환서 확인된 후기 단계 좌절
IL-33·BET·CB1 기전이 맞닥뜨린 임상적 한계
후기 임상 데이터가 바꾼 글로벌 제약사의 전략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2-25 06:00   수정 2026.02.25 06:01

2025년에는 심혈관·혈액질환·신경계 영역뿐 아니라, 호흡기·자가면역·대사·희귀 골질환 분야에서도 주요 임상 실패가 이어졌다. 특히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비분절 백반증, 당뇨병성 신장질환, 골형성부전증 등은 장기간 미충족 수요가 지속돼 온 영역으로, 다국적 제약사와 바이오텍이 후기 단계까지 개발을 진행해온 파이프라인들이었다.

이들 후보물질은 일부 연구에서 긍정적 신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주요 1차 평가변수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유효성보다 안전성 신호가 개발 전략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COPD 영역에서는 서로 다른 제약사가 동일한 IL-33 경로를 표적으로 한 후보물질을 개발하다가 유사한 변수에 직면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아스테골리맙(Astegolimab)
적응증 -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개발사 - 로슈
기전 - 항-ST2 단일클론항체

아스테골리맙은 인터루킨-33(IL-33)이 ST2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차단하는 기전으로 개발됐다. 로슈는 2025년 초 규제 제출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두 개의 후기 임상에서 엇갈린 결과가 나오면서 계획이 수정됐다.

2b상 Aliento 연구에서는 중등도·중증 COPD 악화율(AER)을 유의하게 15.4% 감소시켰다. 그러나 3상 Arnasa 연구에서는 14.5% 감소를 보였음에도 통계적 유의성에 도달하지 못했다. 두 시험 모두 예상보다 전체 악화 발생 건수가 낮게 나타났다는 점이 결과 해석의 변수로 지적됐다.

로슈는 과거 천식 및 코로나19 폐렴 적응증 개발을 중단한 바 있으며, 현재도 파이프라인에는 아스테골리맙이 유지되고 있으나 규제 제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레피브레십(Repibresib)
적응증 - 비분절 백반증
개발사 – 바인 테라퓨틱스(Vyne Therapeutics)
기전 - BET 억제제

레피브레십은 pan-BET 억제 기전을 활용한 국소 제형으로 개발됐다. 177명을 대상으로 한 2b상에서 안면 백반증 점수 개선율 50% 이상 달성 비율이라는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으며, 75% 개선이라는 2차 지표도 도달하지 못했다.

치료군에서 위약군 대비 치료 관련 이상반응 발생률이 높게 나타난 점도 개발 지속 여부에 영향을 미쳤다. 이후 Vyne은 단독 개발 전략을 중단했고, 연말 합병 발표 자료에서도 해당 자산은 핵심 마일스톤 목록에서 제외됐다.

현재 FDA 승인 치료제는 인사이트의 JAK 억제제 오프젤루라(Opzelura)가 유일하다.

이테페키맙(Itepekimab)
적응증 - 만성폐쇄성폐질환
개발사 - 사노피 / 리제네론
기전 - IL-33 억제제

이테페키맙 역시 IL-33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다. 두 건의 3상 연구 중 한 연구에서는 악화율을 21~27% 감소시켜 1차 목표를 충족했다. 그러나 다른 연구에서는 2% 및 12% 감소에 그쳐 통계적 기준에 미달했다.

사노피는 시험 기간 중 코로나19 팬데믹이 전체 악화 발생률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규제 제출 계획은 보류됐으며, 추가 분석과 규제 당국과의 논의를 거친 뒤 향후 방향이 결정될 예정이다.

몬루나반트(Monlunabant)
적응증 - 당뇨병성 신장질환
개발사 - 노보 노디스크
기전 - CB1 수용체 역작용제

몬루나반트는 카나비노이드 수용체 1(CB1)을 차단하는 전략을 기반으로 한다. 노보 노디스크는 2023년 Inversago Pharma를 인수하며 해당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

당뇨병성 신장질환을 대상으로 한 중기 임상에서 16주 투여 후 신기능 개선이라는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또한 치료군에서 불안, 과민성, 수면장애 등 경미~중등도의 신경정신과적 이상반응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CB1 차단 기전은 과거 비만 치료제로 승인됐다가 정신과적 부작용으로 철회된 전례가 있다. 몬루나반트는 여전히 비만·대사질환 파이프라인에 남아 있으나 추가 데이터 확보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세트루수맙(Setrusumab)
적응증 - 골형성부전증
개발사 – 울트라제닉스(Ultragenyx Pharmaceutical)
기전 - 스클레로스틴 억제제

세트루수맙은 골대사 조절을 목표로 하는 항체 치료제다. 2/3상 Orbit 연구와 3상 Cosmic 연구 모두 연간 골절 발생률 감소라는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일부 하위 연령군에서 통증 감소 및 질환 중증도 개선 신호가 관찰됐으나, 전체 환자군에서의 통계적 유의성은 확보되지 않았다.

결과 발표 이후 기업 주가가 크게 조정됐으며, 유럽 권리를 보유한 Mereo BioPharma 역시 영향을 받았다.

2025년 6~10위 임상 실패 사례는 공통적으로 세 가지 요인을 보여준다. 첫째, 전체 환자군에서의 통계적 유의성 확보의 어려움이다. 둘째, 팬데믹과 같은 외부 변수로 인한 사건 발생률 감소가 시험 설계에 영향을 미친 점이다. 셋째, 안전성 신호가 상업화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사례다.

일부 후보물질은 여전히 파이프라인에 유지되고 있으며, 하위 집단 분석이나 적응증 전환 전략을 통해 개발을 이어갈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다만 후기 단계에서의 실패는 기업 재무 전략, 파트너십 구조, 후속 임상 우선순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026년에는 동일 기전 또는 유사 표적을 기반으로 한 다수의 후기 임상 결과가 예정돼 있다. 2025년 사례는 시험 설계, 환자군 정의, 사건 발생률 예측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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