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승부처는 '통합'·'현장 안착'
개별 기기 경쟁 넘어 '통합 AI 플랫폼'으로 패러다임 전환
극심한 의료 인력난 속 24시간 선제적 모니터링은 필수 생존 인프라
혁신 기술 '데스밸리' 넘는 열쇠는 대형 제약사 영업망
원격 모니터링 제도화·수가 현실화가 퀀텀 점프 관건
김홍식 기자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2-24 06:00   수정 2026.02.24 06:01
대웅제약은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디지털 헬스케어 비전’을 발표했댜.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대웅제약이 디지털 헬스케어 부문에서 '연 매출 3,000억 원', '10만 병상 도입'이라는 공격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판도 변화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23일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24시간 전 국민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 시대'를 선언했다.

단순한 웨어러블 기기 도입을 넘어 제약업계의 핵심 미래 먹거리이자 극심한 의료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부상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들의 진단을 통해 시장의 현주소와 향후 폭발적 성장을 위한 선결 과제를 깊이 있게 분석해 본다.

시장 패러다임의 전환, 개별 기기 경쟁에서 '통합 플랫폼 생태계'로

초기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웨어러블 심전도기, 연속혈당측정기(CGM) 등 개별 기기의 개발과 성능 검증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시장의 패러다임은 여러 기기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생체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어내는 '통합 생태계' 구축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대웅제약이 씨어스테크놀로지, 아이쿱, 스카이랩스, 퍼즐에이아이 등 4개 혁신 스타트업과 연합해 구축한 '올뉴 씽크(All-new Sync)'가 대표적인 사례다. 박형철 대웅제약 ETC병원본부장은 "이번 파트너십의 가장 큰 의미는 각 분야에서 축적된 혁신 기술들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하나의 체계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 역시 기술의 파편화가 아닌 '연결'이 향후 시장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재형 아이쿱 대표는 "어떤 기술 자체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리스크를 가진 만성질환자 등의 데이터를 동시에 통합해서 한 의료진이 통찰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데이터가 연결되지 않으면 통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먼저 연결된 자에게 큰 기회가 온다"고 진단했다.

시장 성장의 가장 강력한 기폭제, 심화하는 '의료 인력난'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의 병원 내 확산을 이끄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동인은 기술 자체의 우수성보다도 현장의 극심한 '의료 인력난'이다. 24시간 환자의 활력 징후를 확인해야 하는 입원 병동의 과중한 업무는 이미 한계에 달한 상태다.

양문술 대한병원협회 미래헬스케어위원회 위원장(부평 세림병원장)은 현장의 절박함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양 위원장은 "지금까지는 환자 상태 변화 감지를 의료인들의 희생, 막말로 '뼈를 갈아 넣어서' 막아왔다"며 "더 이상 그렇게 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되지 않기에 모니터링 시스템은 그 공백을 메워주는 중요한 도구"라고 평가했다.

이규민 중소병원간호사회장 역시 "기존에는 간호사들이 병실을 찾아 일일이 활력 징후를 확인했다면, 도입 후에는 중앙 모니터링으로 한눈에 보여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며 "특히 야간 근무나 보호자 없이 24시간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병동 환경 속에서 씽크가 보안 역할을 해줘 환자 안전 관리에 매우 도움을 받는다"고 현장의 체감 효과를 전했다.

기술력 뛰어넘는 최대 장벽 '의료진의 행동 변화'… 제약사 영업망이 열쇠

수많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고도 시장 안착에 실패하는 이른바 '데스밸리(Death Valley)'를 겪는다. 보수적인 의료계의 특성상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고 의료진의 기존 작업 방식을 바꾸는 것이 기술 개발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웅제약과 같은 대형 제약사의 강력한 병·의원 네트워크와 영업력이 이러한 장벽을 허무는 핵심 열쇠라고 분석한다. 조재형 아이쿱 대표는 "무엇을 만드는 것과 그것을 사용하게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며 "의사나 간호사의 행동을 바꾼다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인데, 대웅제약이 현장에 기술을 소개하고 연결해 주는 역할을 엄청나게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영신 씨어스테크놀로지 대표 또한 "글로벌하게 보아도 AI 회사나 의료기기 회사가 제약사와 장시간 협업하여 상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사례가 많지 않다"며, 대웅제약과의 협력이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폭발의 최종 관문, ’원격 모니터링 제도화'와 '수가 현실화'

대웅제약이 제시한 궁극적 비전인 '24시간 전 국민 건강 모니터링'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입원 병상을 넘어 퇴원 환자와 재택 만성질환자 영역으로 서비스가 확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계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최대 과제는 원격 환자 모니터링(RPM)의 제도화와 적절한 건강보험 수가의 마련이다.

현재 병원 내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 24시간 혈압 측정 등은 일부 수가를 적용받아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퇴원 후 관리에 대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조재형 아이쿱 대표는 "심장 관련 수술을 받은 환자 등이 퇴원했을 때 안전하게 모니터링을 받을 수 있는 수가들이 시범사업이나 신의료기술 평가 등을 통해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영신 씨어스테크놀로지 대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 대표는 "최근 지역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재택의료 센터가 설립되고 원격 환자 모니터링 기술을 접목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라며 "제도적인 보완과 함께 수가 모형들이 연구되고 있어 체계만 마련되면 우리나라도 빠른 시간 안에 선진국 수준의 서비스를 쫓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판도는 파편화된 기술을 하나로 엮어내는 플랫폼 구축 역량, 보수적인 의료 현장을 설득할 있는 강력한 파트너십, 그리고 정부의 정책 수가 체계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이 주도하게 것이다. 대웅제약의 3,000 도전이 K-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전반의 파이를 키우는 강력한 마중물이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웅제약 ‘씽크’ 제품.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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