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온바이오텍 "AI 신약개발 한계, 실제 실험 데이터와 양자컴퓨팅으로 돌파”
AI 신약개발 한계 원인 ‘데이터 품질·생산 구조’ 지적
실험 데이터 기반 설계로 후보물질 정확도·상업화 가능성 동시 개선
AI·양자컴 결합 ‘QUAI’ 플랫폼 구축…단백질칩 기반 100만건 PPI 데이터 확보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2-24 06:00   수정 2026.02.24 06:00
진온바이오텍 김학진 대표가 2월 대전 유성구 대전테크노파크 어울림홀에서 열린 교류회에서 발표하고 있다.©바이오헬스케어협회, 약업신문=권혁진 기자

“AI 신약개발의 승부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데이터에서 갈린다.” 진온바이오텍이 제시한 AI 신약개발 전략의 출발점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이 디스커버리(discovery, 발굴) 단계에서 빠르게 확산됐지만, 실제 임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고 상업화로 이어지는 사례는 아직 제한적이다.

진온바이오텍 김학진 대표는 최근 대전 유성구 대전테크노파크 어울림홀에서 열린 교류회에서 이 간극의 원인을 데이터의 품질과 생산 구조에서 찾았다. 이를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자체 실험 기반 데이터와 양자컴퓨팅을 결합한 접근법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신약개발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예측 중심 접근을 넘어 실험 데이터와 계산 기반 설계를 통합한 구조가 필요하다”며 “실험, AI, 양자컴퓨팅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것이 디스커버리 속도를 높이고 상업화 가능성을 함께 끌어올리는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진온바이오텍은 △단백질 마이크로어레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을 기반으로 신약개발을 수행하는 플랫폼 기업이다. 자체 단백질칩으로 생산한 단백질 상호작용 데이터를 AI와 양자컴퓨팅 분석에 적용해 후보물질 발굴과 구조 최적화 효율을 높이는 연구개발 역량을 구축했다.

AI 신약개발 한계, ‘데이터 병목’에서 시작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후보물질 설계를 자동화하고, 발굴과 전임상 진입까지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임상 단계에서는 기대만큼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실제 영국 베네볼런트AI(BenevolentAI)가 AI로 발굴한 아토피 신약 후보물질 ‘BEN-2293’는 임상 2a에서 주요 유효성 지표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또 미국 블랙다이아몬드 테라퓨틱스(Black Diamond Therapeutics)의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 ‘BDTX-189’는 AI로 완벽한 결합을 나타냈지만, 임상 1상에서 피부 독성으로 실패하기도 했다. 

AI 신약개발 선도 기업들은 생존 전략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단순 알고리즘에 의존하던 기술적 한계와 공개 데이터의 불확실성을 인식, 자체 실험 데이터 확보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엔비디아(NVIDIA)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미국 리커전 파마슈티컬스(Recursion Pharmaceuticals)는 220만건 이상의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대규모 로봇 자동화 ‘웻랩(Wet-lab)’을 구축했다. 여기에 경쟁사였던 엑스사이언티아(Exscientia)를 합병하며, AI 모델의 예측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독자적 실측 데이터(Ground truth)와 정밀 설계 역량을 확보했다.

순수 AI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출발한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도 공개 데이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동화 실험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회사는 로봇이 24시간 실험을 수행하는 완전 자동화 실험실 ‘라이프 스타(Life Star)’를 구축, 실험 재현성과 데이터 정확도를 높이고,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고품질 실측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알고리즘 자체보다 학습 데이터의 질과 생물학적 타당성이 임상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도 표준화된 공개 데이터는 고작 6만건 정도라며, 공개 데이터나 예측 중심 데이터만으로는 실제 생체 내 단백질 상호작용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고, 실험 기반 데이터 축적이 병행돼야 신뢰도 높은 후보물질 설계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0만 펩타이드 칩 기반, 대규모 실험 데이터 확보

진온바이오텍 전략의 핵심은 자체 데이터 생산 인프라다. 발표에 따르면, 펩타이드 마이크로어레이(Peptide Microarray) 기술을 통해 칩 하나에 최대 20만개 펩타이드를 고정하고, 단일 실험으로 대규모 단백질 상호작용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96-well plate 실험 수천 판 규모를 병렬 수행하는 것과 유사한 수준의 데이터 생산 효율에 해당한다.

진온바이오텍은 현재 100만건 이상 단백질 상호작용(PPI) 실험 데이터를 확보했다. 회사는 2026년까지 목표량 기준 1억건 규모의 실험 데이터베이스 구축하고, 자체 파이프라인 중심의 ‘플랫폼 바이오텍’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또 개발 중인 흉터 없는 창상피복재와 근감소증 치료제 등 혁신 파이프라인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주요 연구기관 및 병원과 협력해 후보물질 검증 체계도 구축했다. 검증된 후보물질을 글로벌 빅파마에 조기 기술수출하는 사업 모델을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AI 모델 성능은 결국 학습 데이터의 품질에 의해 결정된다”며 “실험 기반으로 생성된 대규모 단백질 상호작용 데이터를 직접 확보함으로써, 후보물질 설계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진온바이오텍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AI와 양자컴퓨팅 결합한 ‘QUAI’ 플랫폼

진온바이오텍은 AI와 양자컴퓨팅을 결합한 신약개발 플랫폼 ‘QUAI’를 구축했다. AI가 후보물질 구조를 설계하면, 양자컴퓨팅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분자 결합 에너지와 구조 안정성을 분석해 유망 후보물질을 도출한다. 

이후 실제 실험으로 이를 검증하고, 그 결과 데이터를 다시 AI에 학습시키는 선순환 구조다. 이러한 루프(loop) 시스템은 글로벌 테크바이오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핵심 연구개발 방식인 DMTL(Design–Make–Test–Learn) 개념을 구현한 것이다.

QUAI 플랫폼은 2014년 창업 이후 실제 신약개발 현장에서 수행해 온 300건 이상의 신약개발 및 연구 서비스 경험을 기반으로 구축된 결과물이다. 김 대표는 이 플랫폼이 기존 AI 모델의 한계를 보완하고, 분자 결합 특성과 구조 안정성을 보다 정밀하게 평가함으로써 후보물질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진온바이오텍은 기존 접근으로는 설계가 어려웠던 표적 단백질에 대한 후보물질 발굴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5월 국제 학술지 Nature 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 ‘Quantum biological convergence: quantum computing accelerates KRAS inhibitor design(양자생물 융합: 양자컴퓨팅이 KRAS 억제제 설계를 가속하다)’라는 리서치 하이라이트(Research Highlight) 논문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AI가 신약개발의 기본 도구로 자리 잡은 지금, 진정한 경쟁력은 생물학적으로 타당한 독점적 실제 실험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이를 양자컴퓨팅으로 얼마나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라며 “진온바이오텍은 이 두 축을 기반으로 신약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플랫폼 기업으로서 시장의 미충족 수요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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