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 줄어들고 있다는 뉴스가 일상이 된 요즘이다. 생물다양성은 서로 다른 생물 종, 생물들이 사는 서식지, 같은 종의 유전적 다양성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생물다양성 감소는 자연이 망가지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류의 미래 또한 위협한다. 1993년 생물다양성 국제협약(CBD)이 채택될 만큼 생물다양성 보전은 중요한 아젠다다. 현재 196개국이 가입한 이 협약의 목표는 생물다양성 보전·지속가능한 이용·유전자원 이익의 공정·공평한 공유다.
K-뷰티를 가꾸는 비밀의 정원
LG생활건강은 10여년 전부터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기능 복원 활동에 앞장서 오고 있다. 특히 자생식물 자원 보존과 복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나고야의정서’ 발효에 대응하고 자연 자본에 대한 국가권리 확보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나고야의정서는 2014년 발효된 것으로, 생물 유전자원을 이용하는 국가는 그 자원을 제공하는 국가에 사전 통보와 승인을 받아야 하며 유전자원의 이용으로 발생한 금전적·비금전적 이익은 상호 합의된 계약조건에 따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국내 자생식물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자생식물은 우리나라 고유 환경에 적응해 살아온 토착 식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종도 많아 보존 가치가 높다. 한국에 분포하는 자생식물은 총 4600여종, 이 중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되는 고유종은 약 390여종으로 알려졌다.
LG생활건강은 2016년부터 생물자원의 객관적인 데이터 확보를 위한 식물표본을 제작하고, 종자은행 및 식물세포 배양원을 운영하는 등의 보전활동을 지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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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생식물 자원 개발 및 보전 활동의 중심엔 ‘청주가든’이 있다. 2022년 6월 오픈한 청주가든은 야외 4950㎡(1500평), 유리온실 870㎡(260평)로, 총 5820㎡(1760평) 규모다. 2025년 현재 이곳에는 총 350여종 1만5000개체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모두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자생식물들이지만 우리 주변에선 쉽게 만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청주가든 연구원들에겐 여느 화장품 연구실보다 더 깊은 세심함이 요구된다. 살아 있는 생명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들은 개가시나무, 죽절초, 순채, 대청부채 등 이름도 생소한 자생식물들을 자식 기르듯 정성을 다해 돌보고 있다.
2019년부터는 경북 울릉도를 내 집처럼 드나들고 있다. 울릉도에 별도로 마련한 약 6600㎡(2000평) 규모의 계약 재배지를 보살피기 위해서다. 연구원들은 울릉도 재배 농가에 식물 관리 및 재배법도 알려주고 있다. 울릉 지역 농가와의 계약재배까지 더하면 총 351여종 1만8000여 개체수에 달한다.
현대판 노아방주에도 기탁
연구원들은 청주가든과 울릉도에 있는 자생식물의 증식 및 재배기술을 연구하고, 유전자 분석 기술을 활용해 식물을 정확히 분류해 데이터베이스도 만든다. 우량종자를 보존하기 위한 Seed Bank도 운영한다.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수목원,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등 식물 관련 외부 기관과의 협업도 왕성하게 펼치고 있다.
청주가든은 멸종위기식물인 순채, 노랑붓꽃, 대청부채 증식에 성공, 환경부에서 인공증식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특히 순채 증식은 환경변화에 민감해 종자 확보가 어려웠던 만큼 청주가든의 경사로 꼽힌다. 증식에 성공한 순채는 백두대간 수목원에 분양됐으며, 보존 가치가 높게 평가돼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Seed Vault)’에도 기탁됐다. 이 시드볼트는 전 세계 단 2곳 뿐인 식물 종자 저장소 중 하나로,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고도 불린다.
서천 국립생태원에도 울릉도 자생식물인 섬나리 50개체와 산흰쑥, 섬기린초와 같은 자생식물 약 100여종을 분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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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효능 업그레이드에도 한몫
청주가든은 다른 식물원이나 수목원에선 하지 않는 매우 중요한 작업도 하고 있다. 바로 화장품 원료로 탁월한 효능을 가진 식물을 찾아내 원료를 추출하는 일이다.
청주가든과 울릉도에서 개발하고 재배한 자생식물 자원은 지구촌 생태계 복원 의미가 클 뿐 아니라, LG생활건강의 제품 개발에도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얼굴’인 궁중 피부과학 럭셔리 코스메틱 브랜드 ‘더후’에도 청주가든의 결실이 담겨 있다. 2023년 론칭한 더후 천기단 화현 밸런싱 토너와 에멀전, 래디언스 크림에 추가돼 안티에이징 효능을 극대화한 항산화 플라워 ‘골든 가드니아’가 바로 청주가든 ‘출신’이다. 골든 가드니아는 피부 노화를 유발하는 외부 인자로부터 피부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 탁월한 효능을 가진 식물이다.
2021년에는 ‘더후 천율단’ 라인 전 제품에 울릉도에서 재배한 천초화에서 추출한 ‘궁중천초화™’성분이 적용됐다. 피부 보습과 브라이트닝이 핵심 효능인 천초화는 꽃이 하루에 하나씩만 피어나서 매일매일 채취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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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뷰티 브랜드 ‘비욘드’에도 자생식물 성분이 활용됐다. ‘비욘드 엔젤 아쿠아’ 라인엔 울릉도 자생식물인 섬전호 추출물이 함유돼 있다. 섬전호는 일 년에 두 번 싹을 틔우는 생명력 강한 식물로, 2만 시간의 정성으로 길러냈다. ‘비욘드 피토 아쿠아’엔 울릉도에서 기른 털부처꽃, 금불초꽃, 섬전호 추출물을 담은 ‘프롬팜투스킨 콤플렉스™’가 들어 있다. 털부처꽃과 금불초는 피부 보습과 진정에 효과가 있다.
청주가든 연구원은 요즘 산희쑥(백호), 범부채, 작살나무 열매 등을 제품에 반영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2028년까지 500종 자생식물 수집
LG생활건강은 자생식물 보호뿐만 산림파괴 예방, 도시 생태계 조성에도 적극 힘을 보태고 있다. 사업장 부지를 포함한 주변 지역과 지역사회의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생물다양성 보호 지역’ 인근에선 생산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울산 북구 신천공원 등의 도심 생태공원 조성 활동을 통해 도심 내 생물다양성 증진과 함께 탄소 흡수와 미세먼지 저감 등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 멸종위기 동물 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수달 돌보기를 2022년부터 해오고 있다.
LG생활건강 강내규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전 세계적으로 K-뷰티가 큰 인기를 얻는 이유는 뛰어난 품질에 있으며, 세계적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선 원료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연구가 필수적”이라면서, “특히 화장품 사업에서 식물자원의 활용 비중이 높은 만큼, 앞으로도 LG생활건강의 식물자원 연구가 더 우수한 제품과 한층 발전된 K-뷰티의 밑거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강 CTO는 “2028년까지 ESG 경영과 기후 변화 대응까지 고려한 중장기 목표로 약 500종의 자생식물 수집 및 증식과 200여종의 유전자 정보 구축으로 생물다양성 확보에 대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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