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치성 질환 치료의 한계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약이 약해서일까, 타깃이 틀려서일까, 아니면 질병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오래된 것일까.
현대바이오사이언스와 현대ADM바이오는 이 질문의 답을 ‘공통 병태(common root)’라는 키워드로 꺼내 들었다. 암, 자가면역질환, 퇴행성 뇌 질환처럼 서로 다른 질환들이 사실은 하나의 공통된 구조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과거 ‘페니실린’이 폐렴, 패혈증, 연쇄상구균 감염 등 서로 다른 감염병을 개별 질환이 아니라 세균 감염이라는 공통 원인으로 묶어 치료 패러다임을 바꿨던 것과 유사한 발상이다.
현대바이오 그룹은 27일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페니트리움 글로벌 심포지엄 2026’을 개최하고, 암·자가면역질환·퇴행성 뇌 질환을 하나의 공통 병태로 묶는 접근을 제시했다.
‘페니트리움(Penetrium)’은 난치성 질환에서 나타나는 가짜 내성을 극복하기 위한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구충제로 오랫동안 사용돼 온 ‘니클로사마이드(Niclosamide)’를 제형 개선해, 기존 대비 흡수율을 약 4.3배 높여 약효를 극대화했다.
회사는 다년간의 비임상 연구와 임상 개발을 통해 페니트리움이 병적으로 과활성화된 세포의 에너지 대사를 조절함으로써, 난치성 질환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대사적 과활성 상태를 완화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암 조직 내 세포외기질(ECM)로 형성된 물리적 장벽을 완화해 기존 항암제와 면역세포의 종양 침투를 돕는 기전을 밝혀냈다. 현재 현대바이오는 전립선암을 포함한 난치성 고형암과 류마티스관절염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ADM바이오 진근우 대표는 “난치성 질환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던 원인과 치료법이 과연 충분했는지 묻고 싶다”라며 “수많은 질환이 서로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공통된 뿌리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원동 회장은 “질병은 달라도 그 뿌리는 하나라는 개념은 그동안의 연구 결과가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며 “이번 전립선암 임상에서는 유전자 변이에 따른 진짜 내성과 종양 미세환경의 방어막으로 인해 나타나는 가짜 내성을 구분해 입증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뿌리를 겨냥하다…치료 실패는 ‘효과’ 아닌 ‘구조’ 문제
현대바이오 그룹이 제시한 그 뿌리가 바로 ‘대사적 과활성(Metabolic Hyperactivity)’이다. 진 대표에 따르면, 대사적 과활성은 특정 유전자 변이나 단일 신호전달 경로를 부정하는 개념은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 한 단계 위에서 질병이 왜 만성화되고, 멈추지 않는지를 설명하려는 개념에 가깝다.
쉽게 말해, 난치성 질환을 각각의 나뭇가지로 본다면, 겉으로는 서로 다른 가지처럼 보이지만 땅속에서는 하나의 뿌리로 연결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점은 기존 치료 전략의 한계를 겨냥한다. 현대 의학은 오랫동안 특정 분자 타깃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암에서는 종양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약이, 자가면역질환에서는 과도한 면역 반응을 눌러주는 약이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다.
이는 분명 많은 성과를 냈지만, 동시에 반복되는 문제도 남겼다. 임상에서는 독성, 약물 내성, 감염 위험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치료 옵션은 늘었지만, 충분한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치료를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환자는 여전히 존재한다.
마치, 질병의 가지를 다루는 데에는 익숙해졌지만, 정작 그 질병을 지탱하는 뿌리를 겨냥한 치료는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던 셈이다.
대사적 과활성은 질환 발생 원인보다 지속되는 이유에 초점을 맞춘다. 병이 왜 시작됐는지보다, 왜 멈추지 않고 굳어지는지를 공통 병태로 설명하려는 접근이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면역세포와 기질세포다.
대식세포와 같은 면역세포, 섬유아세포를 포함한 기질세포는 원래 우리 몸에서 조직 손상과 감염에 대응하고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한다. ‘수리공’의 역할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조직이 손상되거나 감염이 생기면 가장 먼저 현장에 달려가 문제를 해결하고, 이후에는 조용히 물러나야 한다. 그러나 이들이 퇴근하지 않고 계속 현장에 남아 서로를 자극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면역세포와 기질세포가 서로를 자극하며 활성 상태를 유지하면 병적인 구조가 만들어진다. 암에서는 기질 반응이 과도해지면서 세포외기질이 쌓이고, 이는 약물이 종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물리적 장벽이 된다. 자가면역질환인 류머티즘 관절염에서는 비정상적으로 증식한 염증성 조직인 ‘판누스(pannus)’가 형성돼 염증 구조로 굳어진다. 이때 약이 듣지 않는 현상을 모두 유전자 변이에 따른 내성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에서 나온 개념이 ‘가짜 내성(pseudo-resistance)’이다. 약효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병적인 구조물이 약의 접근 자체를 막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치료의 초점을 암세포나 면역 반응 그 자체에서 병적 미세환경으로 옮겨야 한다. 종양 미세환경(TME)이나 기질 장벽을 조절해야 약이 다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사적 과활성은 이런 병적 미세환경을 하나의 에너지 상태로 설명한다. 과활성화된 면역세포와 기질세포는 계속해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 에너지 과소모가 악순환을 유지하는 연료가 된다.
이를 끊는 접근이 ‘대사적 디커플링(metabolic decoupling)’이다.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대사를 조절해 과활성화된 세포의 에너지 흐름을 낮추고, 병리적 환경을 완화하겠다는 논리다.
이 접근이 강조하는 핵심은 선택성이다. 병적으로 과활성화된 세포는 이미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하는 상태에 놓여 있어,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조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 정상 세포는 충분한 대사 여유를 갖고 있어 같은 조절에도 기능 손상이 심하지 않다. 이러한 차이는 정상 조직까지 함께 억제하는 기존 항암제나 전신 면역억제제와 달리, 병적 상태의 세포를 중심으로 작용할 수 있는 안전성 근거가 된다.
같은 병리적 맥락에서 뇌 질환에서는 미세아교세포(microglia)가, 섬유화 질환에서는 섬유아세포(fibroblast)가 과활성 상태로 전환돼 질환이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즉, 특정 세포군의 병적 과활성을 조절하는 전략을 통해 질환별 치료를 넘어서는 보다 넓은 치료 접근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현대바이오는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질환마다 약을 하나씩 개발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공통된 병태를 표적으로 여러 질환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범용 치료 플랫폼’으로 확장을 제시하고 있다.
진 대표는 “대사적 과활성은 새로운 약 하나를 제시하기보다, 난치성 질환을 바라보는 관점을 한 단계 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문제 제기”라며 “앞으로 이 공통 병태를 실제 임상에서 어떻게 조절하고, 어떤 방식으로 검증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 임상 전략 설정하고 신속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
| 01 | 일동제약, 지난해 매출 7.8%↓5670억원..영업... |
| 02 | [기고] 2025년 개정 의료기기법 총정리-병원... |
| 03 | 고세, 폐화장품 활용 환경 촉매 기술 개발 착수 |
| 04 | 글락소 RSV 백신 EU 전체 성인 접종 가능해져 |
| 05 | 약가 개편 앞두고 업계 '노사 단일대오', 복... |
| 06 | 서울시약 "매출 연동형 임대료·기형적 약국,... |
| 07 | UAE, 식약처 참조기관 인정…WLA 전 기능 효... |
| 08 | 엔허투·다트로웨이 앞세운 다이이찌산쿄, AD... |
| 09 | K-뷰티 위조 피해 1조 넘어…장기 리스크는 ... |
| 10 | 탄력 강화 앞세운 신제품 확산… 입증 경쟁 가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