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25년 개정 의료기기법 총정리-병원과 의료기기 거래, 무엇이 달라지나
BHSN 오승준 변호사 "지배구조·자금 흐름·계약 조건·거래처까지 점검 의심 남기지 않는 구조 정비해야"
편집국 기자 news@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1-28 06:00   수정 2026.01.28 06:00

그동안 의약품 분야에서는 의약품도매상이나 의약품 판촉영업자(CSO) 등에 대해 특수관계인 간 거래를 제한하는 규정이 작동해 왔다. 반면 의료기기 분야에는 그에 상응하는 규제가 뚜렷하지 않았고, 그 틈을 타 병원장 또는 그 가족 등과 연결된 유통업체가 납품을 사실상 독점하며, 그 과정에서 의료인에게 유통 마진이 귀속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2025년 12월 공포된 개정 의료기기법은 의료기기 판매업자(임대업자 포함)뿐 아니라 판촉영업자까지 규율 대상으로 포괄하면서, 의료기관과 특수관계에 있는 경우의 판매·임대 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으로 정비됐다. 나아가 명의·거래 구조를 달리한 우회 공급까지 차단할 수 있도록 규제의 실효성을 강화했다.

아울러 서면계약 의무, 의료기기 대금의 6개월 내 지급 원칙, 특수관계 현황 보고 및 거래 집중 보고, 3년마다의 실태조사 근거 등도 함께 도입됐다. 결과적으로 의료기기 유통 영역에서도 ‘의약품 수준의 유통 질서’라는 기준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겠다는 방향성이 보다 분명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수관계인 간 의료기기 거래 금지

개정 의료기기법은 의료기기 판매업자(임대업자 및 판촉영업자 포함)가 특수관계에 있는 의료기관에 의료기기를 판매하거나 임대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여기서 “특수관계”란 판매업자와 의료기관 개설자 사이에 일정한 밀접성이 인정되는 경우를 말하며, 기본적으로는 그간 의약품도매상 등에 적용되어 오던 특수관계 판단 기준을 준용하는 방식으로 이해하면 무리가 없다. 

예컨대 의료기기 판매업자 본인이 의료기관 개설자인 경우, 해당 판매업자는 자신의 병원에 의료기기를 공급할 수 없다. 또 판매업자 본인의 2촌 이내 친족이 의료기관 개설자인 경우에도 동일하게 거래가 금지된다.

실무에서 가장 문의가 많은 지점은 법인의 주주·임원 구성과 관련된 범위다. 의료기기 판매업자가 ‘법인’인 경우, 그 법인의 임원 및 임원의 2촌 이내 친족이 개설한 의료기관에는 거래할 수 없고, 판매업법인의 사실상 지배자 또는 그 지배자의 친족이 개설한 의료기관 역시 거래 제한 대상에 포함된다. 결국 병원이 자신이 지배하는 유통회사를 매개로 의료기기를 독점적으로 구매하거나, 외형만 달리해 사실상 동일한 이해관계를 유지하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 규정은 2년간 유예된 후 2027년 12월 31일부터 시행되므로, 그 이전에 법인의 지배구조와 임원 구성, 거래처 및 공급 구조를 점검하고 필요한 범위에서 정비해 둘 필요가 있다. 의약품 판촉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법 개정과 동시에 비교적 급박하게 시행되었던 것과 대비하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숨 고를 시간이 주어졌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이 묻는 질문 – 구체적인 사례 예시

구체적 사례로, A병원 원장이 자신의 친동생 명의로 의료기기 유통회사 B를 설립해 A병원에 의료기기를 독점 공급해 왔다면, 개정법 시행 이후 이러한 거래는 원칙적으로 전면 금지된다. 형제는 2촌 친족에 해당하므로, “특수관계” 요건을 충족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정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B회사가 더 이상 A병원과 거래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2027년 12월까지는 유예기간이 존재하므로 그 기간 동안 거래 구조를 단계적으로 전환하되, 시행일 이전에 A병원과의 거래를 완전히 중단하고 다른 거래처를 확보해 영업 기반을 분산시키는 접근이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에도 ‘시행일 이후’에 우회 공급으로 보일 만한 정황이 남지 않도록 공급 라인과 계약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B회사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친족 주주의 지분을 50% 이하로 낮추고, 친동생이 임원 지위에서도 물러나는 등의 조치가 전형적인 구상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애매하고 까다로운 문제가 등장한다. 즉, 형식적으로 ‘50% 룰’을 맞추고 등기된 임·직원을 교체했다고 해서 곧바로 “A병원 원장이 B업체의 사업운영 등에 대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라는 의심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 대목은 그간 축적된 의약품 리베이트 사건들의 전개 양상을 되짚어보면 감이 잡힌다. 상당수 사건에서 도매상이나 간납사가 외형상으로는 “제3자가 설립한 회사”처럼 보였더라도, 그 제3자가 과거 병원 직원이었다거나, 4촌 친족 등 병원장과의 연관성이 확인되는 순간 ‘형식과 실질의 불일치’가 문제로 비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병원과 업체 사이에 금전소비대차계약이 존재한다든지, 리베이트로 의심될 만한 현금 유출·자금 순환의 흔적이 확인될 때 분쟁이 본격화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결국 핵심은, 단순히 주주나 대표자를 외부인으로 변경하는 방식만으로는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많은 분들이 던지는 질문, “특수관계인 지분을 50% 이하로 맞춰 놓으면 괜찮은 것 아닌가요?”에 대해서는, 결론적으로 “그렇게 단순하게 정리될 사안이 아니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습. 지분 구조는 출발점일 뿐이고, 실제로는 누가 사업 운영을 좌우하는지, 자금·계약·인력·거래처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까지 종합적으로 설명 가능해야 ‘특수관계’ 의심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다.

의료기기 거래 계약서 의무화 및 결제기한 제한 등

이번 개정은 의료기기 유통에서도 의약품 유통과 유사한 체계를 본격 도입한 것이 중요한 내용이다. 먼저 의료기기 판매·임대시 계약서 작성이 의무화되었고, 표준계약서 양식을 마련해 업계가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대금 지급기한도 명문화됐다. 의료기기를 구매·임차한 경우 수령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거래대금을 지급해야 하고, 기한을 넘겨 지급하는 때에는 초과기간에 대해 연 20% 이내 범위에서 고시 이율에 따른 이자를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모든 거래에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구조는 아니고, 거래당사자 간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등 의료기기의 특성·규모·방식에 따라 예외가 있을 수 있도록 여지를 두었다.

거래 투명성 측면에서는, 특수관계 거래 금지 규정(제18조 제5항)과 연동하여, 판매업자등이 특수한 관계에 있는 의료기관의 현황 등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의무가 신설됐다(제18조 제6항). 또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기기 판매질서 전반에 대해 3년마다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공표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제18조의6).

전체적으로 의약품 유통 분야에서 이미 운영돼 온 규율과 결이 비슷하므로, 실무적으로는 의약품 도매상·판촉영업자 영역에서 정착된 계약서 작성 방식, 결제·어음 관리, 거래 집중 모니터링 관행을 참고해 내부 프로세스를 먼저 맞춰 두는 접근이 가장 현실적이다.

위반 시 제재 및 처벌

개정 의료기기법은 위반행위의 성격에 따라 형사처벌, 행정제재, 과태료 등이 체계화돼 있다. 예컨대 특수관계 의료기관에 대한 의료기기 판매·임대(또는 판촉영업)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특수관계 거래 금지 위반만으로 곧바로 ‘리베이트’로 단정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조사·수사 과정에서 금전이나 편익 등 경제적 이익 제공 정황이 함께 확인되는 경우, 사안의 평가와 쟁점 구조가 크게 달라질 여지가 있다. 실제 의약품·의료기기 리베이트 수사 사례를 살펴보면, 의약품 거래금지 조항 위반이 ‘의료인에 대한 경제적 이익 제공’ 문제로 확장되어 형사 쟁점과 함께 의료인 면허자격정지까지 함께 검토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경우 수수한 경제적 이익이 몰수·추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실무적으로는 미리 염두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맺음말

이번 개정을 통해 의료기기법에 특수관계 거래 금지, 서면계약과 결제기한의 명문화, 보고·실태조사까지 한꺼번에 도입되면서, 의료기관과 유통업체 모두 거래 구조를 한 번 더 투명하게 설명할 책임을 지게 됐다.

다행히도 제도 설계 자체는 의약품 유통 분야에서 이미 축적된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유예 기간도 충분한 편이다. 결국 중요한 점은, 시행일을 앞두고 서둘러 외형만 손보는 것이 아니라, 지배구조·자금 흐름·계약 조건·거래처 구성까지 함께 점검하여 “실질”에서 의심을 남기지 않는 구조로 정비하는 데 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오히려 회사의 불필요한 리스크를 줄이고 거래를 안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오승준 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BHSN)

사법시험 46회, 사법연수원 36기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동 경영대학원
(전)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전)보건복지부 규제법무심사위원
(전)치과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회 위원
(현)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전)법무법인 LK파트너스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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