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BMS, 당뇨藥 개발 위해 '적과의 동침'
경쟁사와 파트너십 매우 이례적인 일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4-04-29 19:42   수정 2004.04.30 01:41
머크&컴퍼니社와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社(BMS)가 새로운 당뇨병 치료용 후보신약 뮤라글리테이자(muraglitazar)의 개발 및 상품화를 공동으로 진행하기 위해 파트너십 관계를 맺었다고 28일 발표해 지나치던 시선을 다시금 고정시키고 있다.

양사의 제휴관계 구축은 머크가 113년의 연륜을 쌓아올리는 동안 경쟁업체와 손을 잡았던 일이 매우 드물었음을 상기할 때 이례적인 일이어서 상당히 주목되는 것이기 때문.

뮤라글리테이자는 이중작용 PPAR 길항제(dual-acting peroxisome proliferator-activated receptor agonist)의 일종으로 2형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을 조절하고 지질대사 이상을 치유하는 기전으로 작용하는 약물이다.

양사는 "현재 뮤라글리테이자가 임상 3상이 진행 중에 있는 상태이며, 앞으로 9~12개월 안에 허가신청서를 FDA에 제출한 뒤 오는 2006년경 발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제휴계약과 관련, 머크는 BMS측에 1억 달러를 계약성사금으로 지불했으며, 향후 진행상황에 따라 2억7,500만 달러를 추가로 지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대가로 뮤라글리테이자의 임상시험과 마케팅 전략 수립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발매시 창출되는 이익을 공평하게 분배키로 했다는 것. 아울러 현재 임상 2상에 진입한 뮤라글리테이자의 후속약물에 대한 권리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애널리스트들은 양사가 제휴관계를 구축한 것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드먼 빌링스 램지 증권社의 데이비드 모스코위츠 애널리스트는 "뮤라글리테이자가 향후 BMS의 핵심품목으로 자리매김될 것이라 기대되어 왔음을 감안할 때 머크측과 제휴계약을 체결한 것은 의외"라고 말했다.

도이체 방크의 바바라 라이안 애널리스트는 "머크와 손을 잡았다는 사실은 그 만큼 BMS가 최근 잇따랐던 간판급 품목들의 특허만료로 어려움을 겪어 왔음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신약을 시장에 발매하기 위해 소요될 막대한 수준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고심의 산물로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위험은 분산시킬 수 있겠지만, 돌아올 이익은 감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감수키로 결정했으리라 사료된다는 것.

무엇보다 BMS가 전통적으로 항당뇨제 부문에 강점을 확보하고 있는 제약기업인 데 반해 머크측은 이 분야에서 입지가 미약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라이안 애널리스트는 덧붙였다.

반면 선트러스트 로빈슨 험프리 증권社의 버트 헤이즐렛 애널리스트는 양사의 제휴관계 구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파트너십 관계의 구축을 통해 매출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

그 같은 평가의 근거로 헤이즐렛 애널리스트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후보신약이었다면, 머크측이 제휴관계를 구축하는데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캐세이 파이낸셜 증권社의 세나 룬드 애널리스트는 "머크가 BMS와 제휴관계를 맺은 것은 기대를 모았던 유망신약 후보물질들이 지난해 잇따라 임상에서 실패를 맛봄에 따라 불가피해진 전략"이라며 "이는 360도 방향전환에 해당하는 파격적인 수준의 조치"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紙는 "한때 세계 1위의 제약기업이었지만, 사노피-아벤티스의 출범이 예약됨에 따라 '넘버 3'에서 '4강'으로 한걸음 더 물러서야 할 형편"이라며 머크가 처해 있는 현재의 상황을 묘사했다.

이 신문은 또 "전통적으로 독립성향이 강했던(anti-acquisitive) 머크가 우호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는 것은 그 만큼 뮤라글리테이자가 미래의 블록버스터 약물로 한껏 기대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머크가 현재 어려움에 처해 있는 쉐링푸라우社의 콜레스테롤 저하제 '제티아'(Zetia; 에제티마이브)와 자사제품인 '조코'(심바스타틴)를 복합한 '바이토린'(Vytorin)을 발매할 예정으로 있는 것도 맥락을 같이하는 사례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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