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EER, EU 위해성 평가 기준 개정
‘증거 가중 판단’ 절차 2026년판 정비… 화장품 원료 안전성 평가에도 적용
김민혜 기자 minyang@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1-14 06:00   수정 2026.01.14 06:01

유럽연합(EU) 보건·환경·신흥 위험 과학위원회(SCHEER)가 위해성 평가 기준을 개정했다. 

유럽연합(EU) 보건·환경·신흥 위험 과학위원회(SCHEER)가 지난 5일, 위해성 평가 기준 개정판을 채택했다. ⓒSCHEER

SCHEER가 지난 5일 채택한  ‘위해성 평가를 위한 증거중심 접근(Weight of Evidence, WoE)’ 기준문서(memorandum)는 개별 시험 결과나 단일 연구에 의존하기보다, 서로 다른 증거를 어떤 기준으로 선별·통합해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절차를 명문화한 것이 특징이다.

과학적 증거는 관찰 결과, 실험 데이터, 모델링 결과, 전문가 판단 등 다양한 형태로 제시되지만, 모든 증거가 동일한 무게를 갖지는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증거가 평가 질문과 얼마나 직접적으로 연결되는지, 사용된 방법론이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서로 일관된 결론을 제시하는지 등이 핵심 판단 기준으로 제시됐다.

개정된 판단 기준은 EU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SCCS)가 수행하는 화장품 원료 안전성 평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SCHEER 기준문서는 SCCS를 포함한 EU 과학위원회가 위해성 평가를 할 때 공통적으로 따라야 하는 방법론 문서로, 화장품 원료 평가 과정에서 제출되는 독성 시험 자료, 인체적용시험 결과, 문헌 자료, 대체시험 결과 등도 이 기준에 따라 ‘증거로서의 무게’를 판단받게 된다.

기준문서는 위해성 평가의 출발점으로 문제의 정의 단계를 명확히 설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평가 목적, 보호 대상, 문제 요인, 노출 경로, 대상 집단, 핵심 종말점이 구체적으로 정리되지 않으면 이후 데이터 수집과 해석 전반에 혼선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 수집 단계에선 동료 심사를 거친 학술 논문을 기본으로 하되,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 관찰 연구, 임상시험, 계산 분석, 실험 데이터, 전문가 판단까지 폭넓게 포함하도록 했다. 비동료심사 자료도 전문가 판단을 통해 개별적으로 가중치를 부여할 수 있다. 실제 환경 데이터(Real World Data)와 신규 접근 방법론(NAMs) 데이터 역시 평가 대상에 포함됐으며, 데이터의 이질성, 결측, 편향 가능성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도 명시됐다.

불확실성 평가의 증거 가중치 프로세스.

화장품 분야에서 활용이 늘고 있는 인체적용시험 자료, 시판 후 사용 정보, 비동물 대체시험 자료의 경우에도, 무조건 인정하거나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품질과 일관성 기준에 따라 평가받게 된다. 자료의 ‘존재 여부’보다는, 평가 질문에 대한 설명력과 신뢰도가 판단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개별 정보에 대한 표준화된 품질 평가 절차다. 모든 정보는 먼저 위임 범위에 대한 관련성 여부를 판단받고, 이후 타당성과 신뢰성을 기준으로 고·중·저 수준으로 분류된다. 타당성은 적용된 방법론의 과학적 적절성을, 신뢰성은 결과의 재현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 두 요소를 종합해 개별 정보의 품질이 판단되며, 저품질 정보는 증거 통합 단계에서 제외된다.

선별된 정보는 유형별로 ‘증거 라인(line of evidence)’으로 통합된다. 증거 라인은 유사한 성격의 정보 집합을 의미하며, 이 단계에선 해당 증거 라인의 전체 품질과 결론의 일관성이 함께 평가된다. SCHEER는 품질을 A·B·C, 일관성을 I·II·III으로 구분하는 체계를 제시했다. 고품질 자료가 동일한 결론을 제시할수록 높은 평가를 받으며, 결과가 엇갈릴수록 일관성 등급은 낮아진다.

최종 증거 가중 평가는 이렇게 도출된 증거 라인을 다시 통합해 이뤄진다. 특정 사안에선 하나의 주요 증거 라인이 판단의 중심이 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전체 평가는 해당 라인의 품질과 일관성을 기준으로 제시된다. 여러 증거 라인이 병렬적으로 존재하는 경우에는 각 라인의 품질 분포와 결론 일치 정도를 종합해 평가가 내려진다. 화장품 원료 안전성 평가에서 단일 시험 결과가 아닌 전체 증거 흐름이 중시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확실성에 대한 접근도 이번 개정을 통해 구조적으로 정리됐다. SCHEER는 불확실성을 ‘지식의 한계’로 규정하고, 데이터 부족과 방법론적 제약에 따른 변동성은 위해성 평가에서 불가피한 요소라고 언급했다. 불확실성은 최종 결론에 덧붙이는 설명이 아니라, 개별 정보의 품질 평가와 증거 종합 과정에 이미 반영되는 구조라는 의미다.

인체 건강 위해성 평가에선 동물실험 결과의 인간 적용, 노출 시나리오 설정, 민감 집단 고려가 주요 불확실성 요인으로 제시됐다. 불확실성을 사후에 제거하는 대상이 아니라 증거 가중과 판단 강도에 직접 반영되는 요소로 규정하면서 관리·명시 중심의 평가 구조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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