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00 시대 명암… 날아오른 '빅바이오', 갇혀버린 '전통 제약'
제약·바이오, 화려한 비상 뒤 '양극화' 그림자
삼성바이오·알테오젠 등 '글로벌 성과' 입증하며 신뢰 회복, AI 신약 테마도 옥석 가리기 본격화
코스피 훈풍도 비켜간 '약가 리스크'… 제약주, 생존 위한 '체질 개선' 시험대
김홍식 기자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2-29 06:00   수정 2025.12.29 06:08
그래픽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2025년 증시가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국내 중소 제약사들의 겨울은 길어지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상당수 전통 제약사 주가는 정부의 강력한 약가 인하 정책과 재정 절감 기조에 눌려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일부 바이오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찾아 주가 재평가를 이뤄낸 것과 대조적이다. 

결국 2025년 제약 주식 시장은 '정책 리스크를 상쇄할 독자적인 기술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으로 잔인하게 나뉘었다.

2025년 국내 증시는 반도체와 더불어 제약·바이오 섹터가 쌍두마차로 활약하며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금리 인하 기조가 본격화되면서 성장주인 바이오 섹터에 대한 투자 심리가 되살아난 것이 주효했다. 특히 8월과 10월, 코스피가 신고가를 경신할 당시 KRX 헬스케어 지수와 코스피 의약품 지수 역시 5% 이상 급등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과거 '거품 논란'이 있었던 2020~2021년과 달리, 이번 상승장은 '실적'과 '수출'이라는 확실한 숫자가 뒷받침되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또한 하반기 들어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이 변수로 작용했다. 미국의 약가 인하 정책 변화와 관세 이슈 등이 투심을 일시적으로 위축시키기도 했으나, K-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이 입증되며 변동성을 극복해 나가는 저력을 보였다.

2025년 제약·바이오 주가 3대 키워드① '빅5'의 독주, 수출이 주가 갈랐다

올해 주가 상승 일등 공신은 단연 '수출 실적'이 증명된 대형 바이오 기업들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수주가 폭발하며 주가가 100만 원을 훌쩍 넘어서는 ‘황제주’ 입지를 굳건히 했다.

셀트리온과 알테오젠은 짐펜트라의 미국 시장 안착과 알테오젠의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기술 수출(L/O)이 실제 로열티 수익으로 이어지며, '기대감'이 아닌 '펀더멘탈'로 주가가 재평가받았다.

유한양행은 전통 제약사 중 유일하게 빅5에 포함될 만한 퍼포먼스를 보였다. 국산 항암 신약 '렉라자(Leclaza)'가 존슨앤드존슨(J&J)과 병용 요법으로 미국 FDA 승인을 받고 실제 매출이 발생하면서, 전통 제약사도 글로벌 신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Xcopri)'의 미국 직판 체제가 완벽히 자리를 잡으며 2025년 연간 흑자 폭을 대폭 키웠다. 신약 개발부터 판매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업이다.

이들은 코스피 지수가 흔들릴 때도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방어주 역할까지 수행했다.

2025년 제약·바이오 주가 3대 키워드② 테마의 진화, '비만'에서 'AI 신약'으로

2024년을 강타했던 'GLP-1(비만치료제)' 열풍은 2025년에도 이어졌으나, 시장의 관심은 더욱 정교해진 'AI 신약개발'로 확장됐다.

글로벌 비만 치료제 열풍이 국내로 이어지며, 관련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 주가가 큰 폭으로 요동쳤다.

AI 신약개발은 정부의 대규모 예산 투입과 글로벌 빅테크와 협업 소식이 전해지며, AI 플랫폼 기업들이 전통 제약사와 시너지를 내는 모습이 부각됐다. 또 엔비디아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바이오 투자가 확대되면서 국내 AI 의료/신약 기업(루닛, 뷰노, 파로스아이바이오 등)들도 등락을 거듭하며 주목받았다.

리가켐바이오 등 항체-약물 접합체(ADC)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수조 원대 기술 수출 성과를 내며 코스닥 제약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다만 연초의 '묻지마 투자'와 달리, 하반기로 갈수록 "실제 제약사와 계약을 맺었는가?" 혹은 "임상 진입에 성공했는가?"에 따라 주가 희비가 엇갈리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2025년 제약·바이오 주가 3대 키워드③ 정책 리스크, '약가 인하'에 우는 전통 제약사

화려한 바이오의 비상과 달리, 내수 중심 중견·중소 제약사 주가는 1년 내내 박스권에 갇히거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정부의 '약가 제도 개편안'이 발표되고 '이중 약가제'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제네릭(복제약) 위주의 제약사들은 수익성 악화 우려에 직면했다.

실제로 유한양행 등 R&D 성과가 있는 상위사를 제외한 허리급 제약사들은 코스피 상승 랠리에서 철저히 소외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겪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제약주가 웃지는 못했다. 임상 결과에만 의존하던 '기대감' 위주의 종목들은 하락세를 면치 못한 반면, 유한양행처럼 실제 FDA 승인과 상업화 성과를 보여준 기업들에 '리레이팅(가치 재평가)'이 집중됐다.

특히 중소형 제약사들은 정부의 약가 인하 압박과 원가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대형주 중심의 장세에서 소외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기도 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철저하게 '대형주'와 '숫자(실적)'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시총 상위 종목에 수급이 집중됐다.

개인은 높은 변동성을 노리고 AI 신약, 비만, 탈모 치료제 등 개별 재료가 있는 중소형 테마주에 집중했으나, 연말 대주주 양도세 이슈와 차익 실현 매물로 인해 체감 수익률은 지수 상승률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2025년이 '기대감이 실적으로 증명된 해'였다면, 2026년은 '생존을 위한 기술 격차의 해'가 될 전망이다.

올해 제약·바이오 섹터는 '꿈'을 먹고 사는 산업에서 '돈'을 버는 산업으로 변모했음을 입증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CDMO(위탁개발생산)의 글로벌 지배력 확대와 신약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상업화 성공 여부가 주가의 추가 상승을 결정짓는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순 기술수출을 넘어, R&D 성과의 가시화 즉, 자체 임상 성공 데이터가 나오느냐가 주가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에 '제약바이오산업과' 신설이 추진되는 등 육성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또한 연말 불어 닥친 약가 인하 정책에 방어력을 갖춘 혁신 신약 보유 기업이나, 정부의 '블록버스터 창출' 지원을 받는 기업을 눈여겨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은 단순한 차트 분석보다는 기업의 파이프라인 임상 데이터와 실제 매출 발생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는 옥석 가리기가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편, 올해 코스피 최고치 경신은 제약·바이오 투자자들에게 '축제'이자 동시에 '숙제'를 남겼다. 지수는 올랐지만, 내 계좌 종목은 오르지 않는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투자자도 많았다. 이는 시장이 이제 '무조건적인 바이오 베팅'에서 벗어나 '글로벌 스탠다드(수출, AI, 신약 데이터)'를 갖춘 기업만을 선택하기 시작했다는 강력한 신호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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