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력 추계위 ‘1만8739명 부족’ 전망에 의료계 반발...결론은 유보
의료계 추천 위원 과반 참여 속 2040년 ‘1만4천~1만8천명 부족’ 추계
결론 도출 미루고 30일 추가 회의…숫자 대신 범위 제시로 가닥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2-26 12:08   
정부는 추계위 결과를 토대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대 정원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사진은 보건복지부 청사.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의사 인력 수급의 과학적 근거 마련을 목표로 출범한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2027학년도 의대 정원 논의와 연계될 수급 추계 결과를 두고 최종 결론 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의료계 추천 전문가가 과반을 차지하는 위원회 구성에도 불구하고, 의사 부족 규모가 기존 정부 추계와 유사하게 제시되면서 의료계 반발과 내부 갈등이 동시에 표출되는 양상이다.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추계위는 지난 22일 서울에서 열린 회의에서 2027학년도 의대 정원과 연계될 수급 추계 결과를 논의했으나, 위원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추계위는 오는 30일 추가 회의를 열고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추계위가 논의 중인 기본 모형에 따르면, 2025~2040년 의사 인력 수요·공급을 분석한 결과 2040년 국내 의사 공급은 13만1498명 수준으로 추산됐다. 이는 현행 의대 정원 3058명을 기준으로 졸업자의 89.6%가 임상에 진출하고, 65세 이상 의사의 20%가 은퇴한다는 가정을 반영한 수치다.

반면 같은 시기 전체 의료 이용량과 국민 1인당 의료 이용량을 기준으로 산출한 의사 수요는 최소 14만5933명에서 최대 15만237명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2040년 의사 부족 규모는 최소 1만4435명에서 최대 1만8739명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이 같은 결과는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근거로 제시했던 기존 추계와 큰 차이가 없다. 당시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 등의 연구를 토대로 2035년 기준 약 1만5000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이번 추계위 논의 결과 역시 부족 규모와 방향성에서 기존 정부 추계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추계위는 정부 인사가 배제된 15명 이내의 전문가로 구성됐으며, 이 가운데 8명은 대한의사협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료 공급자 단체가 추천한 위원들이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이번 추계가 핵심 변수와 방법론에 대한 충분한 합의 없이 의사 부족 결론을 전제로 진행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은 26일 “추계위가 활용 중인 분석 방식은 기준 시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한계가 있다”며 “의사 머릿수 중심이 아닌 실제 진료 투입 시간을 반영한 과학적 추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국의대학부모연합 역시 수급 추계 전반에 대한 감사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디지털 헬스케어 확산에 따른 의사 생산성 변화, 과거 진료자료 활용 기간, 의사 근무 일수 반영 여부 등을 두고 위원 간 견해차가 이어지고 있다. AI를 변수로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과, 불확실성이 크다는 신중론이 맞서는 가운데 추계 결과에 대한 합의 도출이 지연되는 배경이다.

의료계 내부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의사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왜곡된 의사 인력 추계로 인해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극심한 혼란과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의협 집행부 책임론까지 제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추계위는 의대 정원과 직결되는 단일 숫자 대신 ‘범위’ 형태로 추계 결과를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추계위 논의를 바탕으로 다음 달 중 2027학년도 의대 정원 규모를 확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추계 결과의 해석과 정책 연결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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