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린 비대면 진료... 제약업계, ‘디지털 헬스케어’ 대전환 서막
비대면진료법안 담은 의료법 개정법률 공포…1년 뒤 본격 시행
GC·한미·한독·SK바이오팜 등 IT 결합 가속화… 영업부터 유통까지 ‘디지털 DNA’ 이식에 사활
약 대신 앱(App)을 처방한다”… 디지털 치료제(DTx)의 부상
김홍식 기자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2-24 06:00   수정 2025.12.24 06:37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23일 공포되면서 제약업계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이 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부칙이 달렸다.

지난 5년간의 시범사업을 끝내고 마침내 ‘상시 제도화’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단순 제조·판매를 넘어 디지털 생태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적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의 핵심 타깃은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재진 환자다. 병원 방문의 번거로움이 줄어들면서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인해 처방 누락이 줄어들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치료제의 매출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제약사는 만성질환 환자를 위한 대용량 패키지나 복용 편의성을 개선한 복합제 마케팅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약 대신 앱(App)을 처방한다”… 디지털 치료제(DTx)의 부상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가장 큰 수혜 분야 중 하나는 디지털 치료제(DTx)다. 진료부터 처방, 복약 관리까지 전 과정이 온라인으로 연결되면서 소프트웨어를 통한 치료가 더욱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한독은 전략적 파트너인 ‘웰트’와 손잡고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슬립큐(Sleep Q)’의 비대면 처방 인프라를 구축했다. ‘나만의닥터’ 등 비대면 플랫폼과 협업하여 의사가 앱을 처방하고 환자가 집에서 치료받는 모델을 선점하며 ‘DTx 리딩 기업’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SK바이오팜은 AI 기반의 뇌전증 발작 감지 솔루션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원격 모니터링하고, 이를 비대면 진료 데이터와 연동하는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토탈 헬스케어 전략을 추진 중이다

"진료 예약부터 처방까지”…플랫폼 생태계 장악

일부 제약사는 플랫폼을 직접 운영하거나 인프라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진료의 ‘시작점’을 장악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GC녹십자는 계열사인 유비케어(똑닥)를 통해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의 EMR(전자의무기록) 시장과 진료 예약 플랫폼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됨에 따라 똑닥의 예약 시스템과 비대면 진료 기능을 결합해 환자 유입-진료-처방으로 이어지는 ‘풀 벨류체인’을 구축했다.

일동제약은 의료정보 플랫폼 ‘후다닥’을 분사하여 의사와 환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접점을 넓히는 한편, 이커머스 사업을 ‘새로엠에스’로 개편하여 노인 요양 시설 등에 비대면 진료 전용 키오스크를 보급하는 등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온라인 직거래와 e-디테일링의 진화"

전통적인 영업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자회사 온라인팜을 통해 약국 전용 온라인 B2B 몰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자 처방전 도입으로 처방이 동네 약국으로 분산되는 추세에 맞춰, 실시간 재고 관리와 직배송 시스템을 고도화하여 유통 경쟁력을 높였다.

대웅제약은 자체 플랫폼 ‘닥터빌’을 통해 의사들에게 전문적인 의학 정보를 제공하는 e-디테일링을 강화했다. 비대면 진료로 인해 대면 영업의 기회가 줄어드는 환경에서 디지털 마케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자사 제품의 처방 점유율을 방어하고 있다.

법제화라는 큰 산은 넘었지만, 제약업계가 해결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첫째,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플랫폼의 도매업 금지) 논의 등 플랫폼과 기존 약업계 간의 갈등은 여전한 변수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플랫폼과의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약사 사회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전략적 요충지에 서 있다.

둘째, 비급여 의약품(비만, 탈모 등)의 과잉 처방 방지 및 보안 규제 강화다. 정부가 전자 처방전의 보안 기준을 대폭 높이면서, 이에 대응하는 디지털 시스템 구축 비용이 중소 제약사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25년 의료법 개정은 제약산업의 정의를 다시 쓰고 있다. 이제 제약사의 실력은 얼마나 좋은 약을 만드느냐를 넘어, "환자가 비대면으로 진료받는 그 찰나의 순간에 자사의 치료 옵션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느냐"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될수록 환자의 선택권이 넓어지므로, 제약사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전통적인 제약 강자들은 플랫폼 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디지털 DNA 이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2026 본격적인 시행과 함께 시장 점유율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